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공을 만진 순간 재능을 느꼈다” FC서울 특급 유망주 손정범, 우승 이후 그가 바라보는 곳은 [뽈터뷰]

손정범(FC서울). 서형권 기자
손정범(FC서울). 서형권 기자

[풋볼리스트=구리] 김희준 기자= ‘재능은 애매하지 않다.’

최근 인터넷 소셜미디어(SNS)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유행하는 문구다. 이 말이 가진 함의와 별개로 표면적인 뜻은 모두가 동의할 테다. 특히 재능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알려진 예체능 계열에 많이 적용되는 말이며, 축구계도 예외는 아니다. 이제는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 ‘GOAT(역대 최고의 선수, Greatest of All Time)’ 리오넬 메시를 26년 전 처음 본 바르셀로나 기술 이사 카를레스 렉사흐가 단박에 그의 재능을 알아보고 냅킨에 계약서를 작성한 건 너무 유명한 일화다.

꼭 메시 수준이 아니더라도 특출난 재능은 주머니 안의 송곳처럼 두각을 나타내기 마련이다. 이번 시즌 손정범도 그렇게 등장했다. 손정범은 올해 2월 10일 비셀고베와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경기에 선발 출장하며 1군에 데뷔했고, 지금까지 모든 대회 31경기에 나서 2골 2도움을 기록했다. 그는 뛰어난 축구지능과 공간 이해도를 바탕으로 공격 윤활유 역할을 했고, 서울이 10년 만에 K리그1 우승에 가까이 다가서는 데 중요한 기여를 했다.

서울 성골 유스로 꿈만 같은 시간을 보내는 손정범을 지난달 18일 ‘풋볼리스트’가 만났다. 손정범은 아직도 언론과 팬들 관심이 익숙지 않고 새롭다고 했고, 그 말대로 질문 하나하나에 신중히 답하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런데 그 답변에는 숨길 수 없는 자신감이 함께 배어나왔다. 당돌하지는 않되 단단한 속을 지녔음을 짐작게 했다.

손정범(FC서울). 서형권 기자
손정범(FC서울). 서형권 기자

▲ 축구공을 처음 만진 순간, 재능을 느끼다

손정범에게는 형이 두 명 있다. 첫째 손상범 씨는 대학 때까지 축구를 하다가 현재는 제2의 삶을 살고 있고, 둘째 손승범은 현재 화성FC 선수로 활약 중이다. 두 형이 축구를 하니 자연스레 손정범도 축구공을 차기 시작했다. 손정범은 곧장 두각을 드러냈다.

“축구공을 처음 만진 순간 솔직히 재능이 느껴졌다. 같은 또래 친구들보다 늦게 시작했는데도 더 잘한다는 느낌이 있었다. 주변에서도 잘한다고, 축구 계속 해보하고 해서 형들과 계속 축구를 했다. 점점 실력이 늘면서 엘리트 과정을 밟았고, 그러면서 또 성장했다.”

이 말만 들으면 손정범이 탄탄대로를 걸은 것 같지만, 실제로는 부침이 있었다. 서울 유소년 팀에 입단한 손정범은 중학교 2학년 때는 발목 골절로 한동안 축구를 쉬었고, 고등학교 때도 경기력이 좀처럼 올라오지 않을 때가 있었다. 다만 손정범은 꾸준히 축구했다. 축구에 매진하다보면 다시 실력이 올라올 거란 믿음이 있었다.

“항상 좋지는 않았다. 중학교 때 부상으로 쉬었다가 돌아왔을 때 내 몸이 전과 같지 않다고 느꼈다. 불안했다. 다시 몸이 올라올까 걱정도 했다. 그러다 보니 축구가 잘 되지 않았다..그때는 나도 어떻게 나를 다스려야할지 몰랐다. 그냥 꾸준히 계속 하다 보면 서서히 원래 몸 상태로 돌아올 거라 생각했다. 다행히 몸이 올라오면서 다시 축구를 잘하게 됐다.”

