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삼전닉스 너무 비싸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 수장들이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며 중국산 반도체의 활용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산업의 급성장으로 메모리 수요가 늘고 가격이 치솟자 중국 업체들의 생산 확대 가능성을 부각하는 모습이다. 세계 메모리 시장을 주도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는 가격 협상과 시장 점유율 측면에서 새로운 변수가 될 수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머스크 CEO는 지난 15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엑스(X)에 “중국은 2028년 엄청난 양의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메모리 반도체 수급과 가격에 대한 불만을 잇달아 드러낸 데 이어 중국의 생산 능력 확대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메모리가 문제”…머스크가 연이어 가격 불만 드러낸 이유

머스크는 지난 11일 메모리 반도체 공급 문제를 지목하며 “문제는 RAM 공급”이라고 밝혔다. RAM은 컴퓨터나 서버가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동안 데이터와 작업 정보를 임시로 저장하는 메모리다. AI 서비스를 운영하는 데이터센터와 자율주행 시스템에서도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 메모리 반도체가 필요하다.

이어 12일에는 중국이 제조 기술을 확보하면 메모리 생산을 대규모로 늘릴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13일에는 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을 언급하며 “마이크론은 향후 메모리 가격과 관련해 합리적인 태도를 보여왔지만, 다른 업체들은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을 요구해왔다”고 비판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 뉴스1

머스크가 특정 기업을 직접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하고 있다. 두 회사는 글로벌 D램 시장의 주요 공급업체로, AI 서버에 필요한 고성능 메모리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테슬라뿐 아니라 우주기업 스페이스X와 AI 기업 xAI 등 머스크가 이끄는 기업들은 AI 연산과 데이터센터 구축에 대규모 반도체를 필요로 한다. AI 모델을 학습시키거나 서비스를 운영하려면 연산을 담당하는 프로세서뿐 아니라 데이터를 저장하고 전달하는 메모리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메모리 가격이 오르면 관련 사업을 운영하는 기업의 투자 비용과 제품 원가에도 부담이 생길 수 있다.

애플도 메모리 부족을 ‘위기’로 규정

메모리 공급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머스크만이 아니다. 존 터너스 애플 CEO도 지난 15일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메모리 공급 제약을 “절대적인 위기”라고 표현했다. 공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능한 선택지를 모두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 발언은 애플이 중국산 메모리 반도체를 대체 공급원으로 고려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됐다. 다만 중국산 반도체를 실제로 채택하기로 확정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공급 부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다양한 조달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뜻에 가깝다.

애플과 같은 대형 전자제품 기업은 스마트폰과 컴퓨터 등 여러 제품에 메모리 반도체를 사용한다. AI 기능이 확대될수록 기기 안에서 처리하는 데이터가 늘고, 서버를 통한 AI 서비스 운영에도 메모리 수요가 커질 수 있다. 메모리 공급이 부족하거나 가격이 오르면 제품 생산 계획과 원가 관리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중국산 메모리의 활용 가능성이 거론되는 배경에는 중국 기업의 생산 확대가 있다.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는 D램을 생산하는 업체로, 생산능력을 빠르게 키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형 고객사가 공급처를 다변화할 수 있다면 기존 공급업체와 가격을 협상할 때 선택지가 늘어날 수 있다.

2028년 주목받는 중국 CXMT…월 생산능력 60만장 전망

업계가 주목하는 시점은 머스크가 언급한 2028년이다. 국내외 주요 메모리 기업의 생산시설 확충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 CXMT도 생산능력을 크게 늘릴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CXMT의 월간 D램 웨이퍼 생산능력은 2026년 말 약 30만장에서 2028년 말 50만~60만장 수준으로 확대될 수 있다. 웨이퍼는 반도체 회로를 형성하는 얇은 원판 형태의 기판이다. 반도체 생산능력을 나타낼 때 월간 웨이퍼 투입량을 활용하기도 한다. 다만 웨이퍼 투입량이 늘어난다고 해서 완성된 메모리 칩의 생산량이 같은 비율로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웨이퍼 한 장에서 나오는 칩의 수와 공정 효율, 불량률 등에 따라 실제 생산량이 달라진다.

D램은 전원이 공급되는 동안 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로, 컴퓨터와 스마트폰, 서버 등에 널리 쓰인다. 데이터 처리 속도와 용량이 중요한 AI 서버에서도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중국 업체가 범용 D램 생산을 늘리면 공급 부족이 완화되거나 가격 경쟁이 심해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생산능력 확대와 첨단 메모리 시장 진입은 별개의 문제다. 반도체는 생산시설을 갖추는 것만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미세한 회로를 안정적으로 구현하는 공정 기술과 생산 수율, 전력 효율, 고객사가 요구하는 품질을 충족하는 능력 등이 함께 필요하다.

특히 AI 가속기에 들어가는 고대역폭메모리(HBM)는 일반 D램보다 높은 수준의 기술력이 요구된다. HBM은 여러 개의 D램 칩을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가 오가는 통로를 넓힌 고성능 메모리다. 대량의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해야 하는 AI 연산에서 활용도가 높다. 범용 D램의 생산량을 늘리는 것만으로 HBM 시장에서 곧바로 경쟁력을 확보하기는 어렵다.

SK하이닉스 HBM4E에 쏠린 눈 / 뉴스1

중국산 증산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미칠 영향은?

중국의 메모리 생산 확대가 한국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품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범용 D램 공급이 늘어나면 일부 제품의 가격 경쟁이 심해질 수 있다. 반면 HBM처럼 기술 요구 수준이 높은 제품은 공정 완성도와 수율, 고객사 인증 등 별도의 경쟁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삼성전자와 CXMT의 D램 공정 기술 격차가 양산 시점을 기준으로 5~7년에 달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중국 업체가 기존 공정의 완성도를 높이는 동안 삼성전자는 차세대 반도체 생산시설과 HBM을 중심으로 기술 고도화를 이어가고 있어 중국의 추격에 대한 시장 우려가 과도하다는 취지로 분석했다.

다만 반도체 기술 격차는 제품 종류와 공정 세대, 평가 기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범용 D램과 HBM의 경쟁력을 같은 기준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만큼, 중국 업체의 생산 확대가 모든 메모리 제품 시장에 동일한 영향을 준다고 보기는 어렵다.

2026년 10월 19일 기준 코스피, 급락 후 상승 마감 / 뉴스1

업계에서는 머스크의 발언을 실제 공급처를 바꾸겠다는 선언이라기보다 가격 협상 과정에서 공급업체에 압박을 가하는 성격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대형 고객사가 중국 업체의 생산 확대 가능성을 언급하면 기존 공급업체와의 가격 협상에서 대체 공급원을 내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산 메모리로 공급처를 바꾸려면 가격뿐 아니라 성능과 안정성도 검토해야 한다. AI 서버용 메모리는 데이터 처리 성능과 전력 효율이 중요하고, 시스템과의 호환성 및 고객사 인증 절차도 필요하다. 범용 제품의 일부를 대체하는 것과 첨단 AI용 메모리 공급망을 바꾸는 것은 요구 조건이 다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는 범용 D램 시장의 가격 경쟁에 대응하면서 HBM 등 고성능 제품의 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과제가 놓여 있다. 중국의 생산 확대가 실제 시장 공급량과 가격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는 생산시설 가동 상황과 제품별 수율, 고객사의 채택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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