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우크라 모금에 가상자산 보낸 IT 전문가에 징역 13년…바이낸스 기록이 핵심 증거

러시아 국기와 문장 아래 유리 부스에 앉은 사람, 재판 서류와 비트코인 — AI로 생성한 자료 이미지

러시아 법원이 우크라이나 군을 돕는 모금에 가상자산을 보낸 IT 전문가에게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제2서부지구 군사법원은 26일(현지시각) 월요일 49세의 유리 벨렌키(Yury Belenky)에게 테러자금 조달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가 러시아 수사당국에 그의 거래 내역을 넘겼고, 이 기록이 기소의 핵심 증거가 됐다.

공항 구금에서 테러자금 조달 기소까지

법원 발표에 따르면 형량은 징역 3년에 엄격 체제 교정 시설(penal colony) 10년이 더해진 것이다. 메두자(Meduza)는 인권단체 퍼스트 디파트먼트(First Department)를 인용해 벨렌키가 처음 3년을 교도소에서 보낸 뒤 고강도 교정 시설로 옮겨진다고 전했다. 법원은 벌금 50만 루블(약 6,200달러)도 부과했고 12만 6,000루블의 몰수를 명령했다.

벨렌키는 불가리아 거주 허가를 가진 인물이다. 유라시아 지역 소식을 다루는 유로마이단프레스(Euromaidan Press)가 인용한 라디오 리버티 보도에 따르면 그는 IT 기업 디하우스(DiHouse)의 대표로, 2015년부터 아내·자녀와 불가리아에서 살았다. 2025년 9월 업무차 모스크바를 찾았다가 공항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메두자는 장소가 셰레메티예보 공항이라고 전했다.

처음 적용된 혐의는 욕설이었다. 벨렌키는 법정에서 욕설을 부인했지만 판사는 행정구금 13일을 내렸다. 구금 10일째에 러시아 연방수사위원회가 연방보안국 보고서를 근거로 테러자금 조달 조항을 적용해 형사 사건을 열었다. 그는 이후 줄곧 구금 상태였고 법원에 따르면 혐의를 부인했다.

공소장의 핵심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총 12만 6,000루블(약 1,560달러)을 언론인 아르카디 바브첸코가 공개한 계정에 보냈다는 내용이다. 바브첸코는 러시아 정권을 비판하며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망명 인사다. 법원은 해당 계정의 돈이 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가 테러 조직으로 지정한 아조우 대대로 흘러갔다고 판단했다.

노란색 줄이 표시된 표 문서와 노트북에 손을 올린 모습 — AI 자료 이미지

바이낸스가 넘긴 기록에는 무엇이 담겼나

퍼스트 디파트먼트는 8월 17일 경위를 공개했다. 이 단체에 따르면 러시아 연방수사위원회는 2025년 10월 바이낸스에 연락해 바브첸코가 공개한 지갑으로 자금을 보낸 이용자 6명의 정보를 요청했다. 바이낸스는 벨렌키의 상세 계정 이력을 제공했다. 개인정보와 신분증 사본, 가상자산 거래 기록이 포함됐다.

이 자료 덕에 수사당국은 이체 9건을 추가로 확인했고 최종 공소 사실에 반영했다. 퍼스트 디파트먼트의 변호사 예브게니 스미르노프는 “바이낸스의 회신은 벨렌키 형사 사건의 핵심 증거”라고 말했다. 판결 뒤에도 단체는 수사위 요청에 바이낸스가 보낸 상세 보고서 덕분에 이체 사실을 입증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로이터가 확인한 러시아 수사 문서에는 다른 맥락도 담겼다. 벨렌키는 우크라이나 군인용 의료 장비 구입을 돕자는 온라인 호소에 응해 바이낸스 계정에서 우크라이나군 쪽으로 돈을 보냈다. 문서 기준으로 바브첸코의 호소에 응한 송금액은 700달러를 넘는다. 일부는 아조우 여단 쪽으로 갔다.

바브첸코의 입장은 정반대다. 유로마이단프레스에 따르면 그는 2025년 10월 14일 자 성명에서 자신이 공개한 가상자산 지갑으로 벨렌키의 송금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모금액은 군사 지원이 아니라 민간 인도적 수요에 썼다고도 강조했다.

바이낸스 해명과 남은 법적 쟁점

바이낸스는 판결 다음 날인 화요일 질의에 이전 성명을 다시 가리켰다. 거래소는 “어떤 관할권의 법도 만들거나 집행하지 않으며 혐의를 결정하거나 정부가 법적 절차에서 정보를 어떻게 쓸지 정하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기밀 법 집행 요청이나 개별 사건은 논평하지 않는다는 입장도 되풀이했다.

유로마이단프레스에 따르면 바이낸스는 여러 나라의 적법한 법 집행 요청에는 협조한다고 설명해 왔다. 퍼스트 디파트먼트는 바이낸스가 벨렌키의 변호인에게 법원 명령이나 그에 준하는 결정 없이는 사용자 계정 데이터를 수사기관에 주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가상자산 규제를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 마이크 비스트로프는 8월 이렇게 말했다. 2023년 러시아를 떠난 바이낸스는 벨렌키의 데이터를 제공할 의무가 없었다. 오히려 벨렌키의 불가리아 거주 자격 때문에 유럽연합 개인정보 보호법상 제공하지 말아야 할 의무가 있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번 한 건에 그치지 않는다. 러시아 정치 탄압 사건을 감시하는 인권 활동가들은 최근 몇 년 사이 수십 명의 러시아인이 가상자산 플랫폼을 통한 기부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고 밝혔다. 정부가 나중에 극단주의나 테러 대의로 규정한 단체가 대상이었다. 많은 기부자가 가상자산이 신원을 숨겨 준다고 믿고 이를 택했다.

철수 이후에도 이어진 데이터 공유 의혹

바이낸스는 2023년 9월 러시아 사업 전체를 가상자산 거래소 커멕스에 매각한다고 홈페이지에서 밝혔다. 최고컴플라이언스책임자 노아 펄먼은 러시아 영업이 회사의 컴플라이언스(법규 준수) 전략과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바이낸스는 향후 매출 지분을 받지 않고 사업을 되살 권리도 갖지 않는다고 밝혔다.

커멕스는 2023년 9월 29일 바이낸스가 자사 소유가 아니라고 했다. 다만 바이낸스 출신 직원 일부를 채용했다는 점은 인정했다. 코인텔레그래프가 이를 보도했다. 철수로 거래소와 러시아 정부 사이의 의문이 정리된 것은 아니었다.

2022년 4월 보도를 보면 2021년 4월 러시아 금융정보 당국자들이 모스크바에서 바이낸스의 동유럽·러시아 총괄을 만났다. 당국자들은 이름과 주소 등 고객 데이터 제공을 요청했다. 이 임원은 사업 파트너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요청을 받아들이겠다며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았다”고 적었다. 바이낸스는 러시아 당국으로부터 크렘린 비판가 알렉세이 나발니와 관련한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바이낸스를 둘러싼 제재 이행 논란은 올해도 이어졌다. 코인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미국 상원의원 11명이 2월 재무부와 법무부에 바이낸스의 제재·자금세탁방지 규정 준수 여부를 조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들은 약 17억 달러가 바이낸스를 거쳐 이란 연계 주체로 이동했다는 보도와 러시아 제재 회피 가능성을 근거로 들었다. 구소련 일부 지역에서 출시된 바이낸스 결제 카드가 제재 회피에 악용될 수 있다는 경고도 담겼다. 바이낸스는 이 의혹을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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