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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이브스 아웃(Knives Out)’ 시리즈로 알려진 라이언 존슨(Rian Johnson) 감독이 아이폰 전용 카메라 앱 ‘크로마그래프 카메라(Chromagraph Camera)’를 내놨다. 존슨 감독의 영화를 줄곧 촬영해 온 스티브 예들린(Steve Yedlin)이 영화 제작에 쓰는 이미지 처리 방식을 그대로 가져온 앱이다. 가격은 한 번만 결제하는 12.99달러(약 1만 7,300원, 1달러 1,334원 기준)이고, 와이어드(Wired)에 따르면 존슨 감독이 10월 말 소셜미디어로 알린 직후 iOS 앱스토어 유료 다운로드 1위에 올랐다.
앱의 출발점은 존슨 감독의 개인적인 필요였다. 존슨 감독은 X(옛 트위터)에 “솔직히 내가 폰으로 사진을 엄청 많이 찍는데 나 쓰려고 스티브(와 천재 색과학 코더 친구 에릭 카메론)에게 만들어 달라고 한 것”이라고 적었다. 그러자 두 사람이 “이왕 만든 김에 공개하자”고 나섰다는 설명이다. 매셔블(Mashable)이 전한 내용이다.
존슨 감독은 “좋은 서드파티(third-party·외부 개발사) 도구도 많이 써 봤지만 이 앱은 우아한 원스톱 솔루션”이라고도 밝혔다. 예들린의 ‘특제 소스’ 처리 방식으로 사진이 찍히고, 앱 안에서 색·노출·그레인(grain·필름 입자감)·헐레이션 도구로 이미지를 다듬은 뒤 카메라롤로 내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타임스오브인디아에 따르면 존슨 감독은 예들린을 “졸라서” 자신이 원하는 아이폰 카메라를 만들게 했다고 말했다. 예들린은 ‘브릭’이 나온 2005년 이후 존슨 감독의 모든 영화를 촬영해 왔다.
개발에는 색과학 프로그래머 에릭 카메론이 참여했다. 와이어드는 세 사람이 출시 전 두어 달 동안 앱을 실험했다고 전했다. 앱스토어 설명에 따르면 앱은 존슨 감독과 예들린이 선호하는 ‘큐레이션된 룩’을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앱은 출시 직후 빠르게 인기를 끌었다. 타임스오브인디아는 존슨 감독이 X에 앱을 알린 지 하루 안에 미국 앱스토어 사진·동영상 부문 유료 앱 1위에 올랐고, 게시물 조회수가 1,100만 회를 넘었다고 전했다. 맥루머스를 인용한 메자는 하루 만에 조회수 600만 회를 기록했다고 썼다. 매체마다 수치가 다르다. 두 매체 모두 이용자들이 앱으로 찍은 사진을 공유하고 있다고 전했는데, 메자는 일부 게시물이 수천 개의 ‘좋아요’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크로마그래프 카메라의 핵심은 아이폰 기본 카메라의 이미지 처리를 건너뛴다는 점이다. 앱은 RAW(가공 전 원본 이미지 데이터)를 촬영한 뒤 예들린이 영화용으로 개발한 공식과 비슷한 방식으로 색·대비·그레인을 입힌다. 나인투파이브맥이 소개한 앱스토어 설명은 이를 “일반적인 룩 처리 위에 덮어씌운 필터가 아니라 처음부터 다른 과정”이라고 적었다.
이 때문에 촬영 경험이 독특하다. 뷰파인더에는 최종 결과물이 나타나지 않는다. 와이어드는 사진이 촬영 뒤 앱 안에서 ‘현상’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앱이 톤·색·그레인 처리를 하는 데 잠깐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필름 카메라처럼 프레임을 잡고 셔터를 누른 뒤 갤러리를 열어야 룩이 적용된 사진을 볼 수 있다.
처리가 끝난 사진은 앱 안에서 색·톤·질감을 조정할 수 있다. 와이어드는 노출이나 질감을 손볼 수 있다고 했고, 존슨 감독은 색·노출·그레인·헐레이션 도구를 언급했다. 다만 매셔블에 따르면 조정 폭은 “모든 이미지가 앱의 핵심인 룩에 충실하도록” 제한돼 있다.
원본 RAW 파일은 갤러리에 그대로 보관되고 편집 내용은 나중에 바꿀 수 있다. 공유용으로는 크기를 줄인 파일을 내보내거나 사진 보관함에 저장할 수 있다. 설정에서 자동 내보내기를 켜면 룩이 적용된 모든 사진이 JPEG나 HEIC 파일로 곧바로 사진 보관함에 전송된다. 앱은 iOS 17 이상이 필요하고 인앱 결제나 구독은 없다.
