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조사 논란에 "투기만 처분" 선그은 정부…일각선 후퇴 지적도(종합)

비투기성 위반 농지 '처분 유예'서 '처분 제외'로…특례 2∼3년 특별조치법 추진

처분 범위 좁혀지며 정책 후퇴·기존 처분 명령 대상자와 형평성 논란도 제기

농지조사 후속 조치 발표하는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
(세종=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농지 전수조사 후속 조치와 제도 개혁 방향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2026.10.8 utzza@yna.co.kr

(서울=연합뉴스) 한주홍 기자 = 농지 전수조사를 둘러싼 농민들의 반발과 불안이 커지자 정부가 투기 목적이 아닌 농지법 위반에 대해서는 아예 처분하지 않기로 했다.

당초 불법 농지를 농지은행에 위탁할 경우 처분 유예를 해주겠다는 방침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8일 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농지 전수조사 후속 조치로 처분에서 제외할 유형을 구체화하고, 이들 농지를 적법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특례기간을 두는 내용의 특별조치법 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송 장관은 이날 "이번 조사 결과로 처분을 하지 않는다"며 "투기 이외의 것에는 처분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 상속농지·관행 임대차 등 처분 제외 5대 유형 구체화

정부가 처분하지 않기로 한 유형은 ▲ 상속으로 취득한 농지 ▲ 고령 등의 사유로 이웃이나 친지에게 농사를 맡긴 관행적 임대차 ▲ 종중·사찰 등 복잡한 소유관계의 농지 ▲ 맹지·급경사지 등 농사짓기 어려운 농지 ▲ 농업용으로 사용되는 농업인 주택 등 무허가 시설이다.

이들 사례는 형식적으로 농지법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더라도 농지를 이용해 시세 차익을 얻으려는 투기와는 성격이 다른 만큼 처분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반면 명백한 투기 목적의 농지 취득은 여전히 처분 대상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영농계획서를 제출해 농지를 취득한 뒤 농사를 짓지 않고 방치하거나 임대하는 경우, 경매 등으로 농지 지분을 취득한 뒤 경작하지 않고 방치하거나 임대하는 경우, 농업법인을 통해 농지를 쪼개 팔거나 임대해 부동산 수익을 올리는 경우 등이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 농지조사 후속 조치 발표
(세종=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농지 전수조사 후속 조치와 제도 개혁 방향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2026.10.8 utzza@yna.co.kr

◇ '처분 유예'에서 '처분 안해'로…특례기간 2∼3년 검토

정부는 앞서 지난달 21일 당정협의회를 통해 투기 목적이 아닌 농지법 위반에 대해 농지은행에 임대·관리를 맡기는 경우 처분을 유예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처분 유예'라는 표현으로 농민들의 불안이 커지자 이번에는 비투기성 위반에 대해서는 처분 자체를 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송 장관은 "유예라는 표현을 쓰니까 일정 기간 동안 유예하고 다시 처분이 되는 것 아니냐 오해를 하실 수 있어 그 부분을 확실히 했다"며 "이번 조사 결과로 처분을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특별조치법을 통해 불법 농지를 양성화할 수 있도록 특례기간을 두는 방안도 추진한다. 특례기간은 2∼3년을 검토하고 있다.

특례기간 내에 적법하게 바로잡지 못하더라도 비투기성 위반이라면 이를 이유로 처분 절차를 다시 진행하지는 않는다.

송 장관은 "처분은 하지 않지만 법률적으로 위반인 상태가 계속되면 불안한 상태가 이어질 수 있다"며 "원하는 경우에 이를 스스로 적법한 상태로 바꿀 수 있도록 특례기간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 농지 전수조사 추진 상황 현장 점검
(서울=연합뉴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11일 경기 화성시 팔탄면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해 농지 전수조사 추진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2026.6.11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정부는 농지를 팔거나 맡기고 싶어도 농지은행 매입량이 부족하다는 현장 지적에 따라 내년도 예산 증액을 국회와 협의하고, 매입 대상을 진흥지역 농지 위주에서 농업 활용이 가능한 비진흥지역 농지까지 확대한다.

송 장관은 농지은행 관련 예산을 올해 대비 25% 증액한 안을 정부안으로 국회에 제출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농식품부는 특별조치법을 이달 중 발의하고 연내 국회 절차를 마무리하는 한편, 조사 결과를 반영한 농지법 개정안을 내년 상반기까지 마련할 계획이다.

◇ 농지조사 논란 속 대책…목표 후퇴 우려도

이번 조치는 농지 전수조사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나왔다.

농지 전수조사 결과에 따라 농지 처분이 대거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농지가격 하락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정부와 여당은 지난달 21일 당정협의를 열고 후속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이후에도 농지조사의 범위와 조사 결과에 따른 처분 문제를 둘러싼 농민들의 불안과 반발이 계속됐고, 전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농식품부 국정감사에서도 농지조사를 둘러싼 문제점과 처분 기준 등을 놓고 질타가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이번에 상속농지와 관행적 임대차 등 비투기성 위반을 처분 대상에서 아예 제외하기로 하면서 당초보다 처분 대상의 범위는 한층 좁아지게 됐다.

다만 처분 대상이 이처럼 좁아지면서 당초 투기성 농지 취득을 엄단하겠다는 목표가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미 처분명령을 받고 이행한 사람과 이번 조치로 처분 대상에서 제외되는 사람 사이의 형평성 문제도 남아 있다.

송 장관은 "형평성 문제에 대해서는 논의가 더 필요하다"며 "이미 처분 명령을 받은 분들에게 특례를 적용할지 여부도 국회 논의 단계에서 좀 더 의논을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ju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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