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컬] 이젠 특검의 시간…'선거참사' 책임 규명해야

입법 미루는 정치권에 의구심…제도 개혁 힘 기울일 때

K-민주주의 업그레이드·공정하고 안정적인 시스템 필요

투표지 공개 검증과 투표함 반출이 끝난 뒤
(서울=연합뉴스) 조현영 기자 = 29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전날부터 진행된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관련 선관위 특검의 투표지 공개 검증과 투표함 반출이 끝난 뒤 경기장 앞 경찰 기동대 통제선 밖에 일부 시위대가 모여 있다. 2026.10.29 hyun0@yna.co.kr

(서울=연합뉴스) 한승호 선임기자 = 서울 올림픽공원(올공) 핸드볼경기장에 보관돼 있던 투표용지들이 5개월가량 만에 선거관리위원회가 관리하는 수도권 소재 투표용지 보관창고로 옮겨졌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일으킨 선관위 관련 의혹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팀이 현장 검증을 마친 뒤 이루어진 절차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 발생 직후부터 시작된 '올공 시위'는 해산 수순에 들어갔다.

올공 시위는 선관위의 선거 관리 부실로 빚어진 참정권 침해에 대해 항의하는 정당한 권리 행사로 시작됐다. 특정한 주최자 없이 모이고 친구·연인과 어울리며 정치적 의사를 스스럼 없이 표현하는 새로운 시위 문화를 보여줬다.

그러나 시위가 장기화하는 과정에서 일부 부정선거론과 출입 봉쇄 강경론이 부상하면서 청년들이 이탈하고 보수단체 중심으로 집회가 이뤄졌다. 한때 정치적 격돌로 폭력과 불법행위가 난무하는 공간으로 변질되기도 했다.

개표소 봉쇄 시위 상황은?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개표소 봉쇄가 50일 넘게 이어지는 2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시위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7.27 ksm7976@yna.co.kr

국회의원들의 현장 검증을 방해하고 체육관 안에 있는 장비를 꺼내려는 국가대표 선수들까지 가로막는 일까지 벌어졌다. 야당이 올공 시위 현장에 가세하면서 혼란이 커졌다. 경찰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으로 내몰리기도 했다.

선관위의 무능과 허술한 시스템으로 밑바닥을 드러낸 '선거 참사'를 목격하고도 '관리 부실이냐, 부정한 선거냐'를 놓고 정치적 공방을 벌이면서 수개월을 보냈다. 소를 잃고도 외양간 고치는 노력은 뒷전으로 미뤘다.

여야는 '해체 수준의 손질'을 공언했다. 하지만 관련 법안들을 발의하고도 정작 법안 처리를 위한 논의에는 적극 나서지 않았다. 정쟁에는 민감하고 입법에는 둔감한 모습에 제도 개선 의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이제는 특검의 시간이다. 지난달 7일 출범한 특검은 12개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투표용지 부족, 투표 통계 조작, 선관위의 외유성 출장, 부정 채용과 승진 특혜 등을 망라한다. 부정선거 주장에도 답해야 한다.

노태악 선관위원장 대국민 사과
(과천=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5일 경기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2026.6.5 cityboy@yna.co.kr

갖가지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선관위의 무능함에 국민은 충격과 참담함을 동시에 느꼈다. 선거관리의 독립성은 보장돼야 마땅하지만, 독립성이 부실 방기나 책무 소홀에 대한 책임과 검증까지 벗어날 수 있게 하면 안 된다는 것도 일깨워줬다.

특검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의혹과 책임을 명명백백하게 밝혀내야 한다. 국회와 정부도 선거관리 시스템 전반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씻을 수 있는 근본적인 제도 개혁에 힘을 기울여야 할 때다. 혁신의 무게를 생각하면 허비할 시간이 없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선거권이 침해됐다는 취지의 헌법소원이 제기돼 있다. 앞으로 집단적인 국가배상소송이나 당선무효 소송 등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민주주의의 꽃'으로 불리는 선거 시스템을 망가지게 한 국가적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다.

정치적 셈법에 따른 제도 설계가 아니라, K-민주주의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공정하고 안정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 신뢰를 잃은 선거 제도는 민주주의의 사상누각에 불과할 뿐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h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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