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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현재 진행 중인 농지 전수조사에서 상속으로 물려받은 농지와 고령농이 보유한 농지 등 5가지 유형을 처분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번 조사에서 농지법에 맞지 않는 이용 실태가 확인되더라도 투기 목적이 아니라면 농지 처분명령이나 이행강제금 부과로 이어지지 않도록 특별조치법을 마련하기로 했다. 단순히 농사를 짓지 못하거나 임대차 절차가 법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농지를 처분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투기 여부를 따져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농지 전수조사 후속 대책을 발표하면서 “투기가 아닌 일반적인 사안은 이번 조사 결과를 근거로 농지법상 처분 절차를 진행하지 않는 방향으로 특별조치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특별조치법에 포함될 예정인 처분 제외 대상은 크게 5가지다. 상속 농지, 고령농·관행 임대차 농지, 종중·사찰·미등기 상속 등 소유관계가 복잡한 농지, 맹지·영농 곤란 농지, 농업용 창고 등 미허가 시설이다.

정부는 이들 농지에서 농지법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사실이 확인되더라도 이번 전수조사 결과만을 근거로 처분 절차를 진행하지 않을 방침이다. 농지은행에 위탁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처분 대상에 포함시키지도 않기로 했다.
농지법이 일반 토지와 다른 이유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농지는 원칙적으로 농업경영에 이용하기 위해 소유하는 토지다. 현행 농지법은 농지를 소유할 수 있는 범위를 제한하고 있으며, 직접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이 농지를 소유하거나 임대하는 경우에도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상속 농지는 대표적인 예외 사례다. 농사를 짓던 부모가 사망하면서 자녀에게 농지가 넘어가는 경우 상속받은 자녀가 농업인이 아닐 수도 있다. 현행 농지법도 이런 상황을 고려해 농업경영을 하지 않는 상속인의 농지 소유를 일정 범위에서 허용하고 있다. 현재 법은 농업경영을 하지 않는 상속인의 경우 상속 농지 가운데 총 1만㎡까지 소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상속 이후 실제 농지 이용 과정에서 발생한다. 상속인은 농촌에 살지 않거나 농사를 지을 능력이 없어 직접 경작하지 못할 수 있고, 이웃이나 친척에게 농사를 맡기는 경우도 있다. 이 과정에서 임대차 계약을 제대로 작성하지 않았거나 법에서 정한 임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서류상 농지법 위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정부가 이번에 ‘고령농·관행 임대차’를 별도로 처분 제외 대상으로 정한 것도 이런 현실을 고려한 조치다. 고령으로 더 이상 직접 농사를 짓기 어려운 농민이 자신의 농지를 이웃이나 친척에게 맡겨 계속 농사를 짓게 하는 경우까지 투기 목적의 농지 방치와 똑같이 취급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농지 임대차 자체가 모두 금지된 것은 아니다. 농지법은 일정한 사유와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농지 임대차를 허용하고 있다. 시행령에도 3개월 이상의 치료가 필요한 부상, 일정한 국외여행, 농업법인의 청산 등 농지를 직접 경작하기 어려운 부득이한 사유가 규정돼 있다.
소유관계가 복잡한 농지도 별도 예외로 분류됐다. 종중이나 사찰이 보유한 농지, 여러 명이 상속받았지만 등기가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농지 등은 실제 소유자와 경작자의 관계를 확인하는 것부터 쉽지 않다. 여러 상속인이 공동으로 소유한 농지에서 누가 농사를 짓고 누구에게 임대했는지를 명확하게 정리하기 어려운 사례도 있다.
맹지와 영농 곤란 농지도 대상이다. 맹지는 일반적으로 해당 토지로 통하는 도로와 직접 연결되지 않아 차량이나 농기계가 진입하기 어려운 토지를 말한다. 농지라고 하더라도 실제 농기계가 들어갈 길이 없거나 경사가 심하고 주변 여건이 나빠 농사를 짓기 어려운 곳이라면 소유자가 농사를 짓지 않는 이유가 투기와 무관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 판단이다.

