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항복 아닌 레버리지 정리…청산 20억 달러에도 미결제약정 1,500억 달러 유지

카페 창가 테이블 위 금빛 비트코인 동전과 열린 노트북, 비 내리는 도심 — 이해를 돕는 AI 자료 이미지

비트코인이 목요일(현지시각) 8만 달러 초반까지 밀렸다가 금요일 반등했지만 투자 심리는 여전히 조심스럽다. 미국 현물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에서는 수·목 이틀간 약 7억 2,900만 달러(약 9,800억 원, 1달러 1,342원 기준)가 빠져나갔다. 금리 인상 가능성과 중동발 유가 상승이 겹친 영향이다.

한 보도는 청산이 전면적인 항복(캐피튤레이션)보다 레버리지(차입 투자) 정리에 가깝다고 짚었다. 파생시장 미결제약정이 크게 줄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예측시장에서는 10월 안에 8만 달러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ETF 이틀 연속 자금 이탈…금리·유가가 발목

비트코인 매거진(Bitcoin Magazine)은 파사이드 인베스터스(Farside Investors) 자료를 인용해 블랙록·피델리티·모건스탠리·ARK 21셰어스가 운용하는 펀드에서 수요일과 목요일에 상당한 자금이 빠져나갔다고 전했다. 디크립트(Decrypt)의 ETF 추적 자료로는 수요일 순유출이 4억 8,490만 달러였다. 6월 25일 이후 최악의 하루다. 목요일에는 2억 4,400만 달러가 추가로 이탈했다.

주초 흐름은 달랐다. 비트코인 매거진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주 초반 약 9,000만 달러어치를 팔았지만 화요일에는 약 1억 1,900만 달러어치를 사들였다. 이후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자금이 다시 빠져나갔다.

디크립트는 10년물 미국 국채 금리가 5.32%까지 올랐고 Fed 의사록이 연말까지 추가 인상을 가리킨다고 설명했다. 크립토브리핑(Crypto Briefing)은 같은 기간 국채 금리가 5.3%를 웃돌았고 유가는 배럴당 101달러를 넘어섰다고 전했다. 비트코인 매거진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 공격이 재개되며 브렌트유가 뛰었다고 적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협상이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시사한 점도 부담으로 꼽았다.

원목 책상에서 차트가 표시된 노트북을 조작하는 모습 — 내용 이해를 돕는 AI 이미지

금리 인상이 늘 악재는 아니었다

비트코인 매거진은 올해 비트코인이 지정학 변수에 유독 민감했다고 평가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 뒤 유가가 급등했고 유가 상승은 Fed의 금리 인상 베팅으로 이어진다는 논리다. 금리가 오르면 비트코인이 상승할 수 있는 유동성이 줄어든다는 설명이 붙었다.

그렇다고 공식이 늘 맞아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같은 매체에 따르면 Fed는 지난달 물가를 잡겠다며 강경한 발언을 내놓고 기준금리를 0.25%p 올렸는데, 이후 며칠간 비트코인 가격은 오히려 올랐다.

현재 위치도 짚어볼 만하다. 비트코인 매거진은 가격이 10월에 찍은 사상 최고가 12만 6,080달러보다 34% 낮다고 전했다. 올해 대부분을 약세장에서 보냈지만 8~9월 상승 이후 강세장 증거를 거론하는 분석가가 늘고 있다고도 했다. 지난주 비트코인이 9만 달러에 바짝 다가서면서 ‘업토버’라 불리는 10월 상승 기대가 커졌던 터라 조정의 체감 폭은 더 컸다.

청산 규모와 ‘항복이 아닌 레버리지 정리’ 진단

크립토브리핑은 이번 주 가상자산 시장에서 24억 달러가 넘는 포지션이 청산됐다고 전했다. 다만 이 매체는 일별 청산 규모가 6억 9,600만 달러에서 12억 달러 이상 사이였고 합산하면 20억 달러를 넘는다고 적은 뒤 24억 달러는 원 보도의 수치라고 덧붙였다. 정확한 합계는 집계 기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하락 출발점도 8만 5,700달러와 8만 6,600달러 안팎으로 엇갈린다.

청산의 대부분은 상승에 베팅한 롱 포지션이었다. 여러 날에 걸쳐 롱 비중이 85~93%였고 하루 기준으로 10만~18만 명이 강제 청산을 당했다. 시가총액은 36시간 안에 약 1,100억 달러 줄었다.

