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결산] ⑤北, 준수한 성적에도 폐쇄성·비매너에 멀어진 '정상국가'

파견 규모 줄이고도 금 7·은 13·동 9 수확해 12위…'정예' 선수단, 역도석권 등 경기성과

南취재진·선수 무시·외면하며 '적대적 2국가 관계' 부각…단절된 남북관계 단면

인공기 든 북한 선수단
(니시오[일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29일 일본 아이치현 니시오의 니시오 체육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복싱 여자 54㎏급 준결승 북한 방철미와 중국 자오쉬안의 경기. 북한 선수들이 응원석에서 인공기를 들고 있다. 2026.9.29 ksm7976@yna.co.kr

(나고야=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북한은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 '정예' 선수단으로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그러나 대회 기간 남측 언론을 향해 노골적 적대감을 드러내거나 일부 감정 섞인 행동으로 비매너 논란을 자초했다.

다른 나라와 한데 어울려 스포츠 교류를 나누는 정상 국가로서의 입지를 확보했는지는 의구심을 남겼다.

금메달 획득하는 북한 리성금
(나고야=연합뉴스) 김동민 기자 = 23일 일본 나고야 중소기업진흥회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역도 여자 49㎏ 결승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북한 리성금이 시상대에 올라 김일국 북한 체육상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리성금은 인상 2차 시기 94kg, 용상 2차 시기 121kg를 성공하며 총합 215kg으로 금메달을 획득했다. 2026.9.23 image@yna.co.kr

◇ 메달밭 된 역도, 세계기록 경신 릴레이…축구·체조 등 간발의 차 은메달

14개 종목에 선수단 107명을 파견한 북한은 금메달 7개 은메달 13개, 동메달 9개로 종합 12위에 올랐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당시보다 선수단 규모가 크게 줄어든 점을 고려하면 작지 않은 성과로 평가된다.

3년 전에는 선수단 191명이 금메달 11개를 포함해 메달 39개를 따내고 종합 10위 성적을 거둔 바 있다.

특히 이번 대회 역도에서 거둔 성과는 눈부시다.

북한은 여자 최경량급(49㎏) 리성금이 세계신 3개를 작성하며 첫 금메달을 안긴 이후 금메달만 7개를 역도에서 쓸어 담았다.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포함해 메달 총 10개를 역도에서만 따내 이 종목 북한 선수단 10명이 전원 메달을 수확했다. 새로 쓴 세계기록만 15개에 이른다.

시상대 나란히 선 한국·북한·중국
(나고야=연합뉴스) 이동해 기자 = 24일 일본 나고야 종합체육관 레인보우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기계 체조 여자 도마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여서정이 메달리스트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왼쪽은 은메달리스트 북한 안창옥, 오른쪽은 동메달리스트 중국 두쓰위. 2026.9.24 eastsea@yna.co.kr

그러나 다른 종목에서는 좀처럼 '금맛'을 보지 못했다.

소나기골을 퍼부으며 파죽지세로 결승에 오른 여자 축구는 정작 금메달이 걸린 결승에서 일본을 만나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패해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인민체육인'으로 북한의 스포츠 영웅급 대우를 받는 복싱 여자 54㎏급 방철미도 결승에서 판정패했고, 기계체조 '간판' 안창옥 역시 여자 도마에서 한국의 여서정에게 밀려 시상대에서 울상을 지었다.

웰컴 세리머니 행사 마치고 자리 떠나는 북한 선수단장
(나고야=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개막 하루 전인 18일 일본 나고야항 선수단 숙소 인근 광장에서 열린 웰컴 세리머니에서 북한 박천종 선수단장이 행사가 끝나자 자리를 떠나고 있다. 2026.9.18 dwise@yna.co.kr

◇ "말 똑바로 하라" 호칭 민감…대남 적대감 속 철벽 친 북한

북한은 대회 기간 내내 한국 언론을 회피했다.

