청 단위마저…중앙행정기관 '대거 세종행'에 대전 시·與 '난감'

'세종 중시' 흐름에 국정자원 등 공공기관 '또 세종에 뺏길 수도' 우려 커져

"대전에 호재 vs 세종은 블랙홀"…2차공공기관 유치 지렛대 활용 목소리 커져

세종청사 유휴 부지와 민간 임차 건물들
(세종=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1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의 유휴 부지와 인근의 민간 임차 건물들. 정부가 전날 발표한 2차 중앙행정기관 이전 세부 계획에 따르면, 2027년에는 별도 청사가 필요하지 않은 27개 기관(2천995명)이 세종 지역 민간 임차 공간을 활용해 먼저 이전한다고 밝혔다. 2026.10.14 utzza@yna.co.kr

(대전=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행정안전부가 최근 발표한 중앙행정기관 세종 이전 계획에 당초 대전행 원칙을 내세웠던 청 단위 기관까지 포함되면서, 대전시와 여당 정치권 속내가 복잡하다.

세종시의 행정수도 완성을 위해 '원팀'으로 가야 한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정부의 '세종 중시' 기조에 대전 소재 공공기관마저 잇따라 세종으로 옮겨가거나 이전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충청권 공조에 균열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다.

18일 지역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행안부가 세종으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한 수도권 소재 44개 기관에 재외동포청과 원자력안전위원회가 포함됐다.

이는 6년 전 대전 소재 중소벤처기업부의 세종 이전 당시 제시됐던 '부는 세종, 청은 대전' 원칙에 어긋난다는 게 지역 정치권 생각이다.

2017년 7월 당시 중소기업청이 장관급인 부로 승격되면서 세종 이전을 추진하자 지역 사회의 반발이 확산했고,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국무총리에 요청해 '부는 세종, 청은 대전으로'라는 원칙을 정했다는 것이다.

"중소벤처기업부 세종 이전 반대"
[대전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와 관련 민주당 조승래(대전 유성구갑) 국회의원은 지난 8월 대전 옛 충남도청에서 열린 당정협의회에서 "이번 2차 공공기관 이전 때 청 단위 기관 대전 이전 원칙을 상기시켜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지난 13일 청 단위 기관을 포함한 중앙행정기관 세종 이전 계획 발표 직후에는 페이스북을 통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냈다.

이에 국민의힘 대전시당은 지난 15일 대전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들이 내세웠던 원칙에 어긋나는데도 조승래 의원은 '상생론'으로 갑자기 말을 바꿨다"며 "기억상실증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2차 공공기관 이전 업무를 담당하는 대전시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대전시로서는 행정수도 완성을 위해 충청권을 결집해야 하는 역할이 있는 만큼, 대전과 세종이 싸우는 것처럼 보이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다만 대전시는 세종시 건설을 이유로 정부의 혁신도시 지정에서 제외됐었던 만큼, 이로 인한 역차별을 2차 공공기관 이전의 지렛대로 삼겠다는 방침이다.

대전은 2020년에서야 혁신도시에 추가 지정됐지만 현재까지 이전한 공공기관은 한 곳도 없고, 오히려 세종시로 인구가 유출되는 등 피해를 보고 있다는 인식이 크다.

실제 2012년 7월 세종시 출범 후 지난해 말까지 세종시로 전입한 인구 89만3천명 가운데 충청권 인구가 34만4천983명으로 전체의 38.6%를 차지했으며, 이 중 대전 출신이 22.2%(19만8천203명)로 가장 많았다.

최근에는 대전중대범죄수사청 임시 청사가 세종에 자리잡은 데 이어 지난 8월에는 세종시장이 행안부 장관에 화재로 폐쇄 예정인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의 세종 이전을 건의하면서 대전시장이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기도 했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허태정 대전시장은 지난 8월 20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국가 안보 관련 시설이라 외딴곳에 둘 수 없다. 이미 서구에 공간을 제안한 상황"이라고 못박았다.

지역 부동산 시장 정보를 공유하는 주민 커뮤니티에는 "세종에 행정기관이 대거 내려온다고 하는데, 대전에 호재 아니냐"는 글이 올라오자 곧바로 "그렇게 당하고도 정신을 못 차렸느냐. 세종은 블랙홀 같은 존재"라는 반박 글이 이어졌다.

국가 균형 발전을 목표로 출범한 세종시가 수도권이 아닌 충청권 인구와 자원을 흡수하는 '블랙홀'로 작용하면서 오히려 불균형을 심화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지방정치학회장인 이재현 배재대 자율전공학부 교수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대전, 세종, 충북, 충남이 충청광역연합을 통해 연계성을 강화하려 노력하는 마당에, 세종만 혜택을 받고 다른 지역은 박탈감이 생긴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대전 시민들은 당연히 서운함을 갖고 반발할 수밖에 없는 만큼, 지역 정치인들은 그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공공기관 이전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대전시당, 청 단위 공공기관 세종 이전 규탄 기자회견
(대전=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국민의힘 대전시당은 15일 대전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전시장과 지역 국회의원이 공공기관 이전 대전 몫을 뺏기고도 세종과의 '상생론'을 내세우며 말을 바꿨다"며 "패배가 습관이 됐느냐"고 규탄했다. 앞서 지난 13일 정부의 중앙행정기관 세종 이전 계획에 재외동포청과 원자력안전위원회가 포함된 것과 관련, 국민의힘 대전시당은 전날 논평을 내고 "'청 단위 기관'은 대전으로 이전한다는 원칙에 어긋나는데도 민주당이 침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2026.10.15 jyoung@yna.co.kr

j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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