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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해양생물자원관, 표본 61만점 보존…바닷속 생명 찾는 과학자들
해양생물주권 확보, 화장품·건강식품·신약 치료제 원료 개발
[※ 편집자 주 = 부산으로 이전한 해양수산부가 올해 출범 30주년을 맞았습니다. 바다 안전부터 해양 연구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쳐 해양수산 행정을 펼치고 있지만 그 역할과 중요성은 쉽게 드러나지 않습니다. 연합뉴스는 해양수산부와 소속 기관의 업무를 하나씩 '분해'해 살펴보는 기획 기사를 매주 1차례 송고합니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부산=연합뉴스) 박성제 기자 = 1994년 국제자연보전연맹이 멸종을 공식화한 독도 바다사자.
우리에게 '독도 강치'로 익숙한 이 동물은 한반도를 중심으로 서식하다가 일제강점기 남획으로 1950∼1970년대에 자취를 감춘 해양 포유류다.
국내에서 강치가 마지막으로 확인된 것은 1976년 독도에서다. 이후 국내에서는 서식이 확인되지 않았다.
그런데 2020년 9월 동해권에 서식하는 기각류(지느러미 형태의 다리를 가진 해양 포유류)의 서식 환경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강치로 추정되는 동물의 뼈 41점이 울릉도 가재굴에서 발굴됐다.
이후 국제유전자정보은행(NCBI)에 등록된 유전자 정보와 비교·분석한 결과, 이 뼈가 과거 울릉도에 서식했던 강치의 것으로 밝혀졌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은 발굴된 강치 뼈의 유전체를 분석하고 전체 골격을 되살리는 복원 연구를 진행했다.
발견되지 않은 나머지 뼈를 실물 크기로 3차원(3D) 프린팅해 전체 골격을 복원한 것이다.
이렇게 복원된 강치의 모습은 오는 19일부터 25일까지 서울역, 11월에는 국립해양생물자원관에서 소개된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은 이처럼 우리 바다에 서식하는 해양생물을 조사하고 수집·보존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현재 자원관이 관리하는 해양생물은 '국가해양수산생물종 목록집'에 기록된 국내 해양생물 1만6천584종 가운데 1만1천29종으로, 보유 표본만 61만점에 달한다.
이처럼 방대한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자원관과 국내 연구기관·대학 연구진은 매년 우리나라 연안과 먼바다를 찾아 해양생물을 조사, 채집한다.
채집한 생물은 자원관으로 옮겨져 형태 관찰과 유전자 분석 등을 거쳐 종과 생물학적 특성을 확인한다.
이후 표본으로 제작하고 채집 위치와 서식 환경 등 관련 정보를 기록해 우리나라 해양 생명 자원으로 등록, 보존한다.
자원관 관계자는 "이렇게 확보한 해양생물자원은 우리 바다의 생물다양성을 측정하고 시기별 변화를 평가할 수 있는 과학적 증거이자, 과거 해양환경을 살펴볼 수 있는 타임캡슐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새로운 해양생물을 채집했다고 해서 곧바로 신종으로 인정받는 것은 아니다.
기존에 알려진 유사한 종들과 비교하고 미세한 신체 구조를 관찰하는 한편, 유전자 분석 등을 통해 종을 구별할 수 있는 특징을 확인해야 한다.
동해에서 발견된 저서성 요각류 신종 4종의 경우 처음 채집한 뒤 조사와 분석을 거쳐 국제학술지에 발표하기까지 9년이 걸렸다.
저서성 요각류는 크기가 1㎜에 불과한 작은 갑각류로, 바닷속 모래나 바위틈에 서식한다.
이 연구에서는 신종을 발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분류군까지 밝혀냈다.
작은 해양생물 하나를 새롭게 밝혀내는 데도 오랜 시간과 정밀한 연구가 필요한 셈이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구진이 발견하고 보존한 해양생물자원은 단순히 표본으로 남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자원관은 해양생물자원의 가치를 우리의 삶과 연결하기 위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심해와 북극해, 남극해 등 고압·저온·고염의 특수한 환경에 적응한 해양생물은 육상생물과 차별화된 생리·대사 특성을 지닌다.
이러한 특성을 활용해 희소성 있는 유용물질을 발굴하고 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 등의 원료로 개발하는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해외에서는 해면에서 발견한 천연물질을 바탕으로 유방암 치료제가 개발됐으며, 청자고둥의 독 성분으로 만든 진통제도 사용된다.
자원관 역시 연구 성과를 실제 제품 개발로 연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23년부터 기술이전 34건이 이뤄졌으며, 이 가운데 7건은 실제 제품 개발로 이어졌다.
대표적으로 해양미생물을 원료로 한 피부 진정 및 보습 화장품이 출시됐으며, 올해는 바닷속에서 빛을 내는 미생물을 활용해 수질을 평가하는 시약이 개발됐다.
[해수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앞으로는 해양생물의 유전자 정보를 둘러싼 국가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자원관은 해양생명자원 정보화 사업을 통해 소중한 정보자산을 미래 세대가 활용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아직 초기 단계인 해양바이오 산업의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연구에도 힘을 쏟을 방침이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 관계자는 "기초연구는 물론 국민의 건강증진과 국가 경제발전에 기여하는 실용 연구 분야까지 연구 지평을 넓혀 해양생물 주권을 지키겠다"며 "바다에서 찾은 미래 가능성을 현재가치로 바꿔주는 연구 그리고 국민의 시간, 비용, 불확실성을 줄여주는 연구기관이 되겠다"고 말했다.
psj1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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