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공으로 키운 꿈…콘트레라스 형제의 10년 시차 WS 우승(종합)

형은 2016년, 동생은 2026년에 우뚝…동생 윌리암은 MVP까지

베네수엘라서 운전기사·미화원 일했던 부모님…두 형제는 감격의 눈물

WS MVP로 뽑힌 윌리암 콘트레라스(왼쪽)와 친형 윌슨 콘트레라스
[AFP=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베네수엘라 출신 형제 빅리거, 윌슨 콘트레라스(34·보스턴 레드삭스)와 윌리암 콘트레라스(28·밀워키 브루어스)가 10년의 시차를 두고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월드시리즈(WS·7전4승제) 정상에 우뚝 섰다.

동생 윌리암 콘트레라스는 29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즈버그 트로피카나 필드에서 열린 탬파베이 레이스와 WS 5차전 원정경기에서 4번 타자 포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1안타 1타점 1득점으로 활약하며 팀의 4-1 승리를 이끌었다.

밀워키는 상대 전적 4승 1패로 창단 첫 우승을 차지했고, 공수에서 맹활약한 콘트레라스는 시리즈 최우수선수(MVP)의 영예를 안았다.

콘트레라스는 이번 WS에서 자동투구판정시스템(ABS) 챌린지 13번을 신청해 10번을 성공했다.

또한 상대 팀의 도루 시도 9차례 중 4차례를 저지하며 수비력에서 존재감을 뽐냈다.

타격에서도 5경기 타율 0.381, OPS(출루율+장타율) 0.864, 4타점을 올리며 우승에 앞장섰다.

그는 경기 후 그라운드에서 열린 트로피 수여식에서 MVP 수상자로 호명됐다. 이견이 없는 결정이었다.

어깨에 조국 베네수엘라 국기를 두른 콘트레라스는 "이건 내게 모든 것을 의미한다. 조국에 큰 선물을 안긴 것 같아 기쁘다"며 눈물을 흘렸다.

행사 후 그는 다시 한번 눈물을 흘렸다. 경기장을 찾은 친형 윌슨 콘트레라스를 만나면서다.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본 형은 그라운드로 내려와 동생을 힘껏 안았고, 형제는 서로를 부둥켜안은 채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

기념사진 찍는 콘트레라스 가족들
[AFP=연합뉴스]

형제의 눈물엔 남다른 사연이 담겨 있었다.

두 사람의 부모인 윌리암 콘트레라스 시니어와 올가 카스티요 부부는 베네수엘라에서 힘든 생활을 했다.

아버지는 삼촌의 회사에서 운전기사로 일했고, 모친은 학교 미화원으로 가족의 생계를 보탰다.

윌슨은 과거 인터뷰에서 "부모님은 우리 형제가 야구 선수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엄청난 희생을 했다"며 "가족 식탁에 음식을 올려놓기 위해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내가 MLB에 데뷔한 뒤 부모님에게 일을 그만두셔도 된다고 말했을 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라며 펑펑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동생인 윌리암 역시 2024년 인터뷰에서 "베네수엘라에서 형과 종이와 테이프를 뭉쳐 만든 공으로 훈련했던 기억이 난다"며 "우리는 부모님으로부터 성실함을 배웠고, 이렇게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WS MVP 번쩍 드는 윌리암 콘트레라스
[AFP=연합뉴스]

가난한 환경에서 야구를 시작한 형제는 MLB를 대표하는 강타자로 성장했다.

형 윌슨은 2016년 빅리그에 데뷔해 그해 시카고 컵스 소속으로 WS 우승을 경험했다.

통산 4차례 올스타에 선정된 윌슨은 MLB 통산 1천208경기에서 타율 0.260, 190홈런, 629타점을 기록했고, 지난해 내야수로 전향한 뒤에도 녹슬지 않은 타격 실력을 이어갔다.

올해 정규시즌에서는 130경기에 출전해 타율 0.275, 27홈런, 81타점을 기록하며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힘을 보탰다.

동생 윌리암은 2020시즌 빅리그에 데뷔한 뒤 올스타 3차례, 실버 슬러거 2차례에 뽑혔다.

빅리그 2년 차였던 2021년에는 당시 소속 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WS 우승을 경험했으나 시리즈엔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했다.

그러나 5년 만에 WS 주전 멤버는 물론, 시리즈 MVP까지 거머쥐었다.

두 형제는 10년의 시차를 두고 WS 우승의 주역으로 우뚝 섰다.

형제는 올해 2월에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도 베네수엘라 대표팀에 나란히 선발돼 우승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한편 포수가 WS MVP에 뽑힌 것은 2015년 캔자스시티의 우승을 이끈 살바도르 페레스 이후 처음이다.

페레스 역시 베네수엘라 출신이고, 2026 WBC에 베네수엘라 유니폼을 입고 콘트레라스 형제와 함께 우승을 이끌었다.

윌리암은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나는 친구가 많지 않은데, 형은 내 가장 친한 친구이자 롤모델"이라며 "선수 생활을 하면서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많은 것을 물어봤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시리즈를 치르면서 베네수엘라 팬들의 뜨거운 응원을 많이 느꼈다"며 "베네수엘라 국민을 위해 뭔가를 이룰 수 있어서 기쁘다. 올해는 내 인생 최고의 한해로 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눈물 흘리는 윌리암 콘트레라스(왼쪽)
[AFP=연합뉴스]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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