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북 첫 사용기, 하드웨어는 최상급인데 소프트웨어는 크롬OS보다 후퇴했다는 평가

카페 테이블에서 여러 노트북을 함께 살펴보는 세 사람의 모습 — AI 자료 이미지

구글이 안드로이드 기반 노트북 운영체제 ‘구글북 OS’를 탑재한 구글북 5종을 내놓은 뒤 첫 사용기들이 나오고 있다. 더 버지(The Verge)는 하드웨어가 “훌륭함에서 최상급까지” 걸쳐 있지만 현재 소프트웨어 상태가 약점이라고 평가했다. 구글북을 테스트하는 기자 4명의 내부 슬랙 대화방은 불만과 실망, 당혹감 토로로 채워졌다는 것이다. 반면 PC월드(PCWorld)의 에이서 구글북 14 리뷰는 OS가 혼란스럽지 않았다며 상대적으로 호의적인 평가를 내렸다.

Android Authority — My Googlebook is a disaster

“크롬OS를 대체한다더니”…더 버지가 꼽은 소프트웨어 문제

더 버지의 안토니오 G. 디 베네데토(Antonio G. Di Benedetto)는 HP 구글북 14, 레노버 구글북 15, 에이서 구글북 14 등 3대를 테스트 중이다. 그는 구글 관계자가 출시 사전 공개 행사에서 “크롬OS를 안드로이드로 바꾸면 훨씬 빠른 개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런데도 구글북 OS는 출시 시점 기준으로 크롬OS보다 한 걸음 후퇴한 느낌이라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크롬에서 서로 다른 구글 계정을 따로 쓸 수 없는 등 크롬OS의 약점도 그대로 물려받았다.

세부 불만은 구체적이다. 가상 데스크톱 사이에서 스와이프로 이동하거나 창을 옮길 수 없고, 데스크톱 왼쪽으로 스크롤하면 모든 앱을 한꺼번에 종료하는 ‘모두 지우기(Clear All)’ 버튼이 나온다. 스마트폰 앱 전환 화면에서 가져온 기능인데, 노트북에서 앱을 전부 닫을 정도라면 재부팅이나 종료를 택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내비게이션 버튼을 구글북 키보드에 넣었는데, 이 역시 오작동하는 앱을 위한 대체 수단으로 보인다고 그는 적었다.

앱별 사례도 나왔다. 시그널(Signal) 안드로이드 앱은 휴대폰과 쉽게 연결됐지만 메시지를 보내려면 Ctrl+Enter를 눌러야 하고, 클릭 후 드래그하면 텍스트가 선택되지 않고 화면이 스크롤된다. 어도비 포토샵과 라이트룸은 가장 단순한 편집에는 쓸 만하지만 데스크톱 앱을 갖춘 저가 윈도우 노트북이 낫겠다고 했다. 슬랙의 프로그레시브 웹 앱(PWA·웹 기반 설치형 앱) 설치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디 베네데토는 직접 구매했다면 “구글의 유료 베타 테스터가 된 자신에게 화가 났을 것”이라고 썼다.

책상 앞에서 영상 썸네일이 띄워진 노트북을 조작하는 모습 — 이해를 돕는 AI 자료 이미지

태블릿 앱이 노트북에 올라탔다…개발사 문제

데이비드 피어스(David Pierce)는 델 XPS 구글북을 테스트 중이다. 그는 안드로이드가 휴대폰·태블릿·TV·자동차까지 비교적 잘 돌아가는 성숙한 플랫폼이 됐지만 앱은 별개 문제라고 지적했다. 구글북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듯한 앱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넷플릭스가 대표적이다. 영화 다운로드는 되지만 앱이 전체 화면 태블릿 방식으로 실행되고, 거의 모든 스트리밍 앱이 그렇다. 상단 바에 마우스를 올리면 창 모드 옵션이 나타나지만 직관적이지 않아서 앱마다 창 모드를 다시 설정하는 일이 번거롭다고 했다. 크런치롤 같은 앱은 키보드로 일시정지나 되감기를 할 수 없어 화면을 클릭하거나 터치해야 한다.

