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대법원, 비트코인은 형법상 재산이지만 법정화폐는 아니다…강도 징역 10년 유지

법정 저울 양쪽에 비트코인 문양과 서류 더미가 놓인 모습 — AI로 생성한 자료 이미지

태국 대법원이 비트코인을 형법상 보호받는 재산으로 인정했다. 피고인의 징역 10년형을 유지하고 비트코인 반환 또는 보상을 명령한 판결이다. 판결 번호는 4929/2569이며 사건은 2022년 9월 코사무이섬에서 벌어진 비트코인 강탈이다.

판결 소식은 10월 28일(현지시각) 소셜미디어와 크립토 매체를 통해 빠르게 퍼졌다. 크립토노미스트(Cryptonomist)는 이 판결이 같은 날 내려졌다고 전했다. 법원은 비트코인을 재산으로 봤지만 법정화폐로 인정한 것은 아니다.

코사무이 커피숍에서 시작된 2.48BTC 강탈 사건

사건은 2022년 9월 태국 코사무이섬에서 일어났다. 외국인 남성 5명이 관광객을 폭행하고 협박해 비트코인을 넘기게 했다. 코인피디아(Coinpedia)에 따르면 피해자는 5만 달러를 2.480801BTC로 바꿔 가해자 쪽 지갑으로 보냈다.

크립토닷뉴스는 법원 기록을 인용해 상세한 경위를 전했다. 피고인은 코사무이로 온 외국인 일행의 이동과 숙소 마련을 도운 혐의를 받았다. 일행은 승합차와 오토바이, 리조트 숙소를 마련한 뒤 9월 15일 커피숍에서 피해자와 러시아인 아내에게 접근했다. 남성 5명은 가족의 동선과 어린 자녀의 안전을 언급하며 위협했다.

상황은 곧 폭력으로 번졌다. 일행은 피해자의 얼굴과 귀를 때리고 휴대전화를 빼앗으려 했다. 압박을 받은 피해자는 자기 휴대전화로 5만 달러어치 비트코인을 사서 가해자가 관리하는 지갑에 보냈다. 일행은 빌린 차량으로 달아났고 피고인은 섬을 떠나는 페리 표 마련을 도왔다고 한다.

검찰은 피고인을 공동 강도와 강요, 폭행 등 태국 형법상 여러 조항으로 기소했다. 1심은 범행과 도주에 차량이 쓰인 점을 들어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수사 과정에서 협조한 점이 참작돼 형량은 3분의 1이 줄어 10년이 됐다. 항소심 법원도 이 판결을 유지했다.

나무 법봉과 비트코인 문양 동전이 법률 서류 위에 놓인 모습 — AI 자료 이미지

‘본질 가치 없다’는 항변을 대법원이 물리친 논리

핵심 쟁점은 전자 데이터인 비트코인이 형법상 빼앗길 수 있는 재산인지였다. 피고인은 비트코인에 고유한 가치가 없다고 주장했다. 코인피디아에 따르면 그는 비트코인이 물리적 형태가 없고 태국에서 법정화폐도 아니라는 점도 근거로 삼았다. 이런 자산을 협박해 옮기게 해도 절도나 강도가 될 수 없다는 논리였다.

대법원은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비트코인은 시장가치를 측정할 수 있고 개인이 소유할 수 있으며 현금으로 바꿀 수 있다고 판단했다. 트레이딩뷰에 올라온 보도에 따르면 재판부는 국제 시장에서 거래된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법적 근거로는 태국 민상법전 제137조와 제138조가 제시됐다. 크립토닷뉴스에 따르면 제137조는 유형의 물건을 규정한다. 제138조는 가치가 있고 소유할 수 있는 무형물에도 재산권을 확장한다. 재판부는 2018년 디지털 자산 사업 긴급칙령도 살폈다. 이 칙령은 암호화폐를 교환 매개로 쓰려고 디지털 네트워크에서 만든 전자 데이터로 정의한다.

재판부는 태국중앙은행의 입장도 판결에 인용했다. 암호화폐는 법정화폐가 아니며 가격이 수요에 따라 크게 출렁일 수 있다는 내용이다. 그럼에도 시장가치와 현금 교환 가능성, 개인 소유 가능성이면 강도 사건에서 재산 지위를 인정하기에 충분하다고 봤다. 피해자가 5만 달러, 당시 약 187만 8,000바트를 내고 비트코인을 샀다는 점도 경제적 가치의 근거가 됐다.

유죄 판단의 증거로는 피해자와 아내, 다른 증인들의 일관된 진술이 쓰였다. 사진 증거와 비트코인 전송 기록도 포함됐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협박과 폭행 때문에 전송한 것이며 자발적 거래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산이지만 화폐는 아니다…판결의 한계

크립토노미스트에 따르면 이 판결은 비트코인을 재산으로 보호하되 돈이나 법정화폐와는 구분한다. 코인피디아도 가게가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받아야 할 의무가 생기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비트코인이 공식 화폐가 되는 것도 아니다. 크립토노미스트는 판결의 범위가 디지털 자산 전체가 아니라 비트코인에 한정된다고 분석했다.

같은 매체는 이 판결이 2025년 횡령 사건 판결의 연장선에 있다고 썼다. 당시 법원은 비트코인을 동산으로 분류했다. 맡겨진 비트코인을 빼돌린 횡령과 폭력으로 빼앗은 이번 강도가 다른 범죄 유형에 같은 법리를 적용한 사례라는 설명이다. 또 전원합의체 판결이어서 유사한 암호화폐 재산 분쟁을 다루는 하급심에 구속력 있는 선례가 된다고 봤다. 다만 이 구속력 평가는 크립토노미스트 한 매체의 해석이다.

피고인 수는 보도마다 다르다. 크립토노미스트는 5명의 피고인이 각각 징역 10년과 반환 명령을 받았다고 썼다. 트레이딩뷰에 올라온 보도와 코인피디아, 크립토닷뉴스는 항소한 피고인 한 명을 중심으로 다뤘다. 범행에 가담한 외국인이 5명이라는 점은 여러 보도가 같다.

가치는 4배 넘게 뛰었고 태국의 암호화폐 강력범죄는 이어진다

반환 명령은 두 갈래다. 피고인은 빼앗은 2.48BTC를 돌려주거나 같은 가치의 현금을 보상해야 한다. 크립토닷뉴스와 코인피디아는 보상액을 약 187만 8,000바트로 전했다. 트레이딩뷰에 올라온 보도에 따르면 5만 달러 안팎이던 이 비트코인의 가치는 이후 4배 넘게 올라 약 20만 달러가 됐다.

태국에서는 비슷한 범죄 수사가 이어지고 있다. 크립토닷뉴스는 이달 초 파타야 인근 주택에서 무장 강도가 터키 시민권을 가진 중국인 거주자에게서 82만 달러 상당의 암호화폐를 빼앗았다고 보도했다. 용의자 3명은 총으로 위협해 암호화폐를 보내게 한 뒤 현금과 고급 시계를 챙겨 달아났다고 한다.

같은 매체는 2025년 1월 푸껫의 한 호텔에서 암호화폐 채무 문제로 러시아인이 폭행당한 사건도 소개했다. 피해자를 위협해 지갑 속 자산을 넘기게 하는 범죄가 이어지는 가운데 법원이 비트코인에 형법상 재산 지위를 확인해 준 셈이다. 이번 판결로 이런 사건에서 비트코인이 재산이 아니라는 항변은 대법원 판결에 막히게 됐다.

핫 뉴스

뉴스 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