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야구 제패한 김용달 감독 "한국인 우수성 알리려 노력했죠"

상하이 사령탑으로 하계리그 챔프전 우승…'환경은 열악해도 발전 가능성 충분'

중국프로야구 상하이 우승 이끈 김용달 감독(왼쪽에서 두 번째)
[김용달 감독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쿠바, 베네수엘라에서 온 선수들이 뛰는 리그입니다. 우리나라 독립리그 선수들로 처음에 팀을 꾸렸는데, 그 실력으로는 안 되겠더라고요. 리그를 어떻게 운영할지 좀 더 두고 봐야겠지만,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중국프로야구(CPB) 상하이 오르카스 팀을 하계 리그 챔피언결정전 우승으로 이끈 김용달(70) 감독의 '중국 이야기'다.

한국프로야구에서 30년 가까이 손꼽히는 타격 코치로 활동한 김 감독은 중국 무대에서 처음으로 팀의 사령탑에 앉았다.

지휘봉을 잡자마자 팀에 우승을 선사하고 지난달 귀국한 김 감독은 13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계속 팀을 이끌 기회를 얻는다면 '선수들이 편하게 할 수 있는 야구', '팬들이 즐길 수 있는 야구'라는 제가 원하는 야구 스타일을 계속 추구하고 싶다"고 의욕을 보였다.

중국에는 두 개의 야구 리그가 있다. 김 감독의 상하이를 비롯해 6개 팀이 경쟁한 CPB는 2025년 출범해 올해 춘계·하계 두 개 리그를 치렀다.

또 다른 리그로는 2002년 발족해 8개 팀이 속한 중국야구리그(CBA)가 있다. 김용달 감독은 "CPB는 기업이 운영하는 프로리그, CBA는 예전 우리의 실업리그와 비슷하다"고 구분했다.

연합뉴스와 인터뷰한 김용달 감독
[촬영 장현구]

LG 트윈스, 현대 유니콘스, 한화 이글스, KIA 타이거즈, 삼성 라이온즈에서 30년 가까이 타격 코치를 지낸 김 감독은 한국야구위원회(KBO) 재능기부위원으로 활동하던 2023년, 우연한 기회에 우리나라 횡성을 찾은 CBA 소속 장쑤팀의 선수들을 지도하며 중국 야구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김 감독이 한국에서 전지훈련 중인 장쑤팀과 우리나라 프로팀 2군과의 연습 경기를 주선하며 관계는 더욱 각별해졌고, 중국에서는 올림픽보다 더 중요한 행사로 친다는 2025년 전국체전(전국운동회)에서 장쑤팀이 우승할 때 김 감독이 팀에 가세해 선수들을 지도하면서 한국인 지도자의 능력은 단숨에 화제에 올랐다.

당시 지도력을 눈여겨본 중국 야구관계자의 권유로 김 감독은 상하이 사령탑에 부임했다.

경기 관전하는 김용달 감독
[김용달 감독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열정적으로 가르치는 그 모습 그대로를 중국에서도 이어간 김 감독은 "KBO 재능기부위원을 하면서 티볼 등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면서 재미와 보람을 느꼈다"며 "한국에서 자리를 못 잡은 선수들이 중국에서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그리고 열성적으로 지도하는 한국 지도자의 우수성을 알리자는 각오로 팀을 지휘했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우리나라 독립 리그에서 뛰던 선수 12명을 데리고 하계리그를 준비했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남은 선수는 절반인 6명에 불과했다.

"매달 100만위안(우리 돈 약 2억원)으로 설정한 샐러리캡(연봉총상한제) 내에서 CPB 각 구단이 선수를 수시로 충원한다. 대만계 기업을 모그룹으로 둔 우리 팀도 기량이 떨어지는 우리나라 선수들과의 계약을 해지하고 중남미에서 선수를 데려오는 식으로 선수단을 운영했다"고 김 감독은 설명했다.

상대 팀의 로스터도 경기 당일에야 알 정도로 제도적으로는 미비한 구석이 많았다.

약 석 달간 15경기를 치르는 하계 리그에서 상하이는 8승 7패를 거둬 4위로 플레이오프에 올라 샤먼 돌핀스를 2승 1패로 따돌리고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해 베이징 룽스를 역시 2승 1패로 물리치고 정상에 올랐다.

최경환 코치와 강영식 코치가 각각 타격, 투수 파트를 맡아 김 감독을 보좌했다.

경기 전 선수들과 하이 파이브 하는 김용달 감독
[김용달 감독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김 감독은 "베이징과 같은 팀에는 자국 리그를 일찍 마친 쿠바 선수들을 20명 가까이 데려왔다. 감독도 쿠바 출신이었다"며 "역시 자국 리그에서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한 베네수엘라 선수들이 CPB에서 많이 뛰었다"고 소개했다.

대만 출신 감독, 중국계 마이너리거, 대만프로야구 1, 2군 경력자, 일본 독립리그 등에서 뛴 선수, 네덜란드 선수들도 중국을 기회의 땅으로 찾았다고 한다.

김 감독의 설명에 따르면, 중국 경제수도 상하이와 경제특구 선전을 연고로 둔 상하이 오르카스, 선전 블루삭스의 경기에는 관중이 1천500명 정도 든다. 다만 입장료 가격이 우리 기준으로 봐도 터무니없이 높은 우리 돈 5만원 수준이라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주로 야구를 관전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제 막 출범해 규약, 규정 등은 정립되지 않았다. 김 감독은 연봉이 아닌 수백만원의 월봉을 받았고, 중남미에서 온 선수들은 최대 1천만원 정도 월급을 쥐었다고 한다.

숙박과 음식 비용은 모두 구단이 댄다.

김용달 감독의 열정적인 지도
[김용달 감독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내년 춘계 리그에는 참가 팀이 8개 팀으로 2개 더 늘어나는 등 중국프로야구는 이제 막 즐기는 스포츠로서 발걸음을 뗐다.

김 감독은 "전업이든 부업이든 야구를 직업으로 삼은 여러 나라의 선수들이 야구가 성행하는 나라도 아닌 중국에서 도전을 이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생전 처음으로 접해보는 볼을 때린 우리 독립리그 선수들도 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큰돈은 벌지 못해도 직업 야구 선수로서 능력을 인정받으면 생활비 정도는 받을 수 있다고 중국프로야구의 처우 현실을 짚은 김 감독은 "베이징과 상하이에는 돔구장을 만들 부지가 이미 마련됐다. 우리 상하이 오르카스의 홈 야구장이 한 달 만에 지어졌다면 믿겠는가. 아직은 인기가 많지 않지만, 정부 주도로 야구가 성장할 가능성이 큰 곳이 중국"이라고 잠재력을 높이 샀다.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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