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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풋볼리스트=안양] 김희준 기자= 이번 시즌은 K리그1에서 스플릿 시스템이 도입된 이래 가장 이례적인 시즌이다. 기존에는 리그 12위(최하위)가 자동 강등, 10위와 11위가 K리그2 팀과 승강 플레이오프를 하는 ‘1+2 강등’ 제도를 적용했다. 그러나 다음 시즌부터 K리그1 팀을 12개 팀에서 14개 팀으로 늘리기로 결정하면서 제도가 임시 변경됐다. 김천상무가 연고지 협약 종료에 따라 다음 시즌 K리그2로 자동 강등되기 때문에 리그 12위가 K리그2 승격 플레이오프 준우승 팀과 맞대결을 펼치고, 나머지 11팀은 K리그1에 그대로 잔류한다.
그러다 보니 올 시즌 K리그1 파이널B(하위 스플릿)에서는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보통은 스플릿 라운드 돌입 전에 잔류 가닥이 잡히는 팀은 기껏해야 한두 팀이다. 애초에 파이널B 6팀 중 3팀이 강등되기 때문에 어느 팀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자주 벌어진다. 그런데 올해는 12위만 탈출하면 잔류에 성공하는 데다 현재 12위인 광주FC가 11위 부천FC1995와도 승점 차가 10점이기 때문에 7위 제주SK부터 9위 포항스틸러스까지는 스플릿 라운드 전부터 이미 잔류를 확정한 상태(10위 김천은 강등)다.
다르게 표현하면 이들 팀에 외적인 동기부여는 사라진 거나 다름없다. 8위 FC안양도 마찬가지다. 안양은 애초에 잔류보다는 파이널A 진입에 목적을 뒀으나 포항과 32라운드에서 0-0으로 비기며 파이널B로 왔다. 스플릿 시스템에서 파이널A 우승 경쟁이 아니라면 분위기가 다소 느슨해지는 측면이 일각의 비판을 받았는데, 같은 상황이 올해는 파이널B에서도 연출되는 셈이다.
이번 경기에서도 안양을 줄곧 따라다닌 질문은 ‘동기부여의 존재 여부’였다. 잔류 확정을 지어야 하는 맞대결 상대 부천보다 강한 동기부여가 없는 건 사실이었다.
지난 1일 안양과 부천의 K리그1 34라운드를 앞두고 유병훈 감독도 동기부여 관련 질문을 받았다. 그는 “파이널B에 들어섰다고 우리 책임 의식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우리가 홈경기 성적이 좋지 못했다. 남은 홈 3경기만이라도 팬들에게 좋은 경기와 승리의 기쁨을 만들어드리겠다”라며 “감독으로서 내년을 바라보며 선수들을 투입하고 개개인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끝까지 경쟁력을 잘 유지해야 한다. 계약이 올해 끝나는 선수들도 지금 자신의 모습을 보여줘야만 내년에 함께할 수 있다. 또한 팬들에게 끝까지 나태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게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그 말대로 이번 부천전은 안양이 남은 시즌을 어떻게 치를지 엿볼 수 있는 기회였다. 이날 안양은 2004년생 센터백 김지훈을 올해 두 번째로 선발 출장시켰다. 188cm 키가 믿기지 않을 정도의 장대한 체격을 갖춘 선수로, 이번 경기에서도 좋은 몸싸움을 여러 차례 선보이며 남은 경기는 물론 다음 시즌을 기대케 했다.
이날 안양은 전반 내내 주도권을 잡았음에도 전반 39분 패스 실수로 부천의 역습을 허용하며 선제실점을 내줬다. 안양이 한창 좋지 않은 흐름일 때는 이를 극복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유 감독은 하프타임 라커룸에서 선수들을 호되게 질책했고, “상대는 어떻게든 이기려 하는데, 우리는 상대를 부숴버리려는 마음을 가져야 역전할 수 있다”라며 독려했다. 안양은 후반 들어 다시금 힘을 냈고, 후반 10분 유키치의 슈팅이 상대 자책골을 이끌어낸 데 이어 후반 44분 코너킥에서 권경원의 결승골이 나오며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유 감독은 “날씨도 춥고 비도 오는데 많은 팬들이 포기하지 않았기에 선수들도 포기하지 않고 역전승을 거뒀다. 앞으로 남은 4경기에서 끝까지 팀의 가치와 개인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경쟁하겠다”라며 “파이널B에 왔고, 강등 위험도 없기 때문에 동기부여가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다. 파이널B에서는 역전이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는데, 역전승을 한 걸 보면 선수들이 준비돼있고 경기를 위한 자세가 돼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며 선수들에게 메시지를 던졌다.
지난해 여름에 합류해 팀 후방을 든든히 책임지는 베테랑 권경원은 “오늘 경기뿐 아니라 남은 경기들에서 감독님이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주시려고 노력한다. 가치를 높이는 플레이를 하라고 하신다. 선수들도 올 시즌 끝나고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그 말을 듣고 더 열심히 한다. 동기부여는 떨어질 수 있지만, 우리는 우선 7위에 오르기 위해 남은 경기를 치를 것”이라며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 그리고 팀의 순위를 파이널B 가장 높은 곳에 올려야 한다는 동기부여가 남았다고 강조했다.
선수들은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하다. 이창용, 권경원, 김영찬 등 베테랑 센터백들과 선수 시절 중앙수비를 봤던 유 감독에게 많은 걸 배운다는 김지훈은 경기 후 “경기장에 들어가면 형들의 안정적인 모습을 똑같이 보여주고 싶다. 그게 큰 목표”라며 “2년차도 끝나가는데 언제까지 기대만 받을 수는 없다. 이제는 보여주는 게 더 중요하다”라며 의지를 다졌다.
2024시즌 안양 승격을 이끈 주역 중 한 명이자 소집해제 후 안양에 재합류해 K리그1 데뷔전을 치른 ‘유병훈의 페르소나’ 유정완은 “군 복무하면서 안양 경기를 볼 때마다 너무 뛰고 싶었다. 저기에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런 생각을 많이 했다. 오늘 이렇게 뛰게 돼 정말 기쁘게 생각한다”라며 “오늘 득점을 할 수도 있었는데, 그게 차이인 것 같다. 거기서 골을 넣는 선수는 더 올라가고, 못 넣는 선수는 머무는 선수인 것 같다. 다음 기회가 내게 온다면 꼭 골을 넣는, 발전하는 선수가 되겠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유 감독과 안양 선수들은 공통적으로 팬들의 열정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이날은 경기 내내 비가 제법 내렸는데, 안양 팬들은 굴하지 않고 응원석에서 열띤 응원으로 선수들을 계속 독려했다. 팀이 위기일 때도 변함없이 응원하고, 비가 오더라도 응원가를 멈추지 않는 팬들이다. 선수들은 안양 팬들과 함께라면 없던 힘도 낼 수 있다고, 그들에게 승리를 바치기 위해 뛰게 된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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