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라도 와야 산다"…지방소멸 위기 지자체들 유치전

경북 4곳·충북 2곳·강원 1곳 신청…전국 4개 시설 놓고 각축

인구 유입·지역경제 활성화 기대 속 경제효과·주민 안전 우려도

경북북부제2교도소
[연합뉴스 자료사진]

(전국종합=연합뉴스)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 위기에 직면한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과거 기피시설로 여겨지던 교정시설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

교정공무원과 가족의 정착에 따른 인구 증가와 면회객 방문 등으로 지역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특히 인구 유출과 지역경제 침체가 심각한 농촌지역에서는 교정시설을 새로운 인구 유입과 일자리 창출의 기회로 보고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다만 교정시설 건립에 따른 경제적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과 주민 안전, 생활환경 악화 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4일 각 지자체 등에 따르면 교정시설 4곳을 신설하기 위한 법무부의 부지 공모에 총 7곳의 지자체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 가운데 경북이 4곳으로 가장 많다.

교도소의 대명사인 청송군은 지난 3일 법무부에 교정시설 유치 제안서를 제출했다.

영덕군과 영양군, 의성군 등 3개 군은 제안서 제출 마감일인 4일 법무부에 유치 제안서를 냈다.

이들 4개 군은 이미 지난달에 의향서의 일종인 신청서를 제출했고 주민 대상 여론조사나 군의회 동의 등을 거쳤다.

충북 제천시와 보은군, 강원 정선군도 유치 신청서를 내고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했다.

◇ 교도소 유치전 뛰어든 7개 지자체…저마다 강점 내세워

경북 청송군은 1981년 청송보호감호소 개청 이후 45년간 국가 교정행정에 기여한 점과 주민 수용성, 기존 교정시설과의 연계성, 정주 여건 등이 이미 갖춰졌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영양군은 청송 제1보호감호소 조성 당시 입암면 흥구리 일대 66만7천106㎡ 부지를 보상 없이 제공하면서 마을 주민 20여 가구가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는 등 교정행정을 위해 희생한 점을 내세운다.

영덕군은 주민 대상 여론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80.8%가 찬성하고 군의회가 교정시설 유치 동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점 등을 부각하고 있다.

의성군도 전국 교통 접근성과 주민 수용성 등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충북 제천시는 후보 1순위인 송학면 도화1리의 경우 시유지 비율이 높아 용지 확보가 용이하고 경사가 완만해 주변 수목을 활용한 자연 차폐가 가능하다는 점 등을 어필하고 있다.

보은군은 국토의 중앙에 있어 전국 어디서나 접근하기 쉬운 데다 지역 곳곳에 250여장의 유치 희망 펼침막이 내걸릴 만큼 주민 호응도가 높은 점을 부각하고 있다.

강원도 정선군은 지난 3일 정선공설운동장에서 열린 교정시설 유치 촉구 결의대회에 군민 1천여명이 참석할 만큼 높은 열의를 보인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교정시설 유치 캠페인 나선 최재형(가운데) 보은군수
[보은군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 인구 줄고 상가는 텅텅…교도소 유치에 사활 건 지자체

교정시설 유치에 나선 지자체들은 대부분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 위기를 겪고 있다.

이들 지자체에서는 과거 기피시설로 여겨지던 교정시설을 인구 유입과 지역경제 활성화의 기회로 보고 있다

지난 9월 기준으로 인구는 경북 영덕군 3만2천477명, 영양군 1만5천960명, 의성군 4만7천861명, 청송군 2만5천557명에 불과하다.

고령층 인구가 많다 보니 자연 감소하는 인구도 매달 수십 명에 이르면서 지역 소멸 위기도 가속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자체들은 인구 유입을 위한 교정시설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충북 제천시 관계자는 "매년 지역 청년 인구가 500명씩 유출되고 상가 공실률이 22%를 넘어서고 있어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1곳당 수용 정원 1천명, 직원 250명 규모의 새 교정시설을 전국 4곳에 조성할 계획이어서 인구 유입에 적잖은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교정시설 유치 결의대회
[영양군 제공.재판매 및 DB금지]

◇ 교도소 하나에 2천419억 투입…지역경제 활성화 기대

새 교정시설이 들어서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교정시설이 몰려 있는 경북 청송군 진보면에는 교도소 직원 등 1천여 명이 상주하다 보니 인근 상권이 꾸준히 활기를 띠고 있다.

면회객이 연중 방문하면서 교도소 인근 음식점과 카페, 숙박시설 등은 안정적인 매출을 유지하고 있다.

교도소에 납품하는 식재료 등도 해당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 물품을 우선하다 보니 지역 농민들에게도 적잖은 도움이 되고 있다.

여기에 교정 공무원이나 직원 채용 시 해당 지역 인재를 우선하고 있어 인구 유출을 그만큼 줄일 수 있다.

또 새 교정시설 건설 과정에 지역 건설업체가 참여하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새 교정시설 1곳을 조성하는 데 들어가는 예산만 2천419억원이다.

강원 정선군, 교정시설 유치 염원 범군민 결의대회
[정선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교도소 유치, 장밋빛 미래만 있나…경제효과·안전 우려도

상주인구 증가, 지역 일자리 증가, 지역경제 활성화 등 교정시설 유치에 따른 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유치 신청 지역에서는 교정시설 유치가 실익이 있는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범죄 발생에 대한 불안, 수용자 탈출 등 돌발 상황에 따른 안전사고 걱정, 교정시설 주변 생활 환경 악화 등 부작용을 우려해서다.

또 교정시설 조성 사업비가 지역 업체에 실제로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교도소 직원이 해당 지역에 정주하는 비율은 어느 정도인지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천시가 최근 시민 1천5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2.5%포인트)에서는 교정시설 유치 반대 비율이 38.3%에 이르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일부 지역에서는 인구 유입과 경제 활성화를 기대하며 교정시설 유치에 대한 열의가 커지는 분위기다.

법무부는 교정시설 유치 제안서 제출이 마무리됨에 따라 본격 심사에 들어갔다.

법무부는 제안서 심사와 함께 현장 실사를 벌인 뒤 다음 달에 최종 대상지 4곳을 확정한다.

(손대성 황재하 박병기 천경환 박영서 김용민 기자)

yongm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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