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픽] "AI 두뇌값 1년새 13분의 1"…유례없는 가격 폭락

같은 문제 푸는 데 드는 돈, 분기마다 절반 가까이 줄어

박사급 문제 풀이 30센트→0.04센트…18개월 만에 725분의 1

AI 데이터센터
[연합 AI 플랫폼 생성 이미지]

(서울=연합뉴스) 오지은 기자 = 인공지능(AI)이 같은 수준의 문제를 풀고 답을 내놓는 데 드는 '추론 비용'이 1년마다 1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AI 경쟁으로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전력,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 비용은 치솟고 있지만, 정작 이용자가 같은 성능의 AI를 사용하는 가격은 배터리나 컴퓨터 연산력 등 과거 주요 기술에서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하락하는 'AI 가격 역설'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 AI 추론 비용 매년 13분의 1로…DNA 분석보다 4배 빠른 하락

비영리 연구기관 에포크 AI(Epoch AI)는 최근 발표한 '추론 비용의 급락' 보고서에서 2023년 이후 동일한 수준의 AI 성능을 구현하는 데 드는 비용이 분기마다 약 47%씩 하락했다고 4일 밝혔다.

1년으로 환산하면 매년 13분의 1(13배 하락) 수준으로 떨어지는 셈이다.

보고서는 이러한 가격 하락세가 인류 산업사에서 찾아보기 힘든 기록적인 속도라고 짚었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과거 기술들과 비교했을 때, AI 추론 비용 하락 속도는 인간 유전체(DNA) 분석 기술보다 4배, 컴퓨터 연산력 발전보다 6배,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18배 빠르다.

1973년 이전 100년간 전력 가격이 떨어진 속도와 비교하면 무려 54배나 가파르다.

이 같은 비용 급락은 실제 성능 벤치마크에서도 확인된다.

오픈AI가 2025년 1월 선보인 추론 모델 'o3'는 물리학·화학·생물학 등 박사급 시험인 GPQA 다이아몬드에서 정답률 75%를 기록하는 데 문제당 평균 30센트(약 400원)의 비용이 들었다.

하지만 불과 1년 반 뒤 출시된 'GPT-5.6 루나(Luna)'는 똑같은 난도의 시험에서 같은 성적을 내는 데 단 0.04센트(0.0004달러)밖에 쓰지 않았다.

18개월 만에 같은 수준의 두뇌를 빌려 쓰는 가격이 725분의 1로 주저앉은 것이다.

보고서는 이를 두고 "5천만원짜리 신차 가격이 1년 반 만에 7만원으로 떨어진 것과 같은 낙폭"이라며 "역사상 어떤 범용 기술도 이렇게 단기간에 저렴해진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분야별로는 수학 문제 해결 비용이 분기당 5052%(연 1619배) 떨어져 가장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고 체스나 게임 기반 퍼즐은 분기당 3943%(연 710배) 하락했다.

소버린 AI (PG)
[김선영 제작] 일러스트

◇ 신모델 나오면 가격 더 빨리 붕괴…빅테크 '독점 이윤'도 짧아져

주목할 점은 새로운 최고 성능 모델이 시장에 처음 등장한 직후 가격 붕괴가 가장 극심하다는 사실이다.

새로운 모델이 최고 성능을 갈아치운 직후에는 경쟁 모델들이 빠르게 모방·추격하면서 해당 수준의 성능을 구현하는 비용이 분기당 66%(연 75배)나 폭락했다. 이후 2년이 지나면 분기당 32%(연 4.7배)로 낙폭이 다소 진정되는 양상을 띠었다.

이는 빅테크 기업들이 막대한 자본과 전력을 쏟아부어 최첨단 모델을 개발하더라도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비싼 요금을 받아 초과 이익을 누릴 수 있는 기간이 찰나에 불과함을 뜻한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폐쇄형 독점 모델과 오픈소스 진영 간의 치열한 추격전이 벌어지며 성능 대비 단가를 급속도로 끌어내리고 있다.

보고서는 "AI 붐으로 인해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전력, 데이터센터 인프라 등 투입 비용은 폭등하고 있지만 정작 산출물인 추론 서비스의 시장 가격은 무섭게 추락하는 역설이 벌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기업과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전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고성능 AI를 손쉽게 도입할 수 있게 된 반면 모델 개발사들 사이에서는 극심한 가격 인하 레이스가 이어지며 단기 독점 이윤을 지키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built@yna.co.kr

핫 뉴스

뉴스 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