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캐나다서 제미나이로 룰루레몬 상품 바로 결제…한 번에 한 품목만 산다

매장 계산대에 쇼핑백과 상품 바구니, 태블릿이 놓인 모습 — 내용 이해를 돕는 AI 이미지

구글이 캐나다에서 제미나이(Gemini) 앱과 검색 'AI 모드' 안에서 곧바로 물건을 사는 직접 결제 기능을 시작했다. 11월 4일(현지시각) 캐나다 소비자는 제미나이와 대화하다 마음에 드는 상품을 찾으면 소매업체 웹사이트로 넘어가지 않고 그 자리에서 구매를 마칠 수 있다. 첫 참여 업체는 룰루레몬, 쇼퍼스 드럭 마트, 라 메종 시몬스(Simons)와 일부 쇼피파이(Shopify) 입점 판매자다.

구글은 이 기능을 놓고 AI가 상품 추천에서 끝나지 않고 사용자 허락 아래 주문까지 돕는 '에이전틱 커머스(agentic commerce, AI 대리 구매)'라고 설명했다. 메타와 오픈AI가 AI 플랫폼 결제를 매끄럽게 만드는 기능을 먼저 내놓은 가운데 구글도 캐나다에서 경쟁에 합류한 셈이다.

제미나이와 AI 모드 안에서 끝나는 쇼핑

사용 방식은 단순하다. 소비자가 제미나이나 구글의 AI 검색 도구에 특정 기능이나 스타일, 색상을 갖춘 상품을 찾아달라고 요청한다. 도구가 제시한 선택지 가운데 파트너 소매업체 상품이 있으면 앱이나 검색 페이지를 벗어나지 않고 바로 살 수 있다. 캐나디안프레스(The Canadian Press)가 전한 내용이다.

글로브앤메일(The Globe and Mail)은 구체적인 예를 들었다. 사용자가 제미나이에 특정 스타일·색상·사이즈의 겨울 코트를 추천해 달라고 하면 AI가 참여 업체인 시몬스의 상품을 제안한다. 사용자는 시몬스 웹사이트를 방문하지 않고도 그 상품을 살 수 있다. 다만 최종 구매 결정에는 사용자의 허락이 필요하다.

이 결제 기능은 올해 초 미국과 호주에서 먼저 선보였다. 구글 캐나다의 소매 부문 책임자 에릭 모리스(Eric Morris)는 이 기능을 두고 “캐나다인에게 새로운 쇼핑 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검색 화면이 러닝 타이츠를 검색하면 파란 링크 10개와 여러 상품 사진을 보여주는 식이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AI 쇼핑은 훨씬 대화에 가깝다. 예를 들어 “추운 토론토의 눈 내리는 겨울에 가장 좋은 러닝 타이츠는?”이라고 물으면 대화창이 조건에 맞을 가능성이 높은 상품 목록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매장에서 스마트폰을 결제 단말기에 가까이 대는 모습 — AI로 생성한 자료 이미지

UCP와 구글페이로 돌아가는 결제 구조

기능의 정식 명칭은 'UCP 기반 체크아웃'이다. 구글이 업계 파트너와 올해 초 선보인 개방형 표준 '유니버설 커머스 프로토콜'을 바탕으로 한다. 구글 설명대로라면 UCP는 쇼핑 에이전트와 소매업체, 결제 업체가 공통 언어를 쓰게 해준다. 상품 탐색부터 구매, 구매 후 지원까지 단계마다 매장별 맞춤 연결을 만들 필요가 없다.

결제는 구글페이로 처리한다. 구글 월렛에 저장된 카드와 배송지 정보를 그대로 쓴다. 판매자 책임은 소매업체에 남는다. CBC에 따르면 개별 소매업체가 판매자로서 주문 이행에 대한 법적 책임을 전적으로 진다. 소매업체는 자사 사정에 맞게 연동 방식을 조정할 수도 있다.

소매업체의 부담은 크지 않다. 모리스는 구글 UCP 서비스를 소매업체가 무료로 쓸 수 있다고 밝혔다. 구글은 앞으로 몇 달 동안 소매업체와 협력해 결제 시 로열티 리워드(포인트 적립) 적용 같은 기능을 추가할 계획이다. 내년부터는 머천트 센터에 간소화한 UCP 연동을 내놓는다. 더 많은 소매업체가 자기 계정에서 제미나이와 AI 모드 상품 목록의 직접 결제를 켤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

출발은 제한적…한 번에 한 품목만

캐나다 버전은 출발 단계에서 제약이 있다. 글로브앤메일에 따르면 처음에는 한 번에 한 가지 상품만 살 수 있다. 여러 상품을 담는 장바구니는 쓸 수 없다. 무료 배송 기준을 맞추려면 여러 상품이 필요한 경우가 많은데, 이때는 매장 웹사이트로 이동해야 한다.

