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군대 안 갑니다"…금메달 축구 대표팀, 병역 관련 언행 논란

축구 4연패 주역 이기혁·양민혁 등 인터뷰 발언·SNS로 비판 자초

정치권서도 "군대가 혐오시설이냐…혜택 재고해야" 목소리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4회 연속 금메달
(도요타[일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3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2026.10.3 hwayoung7@yna.co.kr

(나고야=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4회 연속 금메달의 환희가 가시기도 전에 금메달에 따른 병역 혜택에 대한 일부 선수들의 경솔한 언행으로 대표팀이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이민성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U-23) 축구 대표팀은 3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후반 엄지성(스완지시티)의 결승 골에 힘입어 1-0으로 승리, 2014년 인천 대회부터 이어진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연속 금메달을 '4회'로 늘렸다.

극적인 한일전 승리로 위대한 역사를 이어간 대표팀은 박수받으며 대회를 마쳤지만, 이후 병역 혜택을 자랑하거나 '군대 가기 싫었다'는 마음을 대놓고 표출하는 일부 선수의 발언이나 소셜 미디어(SNS) 게시물이 논란을 일으키며 업적을 퇴색시키고 있다.

이번 대표팀에서 주장을 맡은 이기혁(강원)은 금메달 획득 후 방송 인터뷰에서 "금메달을 못 땄으면 한국에 돌아가서 입대가 9일 남았었다. 선수들에게도 군대 면제가 되게 중요한 대회였는데, 제게는 특히 현실적으로 코앞에 있었다"면서 "간절했고 절실했다. 마음이 무거웠는데 짐을 덜어내 뜻깊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군대 안 갑니다"라고 말하며 환한 미소와 함께 금메달을 들어 올렸다.

아시안게임 4연패 이룬 남자 축구 대표팀
(도요타[일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3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대한민국과 일본의 결승. 승리 후 금메달을 획득한 한국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2026.10.3 hwayoung7@yna.co.kr

여기에 일본전에 함께 선발 출전해 활약한 양민혁(베스테를로)은 "메달이나 트로피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군 면제(병역 혜택)라는 보상이 있으니, 그거 하나만 보고 경기를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뉴캐슬 소속의 박승수가 금메달 획득 후 '전역모'를 쓴 사진을 SNS에 올린 것도 논란을 키웠다.

이들에 앞서서는 마찬가지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획득한 야구 대표팀 주장 노시환(한화)이 "과정은 필요 없이 금메달이라는 결과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발언으로 공분을 산 바 있다.

스포츠 국제 종합대회 성과에 따른 병역 혜택은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들의 미래 활동에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는 사안이다.

국제 무대에서 경쟁해서 얻어낸 혜택에 대해 스스로 기뻐하고 뿌듯해할 수는 있으나 병역 혜택 자체에 의미를 두고 나라를 대표해 뛰는 일을 '도구화'하는 것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더구나 각각 아시안게임 4연패와 5연패를 달성한 축구와 야구는 모두 병역 혜택의 특수성으로 우리나라만 팀 구성에 잔뜩 힘을 줘서 참가하는 종목으로, 공정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돼왔다.

꽃다발 들고 미소 짓는 야구 대표팀
(영종도=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우승을 차지한 곽빈, 김도영 등 한국 야구대표팀 선수들이 2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 꽃다발을 들고 미소 짓고 있다. 2026.9.28 hama@yna.co.kr

야구는 사회인 선수들로 구성된 일본에 덜미를 잡히기도 했고, 축구도 21세 이하 선수로만 꾸린 일본을 상대로 고전 끝에 금메달을 획득했다.

선수들의 언행에 정치권에서도 병역 의무를 가볍게 여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와 함께 병역 혜택 필요성에 대한 의문도 나왔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군대가 혐오시설이냐, 사람이 못 갈 곳이냐, 매년 입대하는 수많은 청년은 모두 호구냐"면서 "국가대표로서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선수들의 의식이 이 정도라니 너무나 참담하다"고 했다.

안 의원은 "아시안게임 군 면제, 이제 재고해야 한다. 면제 없이도 우승하고 금메달 따오는 선수도 많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논란이 커지자 선수들은 연이어 사과했다.

이기혁은 4일 인천국제공항으로 대표팀과 함께 귀국해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주장인 만큼 제가 말의 무게를 생각하고 얘기했어야 한다. 국방의 의무를 쉽게, 가볍게 여긴 건 아니다"라며 사과했다.

양민혁도 SNS에 글을 올려 "병역 혜택이 제가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가질 수 있었던 여러 동기 중 하나였다는 뜻이 잘못 전달됐다"면서 "경솔한 발언으로 상처받고 실망하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양민혁이 올린 사과문
[인스타그램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박승수도 사진을 내리고 "경기가 끝난 직후 현장에서 팬 분께서 주신 모자를 받아 쓰게 됐다. 금메달을 딴 기쁨과 벅찬 마음이 너무 컸고, 그 순간 모자의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못한 채 사진을 올렸다"며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고 계신 분들을 조롱하거나 그 노고를 가볍게 생각하는 마음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대한축구협회도 "일부 선수들의 경솔한 언행과 인터뷰로 많은 국민 여러분과 현역 장병들께 실망과 상처를 안긴 점 깊은 사과드린다"며 진화에 나섰다.

협회는 "선수들은 이번 결과로 얻어진 혜택에 대해 깊이 감사하고 있으며, 향후 예술체육요원에게 주어지는 책무를 성실히 이행할 것"이라면서 "국가대표 소양 및 윤리 교육을 강화해 국민 정서와 사회적 눈높이를 벗어나지 않는 선수단 품행 관리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은 이날 아시안게임 결산 기자회견에서 "소양 교육을 통해 인터뷰 스킬부터 교육을 많이 했지만, 모든 선수의 발언을 통제하기는 어렵다"면서 "어떻게 보면 국민 정서에 맞지 않은 발언이다. 국가대표 선수답게 표현에 품위를 갖추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축구협회나 체육회가 국가대표의 관리 주체로서 선수들의 언행에 신경 써야 하는 것은 맞지만, 이미 성인이고 명색이 '프로 선수'인 이들이 논란이 되기 전까진 문제를 인지하지 못하고 기본적인 상식으로 여겨지는 언행에 대해 협회나 체육회 차원에서 교육해야 한다는 현실 자체가 문제라는 반응도 나온다.

song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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