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기야 제네시스 신차 생산 막아버린 현대차 노조

현대자동차 울산 5공장의 제네시스 생산라인이 노조 대의원들의 신차 시험차량 투입 저지로 멈춰섰다. 회사는 지난달 출시한 G80 하이브리드와 연말 출시를 앞둔 G90 부분변경 모델의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고급차 브랜드의 핵심 신차 일정이 현장 대의원들의 협의 거부에 가로막힌 셈이다. 회사는 해당 부서 전 직원에게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하기로 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제네시스 생산라인. / 현대차 제공

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이날 오전 9시쯤 울산 5공장 제네시스 의장부 생산라인에 G80 하이브리드 시험차량을 투입했다. 노조 대의원들이 이를 막아서면서 라인 가동이 중단됐다. 관리자들이 작업 재개를 독려했지만 정상 생산은 이뤄지지 않았다. 의장부는 도장을 마친 차체에 엔진과 내장재, 각종 부품을 조립하는 공정이다. 완성차 생산의 마지막 단계에 해당해 이곳이 멈추면 차량 출고도 함께 멈춘다.

회사는 오전 10시 5분쯤 제네시스 의장부 전체 직원에게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한다고 공지했다. 해당 의장부 조합원은 800여명이다. 회사는 공지에서 "제네시스의장부 대의원회의 라인가동 방해로 라인이 정지됐고 관리자들의 작업 독려에도 불구하고 정상적인 생산이 이뤄지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상태가 지속될 경우 직원들의 임금손실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조속한 생산 정상화를 촉구했다. 이날 오후까지 라인 정지 상태는 풀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조합법은 사용자가 쟁의행위에 참가해 근로를 제공하지 않은 근로자에게 그 기간의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갈등의 쟁점은 맨아워(MH) 협의다. 맨아워는 생산라인에서 일정 시간 동안 차량을 만드는 데 필요한 인력과 노동 투입량을 뜻한다. 신차가 투입되면 작업 공정과 작업량이 달라질 수 있어 노사가 라인별 적정 인원을 협의한다.

회사는 G80 하이브리드와 G90 부분변경 모델 양산을 위해 노사 합의를 추진해왔으나 현장 대의원회가 협의에 응하지 않아 정상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출시 일정에 맞춰 생산 준비를 더 미룰 수 없는 상황에서 시험차량 투입에 나섰다는 것이다.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 본사 앞에서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등이 포함된 전국금속노동조합 자동차업종 조합원들이 공동파업대회를 열고 있다. 지난 8월 21일 뉴스1 사진.

대의원들은 사전 협의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회사가 시험차량 투입을 밀어붙였다며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차 투입 뒤 라인 인원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깔려 있다. 하이브리드 모델은 부품 구성과 공정이 기존 내연기관 모델과 달라 투입 인력이 바뀔 수 있다.

신차 출시 때마다 맨아워 갈등이 되풀이되면 생산 경쟁력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신차를 시장에 내놔도 생산라인 인력 배치를 둘러싼 현장 협의가 늦어지면 양산 일정이 밀릴 수밖에 없다. 소비자 인도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번 갈등이 길어지면 연말 출시를 앞둔 G90 부분변경 모델의 생산 준비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비슷한 일은 과거에도 있었다. 현대차의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는 2021년 맨아워 이견으로 양산이 늦어졌다. 당시 회사는 2월 중순 양산을 계획했지만 노사 합의는 3월 10일 밤샘 협상 끝에 이뤄졌다. 사전계약 첫날 2만3760대가 몰린 신차였지만 일정이 20일가량 늦어졌다. 당시 노사는 울산 1공장 작업자 일부를 다른 라인에 배치하는 내용으로 합의했다. 같은 해 1월에는 전기차 부품 외주화 방침에 반발한 근로자들이 막아서면서 아이오닉5 테스트용 차량의 생산라인이 멈춰 서기도 했다. 신차 생산 준비 단계에서 시험차량 투입이 가로막혔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와 닮은꼴이다.

전동화 전환이 속도를 내면서 이 같은 갈등은 더 잦아질 수 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부품 수가 적어 조립 공정에 필요한 인력이 줄어든다. 하이브리드차 역시 기존 내연기관차와 공정이 달라 인력 재배치 문제가 생긴다. 아이오닉5 양산 당시 업계는 차량 부품 수가 3만여개에서 1만9000여개로 줄어 조립 인력도 30%가량 감축될 것으로 내다봤다. 생산 효율을 높여야 하는 회사와 일자리 축소를 우려하는 현장 노조의 이해가 신차가 투입될 때마다 충돌하는 구조다.

이번 라인 중단은 올해 임금·단체협약 협상이 마무리된 지 두 달 만에 벌어졌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월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과 전년도 순이익 30%의 성과급 지급, 정년 최장 65세 연장 등을 요구했다. 회사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19.5% 줄었다며 난색을 보였다. 노조는 6월 교섭 결렬을 선언한 뒤 7월부터 부분파업에 나섰다. 노조는 2016년 이후 10년 만의 8시간 전면파업도 벌였다. 오전조와 오후조가 모두 파업하면서 생산라인은 120시간 동안 멈췄다. 7월 첫 파업 이후 누적 파업 시간은 60시간에 달했다.

노사는 111일간 17차례 교섭한 끝에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잠정합의안은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61.55%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합의안에는 기본급 10만원 인상과 성과급 400%에 1270만원 지급, 주식 15주 지급 등이 담겼다. 회사는 내년 하반기부터 2028년까지 생산직 500명을 추가로 채용하기로 했다.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와 가압류 10건도 철회했다.

회사는 올해 임단협에서 기본급 인상과 성과급 지급, 신규 채용 확대 등을 받아들였다. 그런데도 합의 두 달 만에 신차 생산 현장이 다시 멈춰 섰다. 제네시스는 현대차그룹의 수익성을 이끄는 고급차 브랜드다. G80은 제네시스의 대표 세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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