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미래路] "국제정세 대격변…양국 협력·연대해 공동 대응해야"

양기호 교수 인터뷰…"수평적 양국관계 접어들어…전략적 이익공유 필요"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지정학의 시대가 다시 도래하는 국제질서 대변환기라는 새로운 국제정치 환경 속에서 한국과 일본 간 협력과 연대는 필수라고 전문가가 제언했다.

일본 고베 총영사를 지낸 양기호 성공회대 명예교수는 28일 연합뉴스와 한 서면 인터뷰를 통해 "한일 양국이 처한 국제정치의 위기와 사회 변화는 양국이 더는 과거에 매달리지 않고 미래지향적인 관계로 나아가도록 추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 교수는 미국·중국 G2(주요 2개국) 체제와 세력권의 도래,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 중국의 서태평양 진출과 군사력 강화, 미국과 동북아 국가 간 동맹 체제 약화, 북한 핵·미사일 고도화와 북·중·러 연대, 기술패권 경쟁 등이 한일에 새로운 국제정치와 안보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이런 부분들이 "기존 국제정치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놨다"며 "동아시아에서 보기 드문,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공유하는 선진국인 한일이 협력하고 연대해서 새로운 환경에 공동 대응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고 강조했다.

냉전기부터 동북아 안보를 지탱해 온 미국과 한일의 개별 동맹 체제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결속이 약해졌고, 중국을 필두로 북한·러시아의 안보 위협 요소가 증대되는 상황에서 동북아의 유사입장국으로서 한일의 협력이 더는 선택이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한일 간에는 역사 인식 격차라는 해묵은 갈등 요인이 존재한다. 이재명 정부는 역사 문제와 협력 과제를 따로 다루는 '투 트랙' 접근을 제시했지만, 사도광산 추도식 등에서 보듯 역사 문제의 진전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양 교수는 "한일관계에서 역사 쟁점을 분리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며 "아쉽게도 한일 간 역사 인식 공유에 진전을 보지 못한 것이 현실이고, 사도광산 쟁점의 책임은 한국과 유네스코에 약속한 내용을 지키지 않은 일본에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양국 정부가 역사 문제로 인한 관계 악화를 피하고자 노력하는 점을 평가했다.

특히 양 교수는 역사적 갈등을 겪은 국가들이 대외 전략을 공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왔을 때 힘을 합친 전례를 제시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기에 프랑스의 샤를 드골 대통령과 서독의 콘라트 아데나워 총리가 유럽 문명의 정체성 상실을 우려해 과거의 앙금을 털고 우호 협력을 택했다는 것이다.

당시 프랑스와 서독의 역사적인 화해는 1963년 1월 엘리제 조약으로 공식화했고, 이는 향후 유럽연합으로 확장됐다.

양 교수는 "이재명 정부와 다카이치 내각은 다양한 외교 국면에서 타협과 절제를 보여주고 있다"며 "한일은 과거와 미래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바탕으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1998년 한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는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총리
[연합뉴스 자료사진]

향후 한일 협력·연대를 위한 기본 정신은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토대로 그 이후의 양국 관계 변화를 반영하는 새로운 선언의 모색에서 찾을 수 있다고 제시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1998년 10월 8일 일본 도쿄를 방문해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와 '21세기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당시 오부치 총리가 언급한 "식민 통치에 대한 통절한 사죄와 반성"은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사죄를 처음으로 양국 공식 합의문서에 담은 사례다.

한일은 일본의 이런 사과를 발판 삼아 과거를 직시하는 바탕 위에서 미래지향적 관계를 발전시킨다는 당시 선언의 골자를 완성할 수 있었다.

2026년 현재 "정치·경제·안보 면에서 수평적"이고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공유하는 선진국"이 된 한일이 이 선언을 토대로 새로운 공동선언에 기초한 협력을 이어 나가야 한다는 게 양 교수의 제안이다.

그는 "한일 양국은 앞으로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고, 한일 경제공동체를 지향하면서 상호 윈윈할 내용을 담은 로드맵을 작성하고 실천해가야 한다"며 "물론 여기에는 1998년 10월의 역사 인식 공유가 전제로 되어야 하며, 그것이 양국 공동의 성장과 번영을 위한 미래지향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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