매셔블은 이용자 반응을 전하며 기본 카메라 앱으로 찍은 사진과 비교하면 크로마그래프 카메라 사진이 눈에 띄게 어둡고 따뜻한 색조를 띠며 디지털 선명화가 덜하다고 설명했다. 타임스오브인디아도 비슷하게 어둡고 따뜻한 톤에 그레인이 들어가고 선명화가 덜하다고 적었다. 여기에 필름에서 밝은 조명 주변에 번지는 부드러운 빛, 헐레이션 효과가 더해진다.
나인투파이브맥은 배경 설명에서 최근 몇 해 동안 아이폰의 과한 후처리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져 왔다고 짚었다. 애플의 연산 사진 접근법이 서드파티 카메라 앱의 성장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대표 사례로는 핼리드의 ‘마크 III - 프로 카메라’ 앱과 ‘프로세스 제로’ 기능을 꼽을 수 있다. 최근 들어서는 상황이 나아진 것 같다는 평가도 있다.
와이어드 기자는 샌프란시스코의 가을 풍경을 이 앱으로 찍어 봤다고 밝혔다. 자신을 사진 전문가가 아니라 평소 기본 설정으로 찍는 쪽이라고 소개하면서도 “아무것도 만지지 않아도 고도로 양식화된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는 취지로 평가했다. 애플이 색을 조정하는 기본 도구를 충분히 제공하지만 이 앱은 손댈 필요가 없다는 점이 장점이라는 이야기다.
앱에는 제약이 여럿 있다. 우선 정지 사진만 찍을 수 있고 동영상은 지원하지 않는다. 존슨 감독은 프로 모델 아이폰에서 동영상을 추가할 가능성을 열어 뒀다. 타임스오브인디아에 따르면 존슨 감독은 영상 기능이 나오더라도 최근 몇 세대의 프로 아이폰에 한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드로이드 버전도 없다. 존슨 감독은 애플은 하드웨어가 일관돼 기기마다 의도대로 작동하도록 맞출 수 있지만 안드로이드는 기기가 훨씬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안드로이드 기기는 훨씬 다양해서 우리 같은 소규모 팀이 모든 기기에 맞춰 조율할 방법이 없다”고 적었다.
가공하지 않은 RAW 이미지를 꺼내 직접 편집할 수도 없다. 매셔블은 사진 애호가라면 다른 전용 카메라가 제공하는 폭넓은 수동 조작과 세밀한 조정이 아쉬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자기만의 색을 입히고 싶은 사진가는 RAW로 촬영한 뒤 직접 편집하는 편이 낫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반대로 존슨 감독 영화와 같은 색감을 간편하게 얻고 싶다면 이 앱이 쉽게 해결해 준다는 것이 매셔블의 평가다.
적어도 한 건의 리뷰에서는 앱이 지원하는 아이폰 듀오용으로 조정된 인터페이스가 다듬어질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예들린은 와이어드와의 통화에서 스스로를 “색에 푹 빠진 괴짜”라고 소개하며 색과학의 ‘수학’을 설명했다. 그는 “영화에 쓰는 이미지 처리는 전부 직접 작성한다”고 말했다. 크로마그래프 카메라는 그 방식의 일부를 스마트폰에 가져온 결과물이다.
그는 이 앱이 아이폰 카메라 앱을 대체하거나 모든 편집을 해결하는 전문가용 도구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예들린은 “우리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사진을 찍어 주는, 엄선된 앱일 뿐”이라고 말했다. 아이폰 자체에 대해서도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는 기기로 본다고 했다. 그는 “전문가용 카메라와 같은 통제력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은 어차피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애플이 정한 범위 안에서 앱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를 밀어붙일 수 있는 한계도 있다는 것이다.
연산 사진과 생성형 AI가 “스마트폰 사진이란 무엇인가”라는 논의를 다시 불러온 시점에서 예들린의 접근은 중립성을 찾으려는 시도가 아니다. 그는 어떤 이미지도 실제 존재하는 것을 문자 그대로 옮긴 결과물이 아니라 해석이라고 본다. 화려하게 양식화한 묘사든 밋밋한 사진이든 마찬가지다. 크로마그래프 카메라의 룩이 의도적으로 ‘주관이 뚜렷하다’고도 했다. 그는 “다른 렌더링이 어떻게 보이는지 말로 설명할 수는 있지만 직접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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