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레노의 하얀 거짓말 “대표팀은 건강한 상태, 선수들과 얼굴 보고 대화했다” 내부에서 해결하길 기대할 수밖에

손흥민(왼쪽), 로베르트 모레노 감독(이상 남자 축구대표팀). 서형권 기자
손흥민(왼쪽), 로베르트 모레노 감독(이상 남자 축구대표팀). 서형권 기자

[풋볼리스트=천안] 김정용 기자=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나서 해결”에 성공한다면 선의의 거짓말, 그러지 못할 상황이었다면 무책임한 방관이 된다. 로베르트 모레노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은 일단 대표팀에 별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선을 그은 채 두 번째 소집을 준비한다.

29일 오후 2시부터 충청남도 천안의 코리아풋볼파크에서 대한민국 남자 A대표팀 명단이 발표됐다. 이번에 소집되는 선수들은 13일(한국시간) 오후 11시 30분 사우디아라비아, 17일 오후 11시 카타르와 친선경기 2연전을 갖는다. 장소는 모두 카타르 도하다.

지난 9, 10월 A매치 4연전을 마무리하던 시점에 은퇴설이 나와 큰 화제를 모았던 김민재, 황인범, 황희찬은 그대로 선발됐다. 손흥민, 이강인 등 다른 핵심 선수들도 그대로였다. 이후 질의응답을 통해 주장완장을 여전히 손흥민이 찬다며 리더십에 대한 의문에도 별 조치는 없을 거라고 말했다.

어떤 식으로든 대표팀 내부에서 불편한 기류가 있다는 건 널리 알려진 상황이다. 그러나 모레노 감독은 별 문제가 없다는 식의 대답으로 일관했는데, 엄밀히 말하면 거짓말이다. 선수들과 나눈 대화 등의 정보를 일절 공개하지 않겠다는 모레노 감독에게 ‘분위기는 건강하냐’는 질문이 이어지자 “건강하다고 생각한다. 선수들, 축구협회 등 다 대화를 해 봤는데 궁극적인 팀의 목표에 맞춰 경기해나갈 거라고 하더라”라고 답했는데, 분위기의 건강함이 추상적인 개념이긴 하지만 지금 대표팀을 ‘건강하다’고 말하는 건 솔직하지 못한 말이었다.

모레노 감독이 대표팀 구성원들과 직접 소통하며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해왔다는 식의 발언도 사실과 아닌 것이 섞여 있었다. 모레노 감독은 “최근 몇 주 동안 선수들, 주장, 축구협회 등과 소통했다”고 말했고 “원칙적으로 선수와 얼굴 보면서 대화해 해결했다. 선수도 사람이라 마주 보며 얼굴 보고 이야기하면 많은 게 해소된다. 그렇게 해 왔다”라고도 했다.

황희찬, 황인범, 손흥민, 오세훈, 송민규(왼쪽부터). 서형권 기자
황희찬, 황인범, 손흥민, 오세훈, 송민규(왼쪽부터). 서형권 기자

모레노 감독은 마치 대표팀에 문제가 생긴 뒤 선수들과 적극적인 대화로 노력해왔다는 식으로 이야기했지만 사실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 이번 일과 관련해 면담해야 하는 선수들은 미국 및 유럽에 흩어져 있는데, 모레노 감독은 이제까지 한국에 머물다가 기자회견 이후 유럽으로 출국해 경기를 관전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축구협회 관계자는 “얼굴 보며 대화한다는 건 지난번 소집 중 있었던 이야기이며 특정 사건 관련된 면담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광범위한 면담을 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모레노 자신의 ‘일반적인 원칙’과 ‘이번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취한 조치’를 뒤섞어서 이야기한 셈이다.

또한 대표팀 해외파 선수 다수에게 확인한 결과, 지난 소집 이후 축구협회 측에서 연락을 받은 적은 있지만 모레노 감독 본인 또는 코칭스태프의 연락은 없었다. 코칭 스태프가 국내파 위주로 경기를 관전하고 연락하면서 관리한 건 사실이지만 이는 은퇴설 등 최근 불거진 문제와는 무관한 일이었다.

비밀엄수 원칙을 내세우면서, 대표팀 내부 문제가 이미 해결되고 있다는 식의 뉘앙스를 풍겼지만, 사실은 아직 해결을 위한 움직임이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사실을 감추는 건 이해할 수 있다. 대표팀 내에 별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외부 발설을 차단하는 건, 일을 크게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할만한 행동이다.

문제는 ‘하얀 거짓말’이 궁극적인 팀 화합에 도움이 되느냐다. 모레노 감독 말대로 대표팀 소집 후 감독 대 선수, 또한 선수 대 선수 면담이 주선되고 “사람이라 얼굴 보고 이야기를 나눠 해소”된다면 지난 일은 해프닝이 된다. 반대로 해소하지 못한다면 문제상황을 방관했다는 비판을 받기 쉽다.

로베르트 모레노 임시감독. 서형권 기자
로베르트 모레노 임시감독. 서형권 기자

기자회견에서는 사실과 다르게 이야기해도 된다. 문제는 밖에서 하는 말과 달리 대표팀 내의 상황을 감독이 다 파악하고 있는가, 그리고 해결방안을 갖고 있느냐의 문제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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