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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서비스 클로드를 개발한 미국 앤트로픽이 증권거래위원회에 기업공개(비상장 기업이 외부 투자자에게 주식을 공개 매각하고 증권시장에 정식 입성하는 절차)를 위한 증권 신고서를 제출하고 나스닥 상장 채비에 돌입했다.

앤트로픽은 다음 달 티커명 'ANT'로 나스닥에 A형 보통주를 상장할 방침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입수한 비공개 투자 설명서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이번 상장에서 최대 2조 달러(약 2700조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1000억 달러(약 133조 원) 안팎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골드만삭스와 모간스탠리가 대표 주관을 맡았다. 상장 계획이 실현될 경우 지난 6월 스페이스X가 수립했던 상장 기업가치 1조 7700억 달러와 자금 조달액 750억 달러 기록을 모두 넘어서며 미국 증시 역사상 최대 규모 상장으로 기록된다.
상장 추진의 배경에는 폭발적인 실적 성장이 자리 잡고 있다. 앤트로픽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162억 8500만 달러(약 21조 6000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4배 이상 급증했다. 지난해 연간 전체 매출 46억 달러의 3.5배를 단 6개월 만에 달성한 규모다. 주력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인 클로드의 기업용 수요가 빠르게 확대된 결과다. 매출 대비 인프라 비용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209%에서 올해 상반기 55% 수준으로 급락하며 사업 초기 수익 구조가 빠르게 정상 궤도에 안착했다.
손익 계산서상 상반기 순손실은 807억 4800만 달러(약 107조 2000억 원)에 달했다. 과거 투자 유치 과정에서 발행한 전환사채와 파생상품 가치 변동에 따른 장부상 비현금성 비용 724억 달러가 반영된 결과로, 실제 현금 유출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다. 일회성 장부상 평가손실을 제외한 조정 영업이익은 16억 1800만 달러(약 2조 1000억 원)를 기록하며 창사 이래 처음으로 반기 기준 영업 흑자 전환을 달성했다.
유동성 지표는 견고한 방어력을 갖췄다. 상반기 말 기준 현금과 현금성 자산은 1124억 달러, 단기 투자자산은 193억 달러를 확보해 대규모 현금 여력을 증명했다. 구글 클라우드, 아마존웹서비스 등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와 향후 7~10년 동안 최소 4500억 달러(약 600조 원) 규모의 취소 불가능한 장기 컴퓨팅 자원 이용 계약을 체결해 안정적인 연산 기반도 구축해 뒀다.
지배구조는 창업자 지배력 유지와 안전성 감시 기능의 균형에 초점을 맞췄다. 공동 창업자들의 별도 유한책임회사인 파운더 LLC에 주주총회 일반 안건 의결권의 50.1%를 행사할 수 있는 F형 주식 1주를 부여해 창업진의 경영권을 보장했다. 독립 수탁자 5인으로 구성된 장기이익신탁(LTBT)에는 T형 주식을 부여해 이사 과반을 선출하거나 해임할 수 있는 권한을 맡겼다. 창업자들이 이사회 구성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견제 장치를 마련한 셈이다. 아마존과 구글 같은 전략적 파트너사에는 배당 권리는 주어지되 의결권은 없는 N형 주식을 발행했으며, 제3자에게 매각될 때만 의결권이 있는 A형 주식으로 전환되도록 설계했다.
증권신고서에서 두드러진 대목은 인공지능 안전성에 대한 상세한 위험 고지다. 전체 400쪽 가운데 94쪽을 위험 요인 분석에 할애했다. 고도로 발달한 인공지능 시스템이 오용되거나 무기화될 경우 인류에게 치명적이거나 존재 자체를 위협하는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자사 인공지능 도구를 악용한 해킹 시도 사례를 증권신고서에 명시했으며, 미국 국방부 등과 벌이고 있는 법적 분쟁으로 인해 연방정부에 납품하는 기업들이 자사 기술 도입을 배제할 수 있다는 위험 요인도 투명하게 공개했다. 경쟁사 오픈AI가 인프라 과잉 투자 우려와 시스템 안전성 논란으로 상장 시점을 내년으로 미룬 것과 대조적인 행보다.

앤트로픽의 상장 신청 소식은 뉴욕 증시 전반에 훈풍을 불어넣었다. 26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146.42포인트(0.28%) 상승한 52,361.58에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53.09포인트(0.70%) 오른 7,676.77을 기록했고, 나스닥 종합지수는 214.04포인트(0.83%) 뛴 26,169.38로 장을 마쳤다. 인프라 투자 대비 수익 실현이 지체되고 있다는 인공지능 거품론을 불식시키는 계기로 작용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앤트로픽의 재무 구조를 긍정적으로 진단했다. DA 다비드의 길 루리아 기술 연구 총괄은 앤트로픽이 탄탄한 수익성을 입증했을 뿐만 아니라 풍부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어 자금난에 떠밀려 선택한 상장이 아니라고 분석했다. 레이먼드 제임스 분석팀은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의 지속 가능성을 객관적으로 입증한 지표라고 평가했다.
주요 기술주도 일제히 반응했다. 바클레이즈의 투자의견 상향과 스페이스X 합병 가능성이 제기된 테슬라는 5.21% 급등했다. 반도체주 역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2.82% 상승한 흐름 속에 AMD(2.80%), 마이크론(2.98%), 엔비디아(2.39%), 브로드컴(2.33%)이 동반 상승했다.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도 4.09% 올랐다. 자체 인공지능 투자금 95억 달러 조달 계획을 알린 메타 플랫폼스는 1.88%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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