손정범은 그때를 교훈삼아 몸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하고 있다. 폼롤러와 스트레칭을 매일 같이 하고, 근육 보강 운동도 성실히 한다. 튀김, 탄산음료, 젤리, 과자 등 몸에 좋지 않은 음식들은 모조리 끊었다. 탄산수에 중독(?)되기는 했지만, 지금도 손정범은 축구를 위해 스스로 정한 규칙들을 지키며 살고 있다.

손정범(FC서울). 서형권 기자
손정범(FC서울). 서형권 기자

▲ 꿈 같았던 1군 데뷔, 기쁨과 슬픔

손정범은 올해 동계 훈련을 통해 처음 서울 1군에 합류했다. 그때만 해도 그는 ‘대단한 형들’과 함께 운동하는 것에 신기했을 뿐 자신이 서울 주전으로 한 시즌 내내 활약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김기동 감독과 선배들의 도움으로 손정범은 빠르게 팀에 녹아들었고, 뜻밖에 시즌 첫경기였던 비셀고베와 ACLE 리그 페이즈 7차전에 선발됐다.

“비셀고베전은 떨리기도 하고 설레기도 했다. 그날은 많은 사람들 앞에서 경기하다 보니 시야도 좁아지고, 관중들 응원도 낯설게 들렸다. 그래도 그날을 생각하면 너무 좋았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경기를 뛸 수 있어 감사했다. 축구 인생에서 기억에 남을 하루였다.”

손정범은 인천유나이티드와 리그 개막전에도 선발돼 인상적인 활약과 함께 2-1 승리를 함께했고, 계속 서울 주전 미드필더로 뛰었다. 리그 4라운드였던 포항스틸러스전에는 프로 첫 도움을 기록했고, 이어진 광주FC와 경기에서는 전반 9분 바베츠의 헤더 패스를 머리로 돌려놓으며 프로 첫골까지 성공했다.

“생각보다 공격포인트가 빨리 터져서 기쁘고 좋았다. 첫 번째 골을 넣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골 넣었을 때 관중들 환호 소리나 형들이 달려와서 축하해줬다. 항상 꿈 꾸던 일이다. 상암에서 골 넣고 기뻐하는 걸 자기 전에 상상하곤 했는데 현실로 다가와 더 좋았다.”

반면 아픈 기억도 있었다. 손정범은 강원FC와 10라운드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이다가 전반 종료 직전 송준석을 어깨로 쳤고, 송준석의 보복에 머리를 맞고 쓰러졌다. 주심은 비디오 판독을 통해 두 선수 모두에게 퇴장을 명령했다. 손정범은 퇴장 이후 라커룸에서 눈물을 흘렸는데, 다행히 팀이 2-1로 이기며 마음의 짐을 덜었다.

“나도 일부러 그런 건 아니지만, 퇴장을 당해 팀에 도움이 되지 못한 행동을 한 것 같아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래도 그날 팀이 승리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팬들도 DM(다이렉트 메시지)으로 많이 괜찮다고 응원해주셔서 빨리 잊고 일어날 수 있었다.”

사비뉴(왼쪽, 맨체스터시티), 손정범(팀 K리그). 서형권 기자
사비뉴(왼쪽, 맨체스터시티), 손정범(팀 K리그). 서형권 기자

▲ 잊지 못할 본머스 입단 테스트와 맨시티전

손정범은 올 시즌 프로 데뷔 외에 두 가지 특별한 경험을 했다. 하나는 시즌 시작 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의 본머스로 입단 테스트를 다녀온 것이다. 그는 “다른 나라, 다른 팀에서 몇 주 동안 훈련을 했던 게 처음이었다. 새로운 경험이었다. 그 기간에도 내가 성장한 부분들이 있었다. 기회가 된다면 한 번 더 나가서 테스트해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다른 하나는 맨체스터시티와 경기였다. 손정범은 8월 초 ‘2026 쿠팡플레이 시리즈’ 팀 K리그의 영플레이어 대표로 뽑혀 맨시티를 상대했다. 그에게 맨시티는 자신이 배우고 넘어서야 할 새로운 목표처럼 다가왔다.

