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어쩌다가...9년 만에 1위→22위로 추락한 '이 순위'

한때 '인터넷 강국'의 대명사로 불리던 한국이 유선 인터넷 속도 국제 비교에서 20위권 초반까지 내려앉았다. 베트남과 태국 등 동남아시아 국가에도 뒤처졌다는 집계가 나오자 정부는 조사 방식에 한계가 있다며 반박에 나섰다.

한국 PC방 전경 / 뉴스1

14일 미국 네트워크 분석업체 우클라(Ookla)가 운영하는 '스피드테스트 글로벌 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8월 한국의 유선(고정형) 인터넷 다운로드 속도 중앙값은 251.33Mbps로 세계 22위에 그쳤다.

Mbps는 1초 동안 전송되는 데이터량을 메가비트 단위로 나타낸 것으로, 값이 클수록 빠르다는 뜻이다. 중앙값은 전체 측정 결과를 크기순으로 줄 세웠을 때 한가운데 놓이는 값을 말한다. 극단적으로 빠르거나 느린 일부 측정값에 덜 흔들린다는 특징이 있다.

■ 싱가포르 462Mbps…베트남·태국은 나란히 '톱10'

유선 부문 1위는 462.50Mbps를 기록한 싱가포르였다. 한국 측정치의 약 1.8배 수준이다. 아랍에미리트(UAE)와 칠레가 2, 3위로 뒤를 이었고 미국은 7위에 자리했다.

눈길을 끄는 건 동남아 국가들의 약진이다. 베트남은 301.48Mbps로 8위, 태국은 298.92Mbps로 9위에 올라 나란히 10위권에 진입했다. 두 나라의 속도는 한국보다 각각 약 20%, 19% 높다. 반면 중국과 일본은 각각 24위, 26위로 한국보다 아래였다.

도시 단위로 좁혀 봐도 흐름은 비슷했다. 서울은 238.69Mbps로 34위에 머물렀다. 태국 방콕이 321.90Mbps로 6위에 올랐고, 베트남 호찌민(298.38Mbps)과 하노이(251.94Mbps)도 각각 14위, 30위로 서울보다 순위가 높았다.

차이를 체감할 수 있는 수치로 바꿔 보면 이렇다. 각국의 중앙값 속도가 끊김 없이 유지된다고 가정하고 1GB 파일 하나를 내려받는 데 걸리는 시간을 단순 계산하면 한국은 약 32초, 베트남은 약 27초, 싱가포르는 약 17초가 걸린다. 일상적인 웹 서핑이나 동영상 시청에서 당장 체감할 만한 격차는 아니지만, 대용량 파일을 자주 주고받는 환경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한국 PC방 풍경 / AI 생성 이미지

■ 모바일은 세계 6위…유선만 '제자리걸음'

무선 쪽 사정은 조금 낫다. 같은 달 한국의 모바일 인터넷 다운로드 속도는 250.56Mbps로 세계 6위를 기록했다.

다만 최상위권과의 격차는 상당하다. 1위 UAE는 675.51Mbps로 한국의 약 2.7배에 달했다. 카타르(535.94Mbps)와 쿠웨이트(399.92Mbps)가 2, 3위를 차지했고 독일과 브라질도 한국을 앞섰다.

모바일 순위 역시 예전만은 못하다. 우클라 집계에서 한국은 2019년 모바일 부문 1위에 올랐고, 이후 2020년과 2021년에는 2위를 지켰다. 2021년에는 유선과 모바일 두 부문 모두 10위 안에 이름을 올린 유일한 국가이기도 했다. 하지만 2022년 11월 기준으로는 UAE와 카타르에 밀려 3위로 내려앉았고, 이번에는 6위까지 떨어졌다.

흥미로운 점은 한국의 유선과 모바일 속도가 251Mbps 안팎으로 거의 같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5G 등 이동통신 인프라 경쟁에 투자가 쏠리면서 상대적으로 유선망 고도화가 뒷전으로 밀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빠른 무선 인터넷 속도를 자랑하는 한국 / AI 생성 이미지

■ 13분기 연속 '세계 1위'였는데…9년 사이 무슨 일이

불과 9년 전만 해도 상황은 완전히 달랐다. 미국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기업 아카마이(Akamai)가 2017년 내놓은 '1분기 인터넷 현황 보고서'에서 한국은 평균 접속 속도 28.6Mbps로 세계 1위에 올랐다. 2위 노르웨이(23.5Mbps), 3위 스웨덴(22.5Mbps), 4위 홍콩(21.9Mbps)을 여유 있게 따돌렸고, 평균 속도 25Mbps를 넘긴 나라는 한국이 유일했다. 당시 세계 평균(7.2Mbps)의 약 4배였고, 지금은 한국을 앞선 미국은 18.7Mbps로 10위에 머물러 있었다. 이 보고서 기준으로 한국은 13분기 연속 정상을 지켰다. 같은 보고서에서 한국은 4Mbps·10Mbps·15Mbps·25Mbps 이상 접속 비율 등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 지표에서도 모두 1위였다. 전체 접속의 40%가 25Mbps를 넘었는데, 당시 이 비율이 세계적으로는 12%에 불과했다.