구글북에 맞게 최적화된 앱도 있다. 하지만 창 크기를 조절할 때 앱 내용이 사라지는 문제가 흔하다. 구글 자체 앱 일부도 마찬가지이고, 유튜브와 메시지는 비교적 자연스럽게 확대·축소된다. 피어스는 개발사에 “스페이스바로 영화를 멈출 수 없다면 키보드를 지원하지 않는 앱”이라고 꼬집었다. 폰과 깊이 연결하고 모든 앱을 동기화하는 ‘안드로이드화’ 전략 자체는 마음에 들지만, 앱을 열 때마다 “노트북인 척하는 안드로이드 태블릿” 같다고 평했다. 그는 “아무도 안드로이드 태블릿을 진짜 원한 적이 없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테스트 담당자는 리눅스 앱이 대안이 되기도 어렵다고 썼다. 구글북의 리눅스 가상 머신에서 실행한 앱은 작업 표시줄이나 앱 트레이에 나타나지 않는다. 일반 캡스락 키가 없는 점은 치명적이지 않지만 모바일 브라우저만 쓸 수 있는 점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안드로이드 앱 호환성도 “운에 맡기는 일”이라는 평가다.

에이서·레노버 하드웨어는 호평…가격과 사양

하드웨어 평가는 대체로 좋다. PC월드가 리뷰한 에이서 구글북 14는 인텔 코어 울트라 5 325 프로세서, 16GB 메모리, 512GB SSD를 갖췄다. 디스플레이는 14인치 2880×1800 해상도의 120Hz OLED 터치스크린이다. USB-C 3.2 Gen 2 포트 2개, USB4/썬더볼트 4 포트 1개, 3.5mm 헤드폰 잭이 있고 와이파이 7과 블루투스 6.0 이상을 지원한다. 무게는 2.51파운드(약 1.14kg)이고 가격은 899.99달러다.

PC월드는 크롬북 플러스 대부분이 플라스틱인 것과 달리 알루미늄-마그네슘 섀시가 매우 튼튼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두께는 0.55인치이고 360도 힌지로 태블릿 모드도 쓸 수 있다. 키보드는 백라이트를 지원하고 전원 버튼이 지문 센서를 겸한다. 터치패드에 지문이 잘 묻는다는 점은 단점으로 꼽혔다. 이 매체는 새 OS가 혼란스러울지, 실수로 ‘매직 포인터’를 작동시키면 거슬릴지 궁금했는데 “놀라울 정도로 그렇지 않았다”고 적었다.

크롬 언박스드가 개봉기를 올린 레노버 구글북 15는 15.3인치 3K(2880×1800) 120Hz OLED 터치스크린에 안티글레어 처리를 했다. 마그네슘·알루미늄에 탄소섬유 하부 구조를 쓴 섀시는 무게가 3파운드 미만이다. 인텔 코어 울트라 5 325에 16GB DDR5 램과 512GB SSD를 탑재했고 풀사이즈 HDMI, 썬더볼트 USB-C 2개, USB-A 1개 포트를 갖췄다. 얼굴 인식용 IR 센서와 지문 센서도 있다. 이 매체는 전체 소프트웨어 리뷰에는 시간이 걸린다고 밝혔다.

폰 연동은 강점, 맥에서 맛보는 비공식 가상 머신까지

크롬 언박스드는 픽셀 11 프로 XL로 ‘베터 투게더’ 기능을 시험했다. 휴대폰 전체 파일 저장소가 구글북 파일 탐색기에 바로 나타나, 최근 사진 등을 드래그 앤 드롭으로 옮길 수 있다. 파일 크기는 200MB 이하여야 한다. 폰에서 구글 문서를 편집하다 구글북을 열면 바탕화면 선반에 이어서 작업하라는 안내가 뜬다. 안드로이드 앱을 폰에서 노트북 화면으로 띄워 도어대시 주문 확인 같은 간단한 작업을 할 수도 있고, 노트북에서 문자 알림을 지우면 폰에서도 지워진다.

구글북이 없는 사용자를 위한 비공식 프로젝트도 등장했다. 개발자 스카일러 테일러배릭이 공개한 오픈소스 도구로, 트러스티드 리뷰는 이름을 gbos-vm으로, 안드로이드폴리스는 gobs-vm으로 표기했다. 애플 실리콘 맥에서 구글북 OS를 GPU 가속 가상 머신으로 실행한다. 맥OS 자체 하이퍼바이저 프레임워크 위에서 UTM, QEMU, 몰튼VK, 앵글 등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필요 사양은 램 16GB 이상과 여유 저장공간 약 60GB다. 안드로이드폴리스에 따르면 약 9GB를 내려받아야 하고, 개발자는 델 구글북 복구 이미지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한계도 뚜렷하다. 블루투스가 작동하지 않고 화면 주사율은 60Hz로 제한되며, 가상 TPM 데몬 문제로 백그라운드에서 CPU를 불필요하게 소모한다. 트러스티드 리뷰는 일상용 맥OS 대체가 아니라 개발자와 애호가를 위한 도구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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