한국 기자가 많은 기자회견에 아예 불참했고, 한국 기자가 '북한' 호칭을 사용하면 "말을 똑바로 다시 하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선수들뿐 아니라 북한올림픽위원회 대표단장인 김일국 체육상을 비롯한 선수단 전원이 현장에서 마주친 한국 기자의 질문을 철저히 외면하거나 자리를 피했다.

혹시라도 '적대적 두 국가' 기조에서 벗어나는 발언이 나오지 않도록 선수단 전체에 '함구령'이 내려졌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북한 선수단 일부가 일본 망명을 시도했다는 보도, '짝퉁 김정은' 인플루언서의 경기장 등장 등을 상세히 전한 한국의 보도를 접한 이후 한국 언론에 대한 북한 선수단의 경계심이 더욱 강해졌다는 분석도 있다.

인사 없이 떠나는 북한 선수단
(도요타[일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26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축구 8강 북한과 일본의 경기. 북한 선수들이 일본 선수와 인사하지 않고 이동하고 있다. 2026.9.27 ksm7976@yna.co.kr

◇ 남자 축구, 3년 전 '비매너' 재현…스스로 멀어진 '정상 국가'

북한 남자 축구대표팀은 비매너 행위로 비판받았다.

북한은 일본과의 축구 남자 8강전에서 선제골을 허용하고 항의하다가 통하지 않자 선수들이 모두 경기장에서 퇴장하면서 경기를 1∼2분간 중단시켰다. 패배가 결정되자 악수도 하지 않은 채 그라운드에서 퇴장해버렸다.

3년 전 항저우 대회 당시의 비매너 행위가 반복됐다는 일본 언론의 평가가 나왔다.

복싱에서는 방철미가 결승전에서 심판의 패배 판정을 받아들이지 않고 상당 시간 항의하며 진행을 지연시켰다.

북한 방철미, 은메달
(니시오[일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2일 일본 아이치현 니시오의 니시오 체육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복싱 여자 54㎏급 시상식. 은메달을 획득한 북한 방철미가 다른 선수들과 어울리지 않고 서 있다. 2026.10.2 mon@yna.co.kr

북한은 이번 아시안게임에 선수와 임원진을 포함해 180여명의 대표단을 파견했다. 일본에 보낸 스포츠 대표단으로는 역대 최대규모다.

국제사회의 정상적 일원으로서 스포츠 교류에 참여해 체제 안정성에 대한 자신감을 과시하려 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폐쇄적인 모습과 비매너 행위를 반복하면서 여전히 '정상 국가'와는 동떨어진 실체를 확인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정상 국가를 지향한다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오히려 실제 행동은 그런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다"며 "이런 모습만 보면 정상 국가 지향에 실패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 응원단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필승 조선' 붉은 물결 응원단…취재 앞엔 차갑게 돌아선 등

재일조선인총연합회(조선총련)가 조직한 북한 응원단도 관심을 모았다.

이들은 '이겨라 조선', '필승 조선' 등의 구호가 적힌 붉은색 티셔츠를 입고 북한 선수들이 나선 거의 모든 경기에 등장했다.

'우리는 조선사람', '가리라 백두산으로', '공격전이다' 등 북한의 애국주의 선전가요들이 응원가로 활용됐다.

대회 기간 남북 맞대결이 이뤄지는 경우 한국을 응원하는 '대∼한민국' 구호와 북한을 응원하는 '필승조선!' 구호가 경기장에서 함께 울려 퍼지기도 했다.

응원단도 선수단과 마찬가지로 역시 한국 취재진의 취재에는 일절 응하지 않는 등 한국과의 교류에는 철저하게 선을 그어 단절된 남북 관계의 현실을 실감하게 했다.

대회 내내 적대적이고 냉랭한 태도로 일관하던 북측 응원단이지만 경계를 늦추는 예외적인 순간도 있었다. 여자축구 결승전에서 일부 북한 응원단은 바로 곁의 10명 남짓한 '남측' 응원단을 향해 "같이 응원합시다"며 활짝 웃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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