그럼에도 이 매체는 전면 항복은 아니라고 봤다. 선물·파생상품 미결제약정이 거의 움직이지 않고 약 1,500억 달러 선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비교 대상으로는 지난해 10월의 청산 사태가 제시됐다. 당시에는 190억 달러 규모 포지션이 사라졌다. 이번 청산이 그 규모에는 한참 못 미친다는 의미다.

온체인(블록체인 기록) 신호는 엇갈린다. 크립토브리핑은 하락 구간에서 단기 보유자가 손실 상태로 5만 5,600 BTC를 거래소에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고 적었다. 다만 이 물량이 모두 매도로 이어졌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예측시장은 추가 하락 베팅, 지표는 중립

디크립트의 모회사 다스탄이 소유한 예측시장 미리어드에서는 비트코인이 10월 중 한 번이라도 8만 달러 이하에서 거래될 확률이 67%로 나왔다. 7만 7,500달러까지 내려갈 확률은 40%, 7만 5,000달러는 24%다. 별도의 주간 시장에서는 주를 8만 7,500달러 위에서 마감할 확률을 49%로 매겼다. 투자자들은 한 달가량의 가격 압축과 추가 하락 여지를 함께 보는 것으로 풀이된다.

기술 지표는 방향이 뚜렷하지 않다. 일봉 기준 평균방향지수는 37.9로 추세 확인 기준인 25를 웃돌고 매수 방향선이 매도 방향선 위에 있어 추세는 아직 상승이다. 상대강도지수는 51.2로 중립이다. 반면 4시간봉에서는 가격이 50기간 지수이동평균선 아래에 있어 단기 추세는 돌아서지 못했다.

비트코인은 금요일 1.38% 오른 8만 2,837달러에 거래됐고 목요일 저점은 8만 427달러였다. 이는 9월 초 이후 최저 수준이다. 비트코인 매거진이 전한 가격은 8만 2,688달러로 매체마다 기준 시점이 조금씩 다르다. 시장 지표도 식었다. 공포·탐욕 지수는 10월 2일 71로 ‘탐욕’ 구간이었지만 56의 중립으로 내려왔다. 총 시가총액은 일주일 전 3조 달러를 웃돌았다가 금요일 2조 8,000억~2조 9,000억 달러대로 집계됐다.

레저 도난 보도와 CPI, 주간 종가 변수

코인텔레그래프는 금요일 비트코인이 뉴욕 증시 개장 무렵 8만 3,000달러를 회복했다고 전했다. 미국 증시도 기술주 중심으로 반등해 출발했다. CNBC는 오픈AI의 실적 전망이 기대에 못 미쳐 나스닥 종합지수가 압박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바이탈 날리지의 애덤 크리사풀리는 이번 매도가 극단적인 포지션 쏠림을 반영하며 AI 관련 기술주 전체가 V자로 급반등하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하드웨어 지갑 보안 이슈도 불거졌다. 하드웨어 지갑 레저 사용자들의 자금이 도난당했다는 보도가 나왔고 레저는 X(옛 트위터) 게시물에서 이를 인정했다. 레저는 동남아시아 기반 리셀러 크립토빌리스와 연관 지었다. 이어 기기를 설정한 이용자는 새 시드로 만든 새 레저 서명 장치로 자산을 옮기라고 권고했다. 코인텔레그래프는 콜드카드가 7~8월 여러 단계에 걸친 해킹을 당한 뒤 하드웨어 지갑 보안 점검이 강화됐다고 전했다. 시장은 이번 보도를 크게 의식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앞으로의 일정은 주간 종가와 10월 14일 발표되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다. 비트코인 운용사 비트와이즈 유럽의 루크 딘스는 8만 3,000달러 구간이 ETF 평균 매입단가와 직전 고점이 겹치는 곳이라며 반등의 첫 시험대라고 말했다. 이 구간을 되찾으면 8만 4,433달러 구간이 거론되고 9월 고점 8만 7,354.33달러가 일봉 종가 기준 돌파해야 할 천장이다.

비트파이넥스 알파는 CPI 발표 전까지 8만 1,300~8만 6,500달러 박스권을 예상하며 8만 4,000달러 재시험이 반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코인글래스 자료에서는 거래소 호가창의 매도 물량이 8만 4,000달러 부근에서 두꺼워졌다. 8만 2,500달러는 9월 중순 이후 지지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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