우클라 집계에서도 한국의 순위는 점차 내려왔다. 2019년 2위였던 유선 인터넷 순위는 2020년 4위, 2021년 7위로 떨어졌고, 2022년 11월에는 171.12Mbps로 34위까지 밀려나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시 1위는 모나코(320.08Mbps), 2위는 싱가포르(295.78Mbps)였다.

이 수치를 이번 결과와 견주면 한국의 속도 자체는 3년여 만에 약 47% 빨라졌고 순위도 34위에서 22위로 올라섰다. 속도가 느려졌다기보다는 다른 나라들이 더 빠른 속도로 치고 올라오면서 상대적인 위치가 밀린 측면이 크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2023년 당시 업계에서는 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앞서 초고속망을 깔면서 광케이블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광동축혼합망(HFC) 등을 함께 썼고, 후발 국가들은 처음부터 광케이블 위주로 망을 구축한 영향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에 대해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는 광케이블 구축이 부족했다는 분석은 사실과 다르다며 선을 그었다.

다만 아카마이와 우클라의 수치를 나란히 놓고 '1위에서 22위로 떨어졌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아카마이는 자사 네트워크에 접속한 이용자들의 평균 속도를 집계했고, 우클라는 이용자가 직접 측정한 값의 중앙값을 쓴다. 조사 주체도, 산출 방식도 다른 셈이다.

■ 정부 "변수 통제 안 된 자발적 측정"…해묵은 신뢰성 논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번 결과에 대해서도 객관적인 국가 간 비교 자료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같은 단말기, 같은 통신망에서도 측정값이 달라지는데 우클라는 변수를 통제하지 않은 채 이용자의 자발적 측정에만 의존했고, 국가별 측정 조건과 건수, 구체적인 평가 방식도 공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통신서비스 품질평가에서 100Mbps급은 91.91Mbps, 500Mbps급은 496.05Mbps, 1Gbps급은 987.70Mbps로 측정돼 우클라의 측정값과 차이가 크다"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참고해도 한국의 거주자 100명당 100Mbps급 이상 인터넷 가입자 수(46.23명)와 전체 유선 인터넷 회선 수 대비 광케이블 기반 회선 수 비중(91.55%)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측정 구조상의 변수도 적지 않다. 우클라의 유선 통계에는 휴대용 와이파이 기기로 잰 값도 섞여 들어가고, 모바일 통계는 최신 칩셋을 탑재한 단말기를 기준으로 집계된다. 이용자가 100Mbps급, 500Mbps급, 1Gbps급 가운데 어떤 상품에 가입했는지, 어떤 기기와 공유기를 쓰는지, 측정 서버가 어디에 있는지에 따라서도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1Gbps 상품에 가입했더라도 구형 공유기나 와이파이로 측정하면 속도가 훨씬 낮게 찍히는 식이다.

같은 논쟁은 처음이 아니다. 2022년 11월 기준 34위 결과가 공개된 2023년 초에도 과기정통부와 KTOA는 우클라가 측정 조건을 공개하지 않아 검증이 어렵다고 반박했다. KTOA는 당시 국내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 약 2200만명 가운데 500Mbps급 이상 상품 가입자가 60%를 넘는다는 통신사 집계도 함께 제시했다. 또 도시국가인 모나코와 싱가포르가 최상위권을 차지한 점을 들어 조사의 한계를 지적하기도 했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은 국가 정보화 백서에 실었던 우클라 인용 자료를 삭제했다.

결국 순위 하나만으로 한국의 통신 인프라 수준이나 기술 경쟁력을 재단하기는 무리가 있다는 게 중론이다. 다만 동남아 국가들이 빠르게 격차를 좁히고 있는 만큼 유선망 고도화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함께 나온다. 해외 민간 조사 결과를 둘러싼 신뢰성 공방이 되풀이되는 만큼, 국가 간 비교가 가능한 객관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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