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노, 엘비스 측·에미넴 출판사에 잇단 피소…51쪽 소장에 ELVIS법 위반 주장

녹음 장비와 노트북 옆에 놓인 법정 망치와 음악 자료 — AI로 생성한 자료 이미지

엘비스 프레슬리 음악 권리자들과 에미넴 음반 상당수를 관리하는 출판 법인이 AI 음악 생성 서비스 수노(Suno)를 상대로 각각 연방법원에 새 소송을 냈다. 두 소송은 별개 사건이지만 같은 변호인단이 대리한다. 수노가 이미 안고 있는 법적 부담에 두 건이 더해졌다.

엘비스 측 소송은 캘리포니아주 북부지구 연방법원에 접수됐다. 빌보드에 따르면 소장은 11월 6일(현지시각) 금요일에 제출됐다. 저작권 침해뿐 아니라 이용자가 엘비스의 이름을 입력해 그의 목소리를 흉내 낸 곡을 만들 수 있다는 점까지 문제 삼았다.

51쪽 소장이 겨냥한 ‘엘비스의 목소리’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엘비스 소송의 원고는 오센틱 브랜즈 그룹(Authentic Brands Group)과 롤리 뮤직 퍼블리싱(Raleigh Music Publishing) 등이 포함된 집단이다. 소장은 51쪽 분량이다. 수노 이용자가 새 곡을 만들 때 엘비스의 이름을 쓰는 방식으로 그의 정체성이 활용된다는 주장을 담았다. 원고 측은 수노가 테네시주의 ELVIS법(Ensuring Likeness Voice and Image Security Act)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2024년 제정된 이 법은 AI 기업이 가수의 목소리를 복제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이다.

빌보드는 소장을 낸 주체를 오센틱 브랜즈 그룹 산하 엘비스 프레슬리 엔터프라이지스(Elvis Presley Enterprises)로 전했다. 이 회사는 엘비스의 곡 상당수와 이름·이미지·초상에 관한 권리를 관리한다. 소장을 제출한 변호사는 애덤스 앤드 리스(Adams & Reese)의 리처드 부시(Richard Busch)다. 부시는 소장에서 “엘비스의 정체성을 이루는 인간성, 역사, 절망과 승리가 모두 도난당해 서버에 저장돼 있고 수노가 막대한 돈을 버는 데 쓰인다”고 주장했다. 수노가 고의적이고 악의적이며 기만적으로 행동했다는 표현도 있다.

소장에는 수노가 엘비스의 “풍부한 음색”과 “따뜻하고 벨벳 같은 울림”을 허락 없이 재현한다는 대목이 나온다. 원고 측은 엘비스 목소리가 아닌 합성물로 보이는 사례 영상 링크도 첨부했다. 부시는 “이것들은 엘비스 프레슬리가 부른 예가 아니다”라며 “비슷한 사례가 수백, 수천 건 더 있다”고 썼다.

어두운 실내에서 손으로 비닐 음반 더미를 넘겨보는 모습 — AI 자료 이미지

에미넴 출판사는 가사 복제를 문제 삼았다

에미넴 쪽 소송은 에미넴의 음반 수백 곡을 관리하는 유한책임회사 에이트 마일 스타일이 제기했다. 관리 곡에는 ‘Lose Yourself’, ‘Without Me’, ‘The Real Slim Shady’가 들어 있다. 이 회사는 수노가 이용자들이 에미넴의 곡과 비슷한 노래와 가사를 만들게 해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에미넴 본인은 소송에 개별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다. 에미넴 측 대변인은 논평 요청에 즉각 답하지 않았다.

두 소송을 대리하는 변호인은 리처드 부시, 마크 블록, 데이비드 니에미에르지키, 앤드루 데이비스 4명이다. 이들은 수노가 “아티스트들의 정체성, 노력, 창의성, 시간을 기계적으로 스스로에게 새겨 넣고 이를 꾸준한 현금 컨베이어 벨트로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두 소장에는 엘비스처럼 들린다고 주장되는 생성곡이나 에미넴의 작업물을 그대로 재현한 가사의 사례가 여러 건 담겼다.

