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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울산] 김정용 기자= 이규성은 어려서 천재 대접을 받은 적 없다. 그러나 K리그에 데뷔한 이래 언제나 소속팀에 가장 도움 되는 선수였다. 울산HD로 이적한 첫해에는 강팀에서 자신이 경쟁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 성남FC 임대를 순순히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규성은 겸손이 지나쳤다. 이듬해 이규성이 주전으로 합류하자, 울산은 만년 2위 꼬리표를 떼어버리고 3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이규성이 울산을 잠시 떠나 있을 때, 울산은 하위권으로 추락했다. 이번 시즌 이규성이 돌아와 주전으로 활약하자 K리그1 2위로 부활했다. 그의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는 따져봐야겠지만 최소한 그가 있어야 울산이 잘 나간다는 건 사실이다.
어느날 훈련이 끝나고 마주 앉은 이규성은 올해 인터뷰가 처음이라고 했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에서조차 거의 붙잡힌 적이 없었다. 그는 부활한 명가의 주전 미드필더라기에는 황당할 정도로 적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볼 키핑과 드리블이 주무기라 꽤 보는 맛이 있는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이규성은 주목도가 낮다.
▲ ‘전경기 출장’ 이규성이 있어야 잘나가는 울산
좀처럼 주목받지 않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본인 성격일 것이다. 이규성은 목소리가 작고 공을 남에게 돌리는 선수다. 울산이 얼마나 부활했냐고 물었을 때도 “제 입으로 말씀드리기는 좀 그렇지만”으로 시작해 “순위로만 보면 아직 끝난 건 아니지만”이라고 이어가더니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이 들지만 아직은 좀 그래도 갈 길이 먼 것 같습니다”라고 마무리했다. 자신감과 패기보다는 겸손이 먼저인 선수라 영 재미가 없다.
그가 울산에서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했하는지 증명하는 가장 간단한 수치는 출장 경기다. K리그1 32라운드까지 전경기 출장한 필드 플레이어는 전구단 통틀어 단 6명인데, 이규성이 그 중 하나다. 그런데 이규성은 전경기 출장 기록조차 “말씀 듣고 보니까 그런 것 같네요”라고 반응했을 뿐이었다.
수원삼성 임대에서 돌아왔을 때 이규성이 본 선수단 분위기는 어땠을까. “김현석 감독님이 항상 원팀, 희생, 헌신을 강조하셨어요. 올해 그런 이야기를 유독 많이 했던 건 사실이에요. 계속 우승하던 시기에는 굳이 그런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었는데, 올해는 다잡으려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더라고요. 주장단에서도 노력하는 게 느껴졌고요. (정)승현이가 주장단 중에서 목소리가 크거든요. 그래서 라커룸에서 귀가 아플 정도로 이야기해주곤 합니다.”
▲ 테크니션+테크니션, 보야니치와의 조합
이번 시즌 초 울산의 선수구성은 과감했다. 중앙 미드필더로 이규성과 보야니치 두 명을 세웠는데, 각각 볼 키핑과 경기 운영 능력이 뛰어난 테크니션이지 ‘수비형’은 없었다. 울산은 이 조합으로 한동안 선두권을 달렸다.
“감독님이 프리시즌을 보면서 저와 보야니치를 세웠을 때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아요. 감독님이 원하시는 원팀의 모습을 잘 유지하니까 수비적으로도 아무 티가 안 났죠. 그래서 초반 성적도 좋았고요. 도중에 성적이 나빴을 때는 저와 보야니치 조합의 단점이 부각된 시기도 있었던 건 사실이에요.”
이규성은 보야니치와 파트너십을 이뤘을 때 축구가 재미있었다고 했다. 이규성이 볼 키핑 능력을 믿고 과감한 곳에 자리를 잡으면, 보야니치가 그리로 공을 찔러 줄 수 있었다. 반대로 이규성 입장에서 공을 지키다 고개를 들었을 때 보야니치를 먼저 찾아서 공을 내주면 결정적인 상황을 만들어 주는 경우가 많았다. 수비는 두 명 모두 부지런하게 뛰면서 보완했다. 상호보완적인 관계였다.
그러다 여름 등록기간을 통해 토마스, 박용우가 차례로 합류해 울산 중원은 다시 두터워졌다. “수비력 좋은 동료를 믿고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게 됐어요. 토마스가 합류했을 때도 처음부터 합이 잘 맞았고, 과거 우승할 때 중원 조합이었던 용우 형은 다시 만나보니까 잘 맞는다는 느낌이 새삼 들어요. 용우 형과 저는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 어떻게 해야 편한지 알고 있거든요.”
▲ 볼 키핑이 장점인 선수로 진화한 이유
겸손하게 말하는 이규성을 여러 번 괴롭한 뒤에야 “리스크가 있더라도 상대 선수 한두 명을 벗겨내면서 팀에 좋은 찬스를 만들어주는 선수”라는 자평을 들을 수 있었다. 볼 키핑을 자주 시도하는 성향은 언제부터 생겼을까.
“어렸을 때는 누구나 그렇듯 공격을 본 적이 있었죠. 프로 선수들은 수비수들도 다 공격을 한번씩 해보니까요. 저도 사이드와 공격을 경험해 봤어요. 대학 때(홍익대)까지도 공격수나 공격형 미드필더를 봤는데, 프로 오면서 조금 더 밑에 내려가서 뛰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이규성이 꼽는 은사는 상주상무(현 김천) 시절의 김태완 감독과 정경호 코치(현 강원 감독)다. 윤빛가람과 조합하면서 이규성에게 좀 더 후방에서 뛸 것을 요구했는데, 그는 “다른 수비형 미드필더도 있었기 때문에 억지로 기용하신 게 아니라 내 장점을 찾아주신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 분유캄프요? 첫째가 분유를 끊었는데요
이규성은 농담이 잘 통하지 않는 선수다. 가족이 가장 큰 힘이라는 말에 ‘분유캄프 모드’ 아니냐고 물으면 “첫째가 분유를 끊어서 이젠 아니에요”라고 답할 정도다. 말을 꾸며서 할 줄 모르는 이규성은 빈말로라도 국가대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청소년 대표부터 아예 태극마크를 단 적이 없는 선수로서 막연한 꿈이나마 이야기해볼 만한데 “축구선수는 누구나 한번쯤 가보고 싶긴 한데요. 제가 부족해서 못 간다고 생각했지, 한 번쯤 갈 만한 데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너무 욕심이 없다고 하면 이것도 문제인가요?”라고 되물을 뿐이다.
그가 밝히는 목표는 소속팀 울산에서 오래 활약하며 기여하는 것 정도다. “제 소속팀 울산이 늘 좋은 경기력을 내는 것. 개인적인 목표보다 이제 팀을 생각하게 돼요. 좋은 팀에 오래 있으면서 선수 생활을 잘 마무리하고 싶고요.”
유일하게 자신있는 건 울산에서 오래 기여할 자신이었다. “제가 한순간에 스타일을 바꿀 일은 없으니까요. 제가 가진 장점을 여전히 좋게 봐주신다면 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팀을 위해 노력하는 거라면 자신 있습니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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