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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 좌석 2개 예매해 혼자 편히 가는데 정말 억울한 일이 생겼습니다“ 글, 반응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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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이 길을 꼭 한번은 걸어봐야 했다, 수혁아. 네가 살아있었다면 맞았을 전역일에 너를 꼭 안아주고 싶었어.”
지난 4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고 지수혁 일병의 어머니가 아들이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달렸던 길을 직접 찾았다. 지난해 9월 육군 제8사단 마라톤 대회에서 쓰러져 숨진 지 일년여 만이다. 지 일병이 살아 있었다면 이달 군 복무를 마치고 가족에게 돌아왔을 시기여서, 이번 걸음에는 아들을 추모하는 의미와 함께 같은 사고가 다시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유가족들의 뜻이 담겼다.
유가족과 군 사망사고 피해자 가족, 현역 장병 부모 등 26명은 지난 3일 경기 포천시 포천천 일대에서 추모 걷기 행사를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지 일병이 당시 달렸던 구간을 따라 이동하면서 곳곳에 안전요원을 배치했다. 누군가 몸 상태에 이상을 느끼면 즉시 멈출 수 있도록 서로 살피고 휴식을 권하는 방식으로 행사를 진행했다.
이날 함께한 사람들 가운데는 최전방 GOP에서 집단 괴롭힘을 겪은 뒤 숨진 고 김상현 이병의 부모와 2015년 서울 구파발 검문소 총기 사고로 숨진 고 박세원 상경의 어머니도 있었다. 군에 자녀를 보낸 부모들의 모임인 ‘아프지 말고 다치지 말고 무사 귀환 부모연대’ 회원들도 자리를 함께했다.

지 일병 어머니는 아들의 이름이 군에서 발생한 여러 사고 가운데 하나로만 기록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무사히 군복을 벗고 엄마 품으로 돌아올 전역일이 다가오는데 정작 돌아와야 할 아들이 없다는 것이 너무 아프고 두렵다”며 “다른 누군가의 아들을 살리는 이유가 되도록 할 수 있는 일을 끝까지 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가 단순한 추모 행사가 아니었던 이유는 지 일병이 숨진 과정에서 군의 안전관리 문제가 함께 지적됐기 때문이다. 당시 마라톤은 6·25전쟁 영천대첩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8사단이 마련한 행사였다. 장병들이 부대의 공식적인 행사에 참여해 달리기를 하는 과정에서 온열질환에 따른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당일 포천의 날씨는 장거리 달리기에 부담이 될 수 있는 조건이었다. 최고기온이 31도까지 오른 데다 전날 내린 비로 습도가 약 70% 수준까지 올라갔다. 높은 기온과 습도가 겹치면 땀의 증발이 어려워 체온을 낮추기 힘들어지고 열사병 위험도 커질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위험을 사전에 평가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절차가 충분히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군에서는 훈련이나 작전 등 각종 활동에 앞서 예상되는 위험요인을 찾아내고 필요한 통제대책을 마련하는 ‘위험성 평가’를 실시한다. 행사 역시 참여 인원과 활동 강도, 기상조건 등에 따라 사고 가능성을 따져야 하지만 당시 마라톤 대회에서는 위험성 평가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응급상황에 대비한 의료지원도 논란이 됐다. 당시 군의관은 휴가 중이었고 간호장교는 행사 참가자로 달리기에 참여했다. 장거리 달리기에서 온열질환자가 발생할 가능성을 고려하면 현장에서 즉각적인 상태 확인과 응급처치를 담당할 의료인력을 별도로 확보했어야 하는지 여부가 수사 과정에서 중요한 쟁점이 됐다.
지 일병 개인의 상황도 사고 당시 함께 살펴봐야 할 부분이다. 그는 평소 취사병으로 근무해 일반적인 체력단련이나 달리기 연습을 충분히 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 상황에서 고온다습한 날씨에 장거리 달리기에 참가했고, 결국 약 8㎞를 달린 지점에서 쓰러졌다.
지 일병은 이후 치료를 받았지만 열사병으로 인한 상태 악화 끝에 숨졌다. 군은 사망한 지 일병을 상병으로 추서했다.
사고 이후에는 누가 안전관리를 책임졌는지를 놓고 수사가 이어졌다. 경찰은 당시 행사와 관련된 지휘·관리 책임을 조사했고, 당시 사단장을 포함한 4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사고가 발생한 행사에서 위험요인을 사전에 파악하고 장병들의 안전을 확보할 책임을 제대로 이행했는지가 핵심이었다.
경찰 수사 결과가 곧바로 형사책임 확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경찰이 혐의가 있다고 판단해 사건을 검찰로 넘기면 검찰이 추가로 사실관계와 법률적 책임 여부를 살핀다. 현재 이 사건은 검찰의 요구에 따른 일부 보완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단계다.
당시 지휘관들의 책임 범위를 놓고는 수사 과정에서 차이가 있었다. 경찰은 사단장을 비롯해 행사와 관련한 지휘·관리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4명을 송치한 반면, 행사에 참가한 선임병사와 부사관 등에게는 형사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사고 당시 이들에게 행사 운영을 결정하거나 안전조치를 책임질 권한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행사를 기획한 당시 사단장의 이후 거취도 별도로 주목받았다. 사단장은 경찰에 송치된 뒤에도 한동안 직위를 유지했지만, 이후 8사단 소속 부사관이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 발생하면서 직무에서 배제됐다. 당시 육군은 해당 부대의 지휘·관리 실태 등을 점검하기 위한 조치를 진행했다.

이번 추모 걷기에서 참가자들이 달리기를 선택하지 않은 것도 사고 당시와 다른 방식으로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이동 구간마다 서로의 상태를 살피고, 힘들거나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중단하도록 했다. 장병들이 참여하는 체육행사에서도 기상조건과 참가자의 건강 상태, 운동 강도, 의료지원 등을 사전에 확인해야 한다는 유가족들의 요구가 행사 방식에 그대로 반영됐다.
군에서 위험성 평가가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위험성 평가는 사고가 발생한 뒤 책임자를 찾기 위한 절차가 아니라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위험요인을 찾아 제거하거나 줄이기 위한 예방 절차다. 기온이 높은 날 장거리 달리기를 실시한다면 온열질환 가능성을 검토하고 참가자의 상태를 확인할 방법과 휴식 장소, 응급환자 발생 시 의료진과 후송수단을 미리 준비하는 방식으로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다.
유가족들이 이날 아들이 달렸던 길을 직접 걸은 것도 사고 당시 무엇이 부족했는지를 되짚기 위한 의미가 컸다. 지 일병 어머니는 아들의 죽음이 단순히 한 명의 장병에게 발생한 불운한 사고로 끝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이날 포천천을 걸은 부모들은 서로에게 힘들면 멈추라고 말하면서, 군에 자녀를 보낸 부모가 더 이상 같은 이유로 자녀를 잃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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