엘비스 소장에는 이런 문장도 있다. “다음 엘비스는 기타를 잡지 않을 것이다.” 변호인단은 수노의 “탐욕스러운 바닥 경쟁”이 인간의 창작을 무의미하게 만들려 한다고 썼다. 수년이 걸리는 일을 면허 없이 몇 초 만에 복제한다는 취지다. 미래 세대가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라고 되묻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ELVIS법이 시험대에…수노의 방어 논리와 충돌

빌보드는 이 사건이 새 테네시주 법 아래 제기된 첫 대형 사건 중 하나라고 전했다. ELVIS법은 전국에서 처음 나온 입법으로 소개된다. 기존 법은 허락 없는 광고처럼 상업적 이용에만 주로 적용됐지만 새 법은 그 제한을 없앴다. 이 법은 무단 도용에 쓰이는 도구를 제공하는 기업에도 책임을 물을 수 있게 했다. 소장은 “수노는 ELVIS법이 왜 꼭 필요했는지를 보여주는 구현체”라고 주장한다.

수노는 다른 소송에서 현재 모델이 프롬프트(입력 지시문)에 특정 아티스트 이름을 넣는 것을 허용하지 않으며 실제 목소리를 모방한 결과물도 내지 않는다고 주장해 왔다. 엘비스 측은 소장에서 이 주장이 “명백히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소장에 따르면 수노는 소송 제기 한 달 전까지도 엘비스 이름이 든 가사만으로 엘비스 복제 음성을 만들어냈다. 소장은 수노의 ‘Create’ 기능에 엘비스 이름을 입력하면 그의 목소리의 두드러진 특징을 복제한 결과물이 나온다고 설명한다.

비슷한 논리는 미국 포크·루츠 가수 제이슨 아이즈벨 등이 낸 소송에서도 나왔다. 집단소송 지위를 요청한 이 소송에서 원고들은 수노 이용자가 제한을 우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예명 대신 본명을 쓰거나 이름 글자 사이에 띄어쓰기를 넣어 “톤과 어법”을 불러내는 프롬프트를 쓰는 식이다. 수노 측은 해당 소송에서 아티스트 이름은 활동 장르를 가리키는 “약칭”일 뿐이라고 맞섰다. 법정에서는 특정 아티스트 풍의 곡을 요청하는 것이 “불법적인 것은 전혀 아니다”라고 밝혔다.

앤트로픽·메타 소송과 이어지는 전선

엘비스 측은 앞서 앤트로픽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오센틱 브랜즈 그룹은 지난달 다른 엘비스 출판사들과 함께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챗봇 클로드가 엘비스 곡 274곡으로 부당하게 학습됐다는 주장이다. 대상에는 ‘Can’t Help Falling in Love with You’, ‘Run On’, ‘Farther Along’ 등이 있다. 원고 측은 총 4,860만 달러의 손해배상과 침해 중단을 요구했고 앤트로픽은 혐의를 부인했다.

에이트 마일 스타일은 6월 메타를 상대로 약 1억 1,000만 달러 규모의 소송을 냈다. 메타가 에미넴의 녹음 243곡을 페이스북·왓츠앱·인스타그램 라이브러리에 허락 없이 저장했다는 주장이다. 메타 측 변호인은 6월 법정에서 이 소송을 “터무니없다”고 표현했다. 그러나 미시간주 연방판사는 사건이 증거개시 절차로 넘어갈 수 있다고 판단했다.

수노는 이미 여러 소송을 치르고 있다. 독립 음악 출판사 라운드 힐 뮤직과 대형 레이블 유니버설뮤직그룹,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가 소송을 냈다. 워너뮤직그룹은 작년 수노와 합의했다. WMG와 음악 출판사 BMG, 빌리브와 맺은 계약은 9월에 나온 수노의 레이블 연계 모델 ‘v6’의 기반이 됐다. 그러나 UMG와 소니뮤직은 이 모델도 “같은 독이 든 나무의 열매”라며 별도 소송을 냈다.

소송이 수노의 시장 평가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다. 수노는 6월 투자 라운드에서 4억 달러를 모았고 기업가치는 54억 달러(약 7조 3,000억 원, 1달러 1,357원 기준)로 평가됐다. 버라이어티는 수노가 이번 소송들에 즉각 논평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빌보드에 따르면 오센틱 브랜즈 그룹 대변인 라크마리 안톤(Lark-Marie Antón)은 소장과 증거가 “스스로 말해준다”고 밝혔다. 그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이름·이미지·초상·음악이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지식재산권 자산에 속한다며 “이 권리를 강력하게 보호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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