“맨시티와 맞대결은 가장 새로웠고, 잊지 못할 추억이었다. 세계 최고의 팀, 최고의 선수들과 같이 경기를 뛰며 축구에 대해 많이 배웠다. 경기 템포가 빨라 수비할 때도 많이 힘들었다. 맨시티 선수들과 경기를 하고 자신감이 많이 올라왔다. 공을 어느 위치에서 받아야 수비하기 힘든지를 느꼈고, 나도 템포를 빨리 가져가면 상대가 더 힘들어하겠구나 느꼈다.”

“필 포든과 앙투안 세메뇨가 인상깊었다. 세메뇨는 밖에서 봤을 때 피지컬이 뛰어난 동시에 기술적으로도 좋아서 기억에 남는다. 포든은 내가 대인마크를 해야 하는 선수였다. 수비하기 굉장히 까다로운 선수여서 기억에 남는다.”

해외 팀들을 연달아 경험하며 손정범은 언젠가 해외 진출을 해야겠다는 꿈을 더욱 키웠다. 직접 해외로 나가 한국 축구와 무엇이 다른지 느끼고자 한다. 그래서 손정범에게 ‘내 스타일과 맞을 것 같은 해외 팀’을 물었다. 본머스나 맨시티와 같은 PL팀, 롤모델인 주드 벨링엄이 있는 레알마드리드가 나올 거란 예상과 달리 손정범은 독일 분데스리가를 선택했다.

“분데스리가에서 한번 뛰어보고 싶다. 내가 잘하기만 한다면 분데스리가 스타일이 내게 맞을 것 같다. 또 다른 이유로는 초등학교 때 독일에 갔다온 적이 있다. 그때 현지에서 경기를 봤는데 분위기가 좋았다. 나도 언젠가 독일에서 뛰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 우승을 앞두고, 손정범이 서울 팬들에게

손정범과 인터뷰를 진행한 지 근 한 달이 지났다. 서울은 그새 승점을 착실히 쌓으며 K리그1 우승에 매우 가까이 다가섰다. 2위 울산HD와 승점 차는 18점. 만약 다가오는 주말 울산이 승리하지 못하고, 서울이 승점을 쌓는다면 2016년 이후 10년 만에 K리그1 정상에 설 수 있다.

이 인터뷰는 우승이 잡힐 듯하지만, 아직 우승을 확언하기에는 이른 9월에 진행됐다. 그래서인지 손정범은 우승이라는 단어를 꺼내기 어려워했다. 그때 그의 말들을 여기에 전한다. 서울 팬들에게는 손정범의 말이 더욱 진솔하게 다가올 듯하다.

“시작하기 전에 항상 우승이라는 목표를 갖고 간다. 동계 훈련 때 팀 분위기가 좋아서 짤할 수 있겠다고는 생각했는데 이렇게까지 좋은 흐름을 탈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팬들과 감독님 다 긴장을 놓지 않고 쭉 이어가는 걸 보고 나도 힘을 많이 얻고 따라가려 노력했다. 그 덕에 좋은 분위기 속에서 좋은 결과를 내고 있는 것 같다.”

“경기에 많이 나갈 줄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래도 내가 올 시즌 서울이 우승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 조금은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도 자랑스럽고 내게 자신감을 주는 일이다.”

“서울 팬들께서 항상 많은 응원해주시고 경기장에 많이 찾아와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우승…이란 단어를 꺼내도 될지 모르겠다. 올 시즌 우승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할 테니 많이 응원해주시면 감사한 마음으로 뛰겠다.”

사진= 풋볼리스트,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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