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가' 타고 미국으로…K-조선, 현지생산으로 도약 발판

한화 필리조선소 인수 이어 HD현대 신규 조선소 설립키로

숙련 인력·안정적인 물량 확보 과제…수익성 확보 관건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를 계기로 국내 조선업계의 미국 진출 전략이 현지 생산기지 확보로 구체화하고 있다.

한화가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데 이어 HD현대가 신규 조선소를 짓기로 하는 등 미국 조선업 재건이라는 정책적 기회를 선점하기 위해 국내 조선사들이 투자와 생산 인프라 구축에 나서며 K-조선이 새로운 국면을 맞는 모습이다.

HD현대-키윗 조선 합작법인 설립 계약
(서울=연합뉴스) HD현대는 22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미국 최대 건설·엔지니어링·인프라 기업 '키윗'(Kiewit)과 조선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고 23일 밝혔다. 2026.10.23 [HD현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3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는 미국 최대 건설·엔지니어링·인프라 기업 '키윗'과 손잡고 미국에 신규 조선소를 짓기로 했다.

그간 미국 내 기존 조선소 인수와 지분 투자, 신규 조선소 설립 등을 놓고 저울질해오던 HD현대가 신규 조선소 건설을 통해 미국 내 생산 거점을 구축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매물로 나온 미국 조선소 2∼3곳의 경우 몸값이 높아진 반면 노후화한 상태여서 인수를 하더라도 효율이 떨어지는 만큼 아예 새로운 조선소를 짓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규 조선소는 2027년 착공에 들어가 2029년부터 본격 가동에 돌입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미국 남부와 서부 지역을 놓고 복수의 후보지 평가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르면 연내에 부지를 최종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투자 규모도 이에 맞춰 결정될 전망이다. 지분 구조 역시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HD현대가 50% 이상을 확보할 예정이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월 미국에 투자한 조선업체가 본국에서 미 해군 선박을 최대 2척 건조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각서에 서명한 데 따른 것이다.

이 적용을 받으려면 지분 50% 이상 확보해 미국에 새로운 조선소를 건설하거나 미국 내 조선소를 인수해야 한다.

한화필리조선소 전경
[한화그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HD현대보다 한발 앞서 미국에 진출한 한화그룹은 필리조선소를 현지 조선업 재건의 핵심 거점으로 구축하고 있다.

한화는 앞서 2024년 말 1억달러(약 1천450억원)를 투자해 필라델피아 네이비야드 내부 부지에 자리한 필리조선소를 인수했으며, 지난해 8월에는 마스가의 일환으로 필리조선소에 50억달러(7조원)를 추가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한화오션의 자동화 설비와 스마트 야드, 안전 시스템을 도입해 고부가가치 선박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만들고, 함정 블록 및 모듈 공급, 함정 건조도 진행할 계획이다.

한화는 이러한 설비투자를 통해 연간 1∼1.5척 수준인 선박 건조 능력을 20척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3월 한화의 미국 내 방위산업을 담당하는 한화디펜스USA가 설립되고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이래 처음으로 미 해군 프로젝트를 수주한 데 이어 지난 7월 미국 해사청에서 해상 미사일 시험 계측선(MRIV)을 수주하는 등 구체적 성과도 올리고 있다. 현재 국가안보 다목적 선박(NSMV) 4척을 인도했으며, 내년에 5호선을 인도할 예정이다.

지난 7월 한미조선협력센터 개소식에서 미국 파트너들과 조선 산업 전반에 대한 협력 체계를 구축한 데 이어 이달 초 필리조선소가 위치한 펜실베이니아주의 데이브 맥코믹 연방 상원의원(공화)이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을 찾는 등 한미 조선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한화는 호주 조선·방산 기업 오스탈의 미국 사업부인 오스탈USA 인수를 추진하며 마스가 프로젝트의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한화필리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선박의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처럼 마스가를 계기로 국내 조선업계가 미국 진출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관건은 이 같은 투자 확대를 실질적인 사업 성과로 연결할 수 있는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지 생산시설을 확보하더라도 숙련 인력과 안정적인 공급망을 갖추고 생산성을 끌어올리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발주 물량 확보도 숙제다.

한화 필리조선소의 경우 인수 이후 미국 정부와 그룹 계열사 물감을 제외한 외부 민간 고객으로부터 확보한 일감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조선업의 높은 건조 원가와 제한적인 생산 역량 역시 수익성 확보를 위해 풀어야 할 과제다.

실제로 한화 필리조선소는 인수 이전에 수주한 저수익 선박의 공정 지연과 원가 부담이 이어지면서 손실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2분기 영업손실은 약 192억원으로, 당초 올해로 예상했던 흑자 전환 시점도 내년으로 미뤄진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조선업 재건 수요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현지 투자뿐 아니라 지속 가능한 사업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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