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한 판을 4만3923원에 수입... 쇠고기·돼지고기로도 사태 번지나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계란이 진열된 모습. / 뉴스1

정부의 브라질산 계란 '역마진 수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는 가운데, 이번 사태가 향후 브라질산 쇠고기·돼지고기 시장 개방 과정에서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계란이 선례가 될 경우 더 큰 규모의 재정 부담이 따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14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7월부터 브라질산 신선란 112만개를 개당 1464원에 수입했다. 이를 개당 131원 수준에 유통업체에 공급하면서 수입 원가와 공급가의 차액은 고스란히 정부 재정으로 메워졌다. 개당 1333원가량의 역마진이 발생한 셈이다. 미국산(464원)·태국산(305원)보다 3~5배 비싼 가격에 들여온 점이 논란의 핵심이다.

문제는 이런 구조가 계란 한 품목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데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지난 7월 브라질 국빈 방문 당시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2월 방한 때 채택한 '한-브라질 전략적 동반자 관계 이행을 위한 2026-29년 행동계획'에 담긴 브라질산 쇠고기·돼지고기의 한국 시장 접근 약속을 재확인했다.

브라질은 농축산물 시장 개방을 요구하고 있고, 양국은 2년 안에 교역 규모를 두 배로 늘리기로 했다. 양측은 8월 브라질에서 실시하는 농림축산검역본부와 농식품부의 기술 실사를 시작으로 브라질산 쇠고기 위험평가 절차를 지체 없이 완료하기로 합의했다. 공동성명에 계란은 별도로 언급되지 않았으나, 브라질산 축산물의 한국 시장 개방은 두 차례 정상회담에서 모두 의제에 올랐다. 계란이 정상외교 흐름 속에서 먼저 수입된 만큼, 쇠고기·돼지고기 역시 유사한 경로를 밟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쇠고기·돼지고기는 계란보다 수입 규모와 시장 파급력이 훨씬 크다. 계란이 112만개 수준의 '시범 도입'이었던 것과 달리, 축산물 전면 개방은 조 단위 거래로 확대될 수 있다. 조달 단가가 경제성 검증보다 외교 일정에 좌우될 경우 재정 부담은 계란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으로 불어날 수 있다는 우려다.

이번 계란 사태에서 드러난 조달 시스템의 허점도 재연 가능성이 거론된다. 낙찰업체의 두 차례 계약 포기로 수입 단가가 당초 입찰가보다 5031원 뛰었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국회에 최종 계약가가 아닌 최초 입찰가를 제출해 단가가 실제보다 낮게 알려졌다. 가격 검증과 정보 투명성에 대한 제도적 보완 없이 추가 품목 개방이 진행되면 같은 문제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브라질산 계란 수입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에 따른 일시적 공급 부족에 대응한 한시적 조치이자 소량 시범 도입이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정상회담과의 연관성에 대해 "그것과는 관련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야당은 정상외교 성과를 위해 경제적 타당성이 뒷전으로 밀렸다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과 룰라 대통령의 각별한 개인적 친분이 무리한 수입 추진의 배경이 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내놓는다.

이재명 대통령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 김혜경 여사, 호잔젤라 다시우바 여사가 지난 7월 27일(현지 시각) 브라질 외교부궁에서 열린 문화공연 및 리셉션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뉴스1

두 정상은 노동자 출신이라는 공통된 서사를 바탕으로 일찌감치 교감을 쌓아왔다. 이 대통령은 소년공으로 공장에서 일하다 산업재해를 겪은 이력을, 룰라 대통령은 금속노동자이자 노조 지도자 출신이라는 이력을 각자 상징으로 삼아왔다. 지난 6월 캐나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계기 첫 만남에서도 두 사람은 '소년공·노동자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부각하며 친밀감을 드러낸 바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계란 수입까지 좌파 커넥션이냐"며 "국내 '왼쪽'을 넘어 국제 '왼쪽'까지 챙긴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반면 이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 비공개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브라질산 수입 계란과 관련한 허위 정보가 번지고 있다며 엄정하게 대처하라고 주문했다.

핫 뉴스

뉴스 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