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라칼럼] 신뢰를 잃은 선관위… 2026. 6.3 선거가 남긴 씁쓸한 풍경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된 이미지

지방선거가 끝났지만 선거 과정을 둘러싼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내가 자라며 배운 선거는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이고 공정한 시스템이었는데, 이번 6.3 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실태들은 과연 상식적인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는 일인지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선거 관리에 대한 신뢰가 흔들렸다는 점이다. 일부 투표소에서는 투표용지가 부족해 유권자들이 '대기번호표'를 받고 줄을 서서 기다리는 상황이 발생했다. 내가 이 나라의 주권자로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시간을 내어 투표소에 갔는데, 고작 투표용지가 모자란다는 이유로 제시간에 선거를 할 수 없거나 발길을 돌려야 했다면 과연 어떤 기분이 들까. 주권자의 참정권이 선사기관의 준비 부족으로 인해 온전히 보장받지 못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허탈함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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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당일뿐만 아니라 그 이후의 대처 과정에서도 아쉬움은 이어진다. 아직 대기번호를 쥐고 투표조차 마치지 못한 유권자들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개표 방송이 시작되었고, 현장에서는 선거 관리에 항의하는 시민들과 경찰이 대치하며 시위 해산 명령이 내려지는 풍경까지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정당 지도부들이 선관위를 찾아가 사태 파악과 해명을 요구했지만, 선관위는 명확한 설명 없이 시간만 끌다가 결국 상황을 수습하는 데 급급한 모습만을 보여주었다.

더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시스템의 허점이 드러난 상황 속에서도, 우리 사회의 논의는 본질을 비껴갔다는 점이다. 선거철만 되면 반복되는 정치적 진영 간의 공방과 세대 갈등 속에서, 정작 가장 시급하게 점검해야 할 선거 시스템의 부실함은 상대 진영을 비난하는 목소리에 묻혀버렸다. 선거의 공정성과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문제는 특정 정당이나 후보의 이해관계를 떠나, 민주주의의 뼈대를 지키는 본질적인 사안인데도 말이다.

내가 원하는 건 그저 상식적인 절차에 따라 내 한 표를 안전하게 행사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받아들이는 평범한 경험이다. 과정의 정당성이 흔들리면 그 결과 역시 온전한 신뢰를 받기 어렵다. 지금 선관위에게 필요한 건 앞으로 잘하겠다는 추상적인 반성이나 면피성 대책이 아니다. 무너진 선거 관리 시스템의 원인을 투명하게 밝히고, 잃어버린 국민들의 신뢰를 어떻게 되찾을지 책임감 있는 대답을 내놓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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