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이민성이 꼽은 '일등 공신' 양현준…이유는 '그라운드 밖 리더'

부상으로 1경기만 뛰었으나 '원팀' 기여…"민혁이와 같은 방 쓰며 케어 많이 했죠"

양현준 '돌파'
(나고야=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15일 일본 나고야 미즈호 공원 럭비경기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D조 1차전 대한민국 대 카타르의 경기. 한국 양현준이 드리블 돌파하고 있다. 2026.9.15 mon@yna.co.kr

(도요타[일본]=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모든 선수가 다 '일등 공신'이지만, 한 명을 꼽아야 한다면 양현준을 꼽고 싶습니다."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4회 연속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세운 23세 이하(U-23) 대표팀의 이민성 감독이 3일 일본과의 결승전을 마치고 기자회견에서 금메달의 '일등 공신'을 꼽아 달라는 질문에 한 답이다.

스코틀랜드 프로축구 명문 셀틱에서 뛰는 측면 공격수 양현준은 2002년생으로, U-23 연령대가 참가하는 아시안게임에서 국가당 3명씩 허용되는 와일드카드(24세 이상 선수) 중 한 명으로 이민성호에 발탁됐다.

기대를 모으며 승선했으나 햄스트링(허벅지 뒤 근육)이 좋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 양현준은 지난달 15일 열린 카타르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 선발 출전한 이후엔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카타르전(4-1 한국 승)에서 김명준(헹크)의 골을 어시스트하며 승리에 힘을 보탰는데, 이후 경기에서 활약이 없었던 터라 이 감독의 '일등 공신' 선택은 다소 의외로 여겨질 수 있었다.

엄지성, 선제골의 주인공
(나고야=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15일 일본 나고야 미즈호 공원 럭비경기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D조 1차전 대한민국 대 카타르의 경기. 한국 엄지성이 선제골을 넣은 뒤 양현준과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2026.9.15 mon@yna.co.kr

이 감독은 "한 경기 후 부상으로 뛰지 못했는데, 뒤에서 무척 헌신했다. 그런 것이 오늘 뛴 선수들에게 많은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며 이유를 설명했다.

이후 취재진을 만난 양현준은 팀 후배 양민혁(베스테를로) 얘기를 꺼냈다.

이번 아시안게임 연령 기준에 드는 20세로, 또래 최고의 기대주로 꼽혔던 양민혁은 소속팀에서 출전 기회를 많이 잡지 못하는 가운데 아시안게임에 왔고 대회에서도 기량을 마음껏 펼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다시 선발로 나선 결승전에서 엄지성(스완지시티)의 결승 골을 멋진 크로스로 도왔는데, 그 과정에서 '룸메이트' 양현준의 멘털 관리가 있었다는 것이다.

양현준은 "민혁이가 좀 힘든 상황이었다. 제가 부상을 겪으며 갑자기 경기에 뛰고 부담감을 가졌던 것 같다"면서 "제가 해줄 수 있는 것을 다 해주고,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게 도와준 걸 감독님이 고마워하시는 것 같다"고 밝혔다.

대표팀은 대회 기간 사전에 배정된 대로 숙소의 방을 사용해오다가 중국과의 준결승전을 오사카에서 치른 뒤 결승전 장소인 도요타로 넘어오면서는 자유롭게 정하게 됐는데, 그때 양현준이 양민혁과 같은 방을 쓰길 자처했다고 한다.

슈팅 시도하는 양민혁
(나고야=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22일 일본 나고야 미즈호 공원 럭비경기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조별리그 2차전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경기. 한국 양민혁이 슈팅을 시도하고 있다. 2026.9.22 hwayoung7@yna.co.kr

양현준은 "경기에 뛰지 못하거나 뛰면서 실수하면 멘털이 많이 무너지는 모습이 보여서 '그럴 필요 없고, 공격수는 꾸준하게 하던 것을 하면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얘기해줬다"면서 "머리가 좋은 친구라 그걸 알아듣고 잘 이행했다. 저는 말만 했다"고 밝혔다.

그렇게 보살핀 양민혁이 '금메달 골' 도움의 주인공이 된 것에 "정말 감격스럽다"면서 "민혁이는 원래 실력 있는 선수다. 토트넘에서 데려가다 보니 그 부담감과 무게감을 느낀 것 같은데, 결승전에는 그런 걸 버리고 경기에 몰입한 것 같아서 선배로서 기쁘다"고 했다.

첫 경기 이후 사실상 부상 상태가 '대회 아웃' 정도였다고 이제야 밝힐 수 있게 된 양현준은 그로 인한 팀에 대한 미안함은 '커피'로 주로 풀었다고 했다.

몸 푸는 양현준
(나고야=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13일 나고야 도요타스포츠센터에서 열린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 훈련에서 양현준을 비롯한 선수들이 몸을 풀고 있다. 2026.9.13 mon@yna.co.kr

그는 "경기장 안에서 도움을 못 드리니 바깥에서라도 애들과 잘 지내고 '원팀'으로 모으려고 했다. 해외파들이 늦게 합류하면서 팀이 좀 따로 노는 느낌이 있었는데, 제가 가운데서 축구나 생활 얘기를 많이 나누며 한 팀으로 모으는 역할을 하려 했다"면서 "커피는 제가 거의 다 사려고 했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양현준은 "(이)영준이와 (김)준홍이, (이)승원이가 군대를 갔다 왔지만, 팀에서 많은 역할을 했다. 안 갔다 온 선수들과 똑같이 열심히 뛰어줬다"면서 "그 셋에게 특히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번 대표팀의 많은 선수가 그렇듯, 양현준도 이번 금메달에 따른 병역 혜택으로 해외 활동의 중대한 변수 하나를 해결했다.

양현준은 "선수 생활을 좀 더 높은 목표를 갖고 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서 정말 좋다"면서 "우리나라에 좋은 어린 선수들이 많은데, 해외로 나가는 선수도 더 많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song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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