농업용 창고 등 미허가 시설도 이번 특별조치법의 처분 제외 유형에 포함될 예정이다. 농지를 실제 농업에 이용하는 과정에서 창고나 농산물 보관시설 등이 설치됐지만 필요한 인허가를 받지 않은 사례를 일률적으로 처분하지 않고 적법한 이용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처분을 하지 않는 데 그치지 않고 일정한 특례기간을 두고 농지 이용 실태를 적법한 형태로 바꾸는 방안도 추진한다. 관행적으로 이뤄진 임대차는 특례기간에 서면계약을 체결해 적법한 임대차 형태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고,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미허가 시설은 사후 허가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다만 농업진흥지역에서 설치가 금지된 시설 등까지 모두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정부가 이번 조사에서 엄격하게 들여다보겠다는 대상도 분명히 했다. 명백한 농지 투기 행위는 소명 절차를 거쳐 농지법에 따른 처분 여부를 결정한다.
농식품부가 제시한 대표적인 투기 유형은 세 가지다. 첫째는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영농계획서를 제출해 농지를 취득한 뒤 실제 농사를 짓지 않고 방치하거나 불법 임대한 경우다. 둘째는 경매 등을 통해 농지 지분을 취득하면서 가격 상승 후 되팔 목적으로 허위 영농계획서를 제출하고 농지를 방치하거나 임대한 경우다. 셋째는 농업법인이 농지를 취득한 뒤 직접 농사를 짓지 않고 농지를 쪼개 팔거나 임대해 부동산 수익을 얻는 경우다.
농식품부는 이처럼 투기 목적이 명확한 경우에는 일반적인 상속이나 고령농 사례와 달리 농지법에 따른 처분 절차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전수조사 결과만으로 모든 농지 소유자를 처분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실제 이용 목적과 경위를 구분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조치는 농지 전수조사 과정에서 농촌 현장의 현실과 현행 법령 사이에 상당한 간극이 드러난 데 따른 후속 대책이기도 하다. 농식품부는 지난 10월 6일에도 전수조사 결과를 근거로 개별 농지 소유자의 농지법 위반 여부가 확정되거나 처분명령·이행강제금이 부과된 사례는 없다고 밝혔다.
농지 전수조사의 목적은 농지를 실제 농업에 이용하고 있는지, 농지 소유와 이용 과정에서 불법적인 투기가 있었는지 등을 파악하는 데 있다. 농지법은 농지를 농업에 이용하도록 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하고 있어 농지를 취득한 뒤 실제 경작하지 않거나 허용되지 않은 방식으로 임대하는 행위가 문제가 될 수 있다.
정부가 이번에 특별조치법을 별도로 추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행 농지법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는 농지 가운데 상당수가 투기와 무관한 상속·고령·소유권 분쟁·영농 여건 문제 등 현실적인 사정에서 발생했다는 판단이다.

농지은행의 역할도 확대된다. 농지은행은 한국농어촌공사가 농지를 매입하거나 임대·수탁해 필요한 농업인에게 공급하는 제도다. 농지를 직접 경작하기 어려운 소유자가 농지를 맡기거나 매도하고, 농지를 필요로 하는 청년농이나 전업농 등이 이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정부는 현재 진흥지역 농지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농지은행의 매입 대상을 농업 활용이 가능한 비진흥지역 농지까지 넓히는 방안을 추진한다. 내년도 예산을 늘려 매입 대기 물량을 줄이고, 지역별 농지 수요를 고려해 청년농과 전업농에게 필요한 농지를 우선 공급하는 방식도 검토한다.
농지은행에 관련 업무를 집중시키는 방안도 추진된다. 농지를 팔거나 임대하려는 농업인이 여러 기관을 각각 방문하지 않고 농지은행을 통해 관련 절차를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도록 업무 체계를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농지 관련 정보도 하나로 묶기로 했다. 현재 등기부와 토지대장, 농지대장, 농업경영체 정보, 농지전용 허가 정보 등이 각각 다른 방식으로 관리되고 있는데 이를 연계한 통합 농지 플랫폼을 구축할 예정이다. 다음 주부터는 농지조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의를 받을 상담센터도 운영한다.
입법 일정도 제시됐다. 농식품부와 더불어민주당은 10월 중 특별조치법을 발의하고 12월까지 국회 절차를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후 농지 전수조사를 통해 파악한 현장의 문제를 바탕으로 내년 상반기 농지법 개정안을 마련한다는 3단계 로드맵이다.
이번 특별조치법이 실제로 제정되면 농지 소유자 입장에서는 조사에서 농지법상 문제가 발견됐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농지를 팔거나 이행강제금을 내야 하는 상황을 피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 반면 투기 목적으로 농지를 취득하고 실제 농사를 짓지 않은 경우에는 별도의 소명과 처분 절차가 적용된다.
정부가 이번에 구분한 핵심 기준은 ‘농지법 위반 여부’만이 아니라 ‘투기 목적이 있었는지’다. 상속이나 고령, 복잡한 소유관계, 영농이 어려운 물리적 여건 등으로 발생한 문제와 농지를 이용해 시세차익을 얻으려는 행위를 같은 기준으로 처분하지 않겠다는 것이 이번 후속 대책의 주요 내용이다. 특별조치법의 구체적인 내용은 국회 발의와 심사 과정에서 확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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