구글은 미국에서는 이미 여러 상품 구매를 지원하도록 확장했고 캐나다에도 비슷한 계획이 있다. 가격 알림 도구처럼 미국에서 쓰는 기능도 들여올 예정이다. 모리스는 “그런 기능이 뒤따를 것이고 오늘 발표한 출시 업체 너머로 확대하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더 많은 소매업체는 새해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CBC는 전했다.

구글이 이 시점을 택한 배경에는 연휴 쇼핑 시즌이 있다. 구글은 자체 조사에서 캐나다 연휴 쇼핑객의 59%가 이번 시즌 AI 도구로 쇼핑에 도움을 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로브앤메일에 따르면 이는 10월 구글과 앵거스 리드가 실시한 설문 결과다. 마스터카드 조사에서는 캐나다인 41%가 AI로 온라인 쇼핑을 해볼 의향이 있었고 이들 중 절반 넘게 AI 에이전트가 대신 구매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답했다.

소매업체의 계산과 경쟁 구도

소매업체는 기회와 도전을 함께 본다. 글로브앤메일에 따르면 소비자가 전통 검색 대신 챗봇에 물어 상품을 찾으면서 업체들은 AI 생성 결과에 자사 상품이 노출되도록 애쓴다. 이를 생성형 엔진 최적화라고 한다. 한편 AI가 장바구니 구성과 결제까지 맡으면 브랜드는 고객과의 접점과 충성도를 어떻게 유지할지가 새 과제가 된다.

시몬스의 최고디지털·마케팅책임자 프레데릭 르코크는 “어떤 인터페이스에서 상호작용할지는 고객이 결정한다”고 말했다. 룰루레몬의 글로벌 디지털 경험 담당 수석부사장 닉 엥겔은 25년 전 일부 소매업체가 매장 고객을 뺏길까 봐 웹사이트 구축을 꺼렸다고 짚었다. 소비자가 AI 에이전트로 구매를 조사하는 일이 늘어난 만큼 거래 단계까지 허용하는 것은 “매우 합리적”이라는 입장이다.

경쟁사 움직임은 엇갈린다. CBC에 따르면 아마존과 월마트의 AI 어시스턴트는 각사 플랫폼 안에 머물지만 구글은 메타의 AI 에이전트 '뮤즈'처럼 여러 사이트를 넘나드는 에이전트와 맞붙는다. 글로브앤메일은 메타가 9월 뮤즈로 쇼핑 기능을 시작한 뒤 아마존이 해당 에이전트의 자사 사이트 쇼핑을 차단했다고 전했다. 쇼피파이는 구글의 파트너이자 경쟁자다. 오타와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구글의 대화창 결제 구축을 도왔고 자체 AI 쇼핑 도구도 내놓고 있다.

검색 수익 압박과 데이터 우려

구글에는 AI 쇼핑이 방어 과제이기도 하다. CBC에 따르면 알파벳은 직전 목요일 검색·광고 매출이 예상보다 부진하다고 밝히며 주가가 두 자릿수 급락했다. 하루 거래에서 사라진 시가총액은 약 5000억 달러(약 672조 원, 1달러 1,344원 기준)다. 모리스는 AI를 검색의 “확장 국면”으로 본다며 “검색의 전년 대비 성장률이 최근 5년 중 가장 높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통제권 이동을 걱정한다. 캐나다 정책 연구기관 시일드 연구소(Canadian SHIELD Institute for Public Policy)의 바스 베드나 전무이사는 구글과 메타가 원래 개별 소매업체가 쥐던 거래·구매 데이터를 얻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AI 쇼핑 환경에서는 열린 웹보다 선택지가 더 제한된다는 사실이 연구로 드러나기 시작했다”며 최저가가 아니라 광고 관계로 제공된 제안을 받을 위험을 경고했다.

반대 의견도 있다. 캐나다소매협회의 산토 리고티 부회장은 “사람들이 더 준비됐다고 느끼게 해주므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토론토대 로트먼 경영대학원의 데이비드 소버먼 마케팅 교수는 AI가 항상 최저가를 제시한다고 가정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는 “AI 에이전트가 가끔 놓치는 것이 있으니 교차 확인을 많이 하길 권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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