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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인수봉에서 암벽을 오르던 60대 여성이 절벽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 이번 개천절 연휴 기간 설악산 일대에서도 사진을 찍던 70대 등산객이 추락해 숨지는 등 산악 사고가 잇따르면서 가을 산행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5일 고양경찰서와 소방 당국에 따르면 지난 4일 오전 10시 59분쯤 경기 고양시 덕양구 북한산 인수봉 일대에서 암벽 등반 중이던 60대 여성 A씨가 약 30m 높이에서 추락했다. 소방 당국은 헬기를 투입해 A씨에게 응급처치를 하며 병원으로 옮겼지만, A씨는 치료를 받던 중 사망했다. 경찰은 목격자 진술 등을 토대로 구체적인 추락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인수봉은 화강암으로 이뤄진 암벽 봉우리로, 사계절 내내 전국의 암벽 등반 동호인들이 몰리는 대표 명소다. 그만큼 사고도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5월 31일에는 이곳에서 등반하던 30대 남성이 약 30m 아래로 떨어져 전신 다발성 골절로 숨졌다. 바로 다음 날인 6월 1일에도 하강하던 60세 남성 2명이 각각 15m, 50m 아래로 떨어져 다쳤다. 지난해 10월 28일에는 60대 여성이 하강 도중 5m 아래로 추락했는데, 마침 인근에서 유관기관 합동 산악구조훈련을 하던 고양소방서 구조대가 곧바로 투입돼 구조했다.
북한산국립공원사무소는 올해 5월 인수봉 암벽 틈에 다리가 끼어 고립된 탐방객을 특수산악구조대가 2시간 만에 구조한 뒤 "반드시 안전수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당부한 바 있다.

설악산 권역에서는 사흘 사이 사망과 중상 사고가 잇따랐다.
지난 3일 오후 5시 9분쯤 강원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북설악 성인대 인근에서 71세 남성이 약 40m 아래로 떨어졌다. 혼자 산에 오른 이 남성은 맞은편 울산바위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남기려다 발이 미끄러진 것으로 전해졌다. 성인대는 울산바위와 미시령 일대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어 사진 명소로 꼽히는 곳이다. 남성은 심정지 상태로 헬기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숨졌다.
이튿날인 4일 오후 3시쯤에는 울산바위에서 일행 5명과 함께 '요반길' 코스를 오르던 53세 남성이 약 50m 아래로 추락했다. 다행히 로프에 매달린 채 버티던 그는 약 3시간에 걸친 구조 작업 끝에 구조됐고, 허리 통증을 호소해 헬기로 병원에 옮겨졌다.
앞서 2일에는 설악산 정상인 대청봉 표지석 부근에서 60대 등산객이 발을 헛디뎌 약 2m 아래 바위로 떨어졌다. 의식을 잃은 그는 마침 휴일을 맞아 산행 중이던 박형주 119구급팀장과 현장에 있던 간호사 등으로부터 응급처치를 받았다. 이후 군 헬기로 성남의 국군병원으로 이송돼 긴급 수술을 받았다.

크고 작은 낙상 사고도 이어졌다. 3일 설악폭포 방향 탐방로에서는 48세 남성이 넘어지면서 아킬레스건이 끊어진 것으로 의심되는 부상을 입었고, 신선봉~마등령 구간에서는 58세 남성이 미끄러져 발목 골절이 의심되는 상태로 각각 헬기 이송됐다.
설악산 울산바위에서는 올해 들어서만 이미 두 차례 사망 사고가 있었다. 5월 29일 암벽 등반 중이던 70대 남성이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숨졌고, 6월 14일에는 50대 남성이 추락해 사망했다. 당시 로프가 함께 떨어지면서 일행 3명이 절벽 중간에 고립됐다가 4시간에 걸친 구조 작업 끝에 구조됐다. 구조대는 드론을 띄워 절벽 곳곳을 수색해 고립자 위치를 확인한 뒤, 특수산악구조대원이 직접 암벽을 타고 올라 이들에게 접근했다.
통계로 봐도 가을은 산악사고가 집중되는 시기다. 소방청이 지난해 내놓은 '산악사고 안전 종합대책'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전국 119구조대의 산악사고 구조 건수는 1만134건에 달했다. 원인별로는 미끄러지거나 발을 헛디딘 실족이 2724건(26.9%)으로 가장 많았고, 길을 잃은 경우 2378건(23.5%), 탈진·탈수 522건(5.2%) 순이었다. 사고는 주말과 낮 시간대, 피로가 쌓인 산행 후반부에 몰리는 경향을 보였다.
행정안전부 집계에서도 최근 3년간 등산 사고가 가장 자주 일어난 달은 10월로, 연간 사고의 14.2%를 차지했다. 사고 원인은 실족(34%)이 가장 많았고 조난(27%), 지병 등 신체 질환(20%), 추락(4%), 고립(3%)이 뒤를 이었다. 단풍철 인파가 몰리는 영향이 크다. 2023년 10월 국립공원 탐방객은 404만명으로 월평균 234만명의 1.7배 수준이었다. 설악산만 보면 2023년 한 해 탐방객 224만여명 가운데 43.2%인 96만여명이 9~11월에 다녀갔다.
지역 소방본부 통계도 같은 흐름을 보인다. 경북소방본부 집계에서 2024년 도내 산악사고 915건 가운데 30%가 9월과 10월 두 달에 몰렸고, 대구에서는 최근 5년간 발생한 산악사고 1732건 중 30.4%(526건)가 9~11월에 일어났다. 전북에서도 2022~2024년 3년간 산악사고 2034건 가운데 400여건이 9~10월에 집중됐다. 제주에서는 올해 1~8월 실족·추락 사고만 107건으로, 지난해 연간 발생 건수(118건)의 90%를 이미 넘어섰다.
올해도 설악산은 지난달 28일 첫 단풍이 관측됐고, 단풍이 산 아래로 내려오는 이달 중순 이후 탐방객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탐방객이 정상부와 전망 바위 주변에 몰리는 시기인 만큼 실족 사고에 특히 유의해야 한다. 경북소방본부 등은 산행 중 돌이나 바위, 낙엽을 되도록 밟지 말라고 당부한다.

소방 당국과 국립공원공단은 가을 산행일수록 기본 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출발 전에는 산악 날씨와 탐방로 통제 여부, 코스별 소요 시간과 대피소 위치를 확인해야 한다. 산림청은 등산화와 여벌 옷, 식수를 반드시 챙기고 체력에 맞는 코스를 고르라고 권고한다. 가을에는 해가 빨리 지고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만큼 헤드랜턴과 방풍 외투, 비상식량, 휴대전화 보조배터리도 필수다. 반창고·붕대 같은 간단한 구급약품도 배낭에 넣어두는 것이 좋다. 산에 오르기 전에는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근육과 관절을 충분히 풀어주고, 산행 중 몸에 무리가 온다고 느끼면 정상을 앞두고 있더라도 곧바로 내려와야 한다.
산행 시간 관리도 중요하다. 전북소방본부는 하루 산행은 8시간 이내로 계획하고 해 지기 2시간 전에는 하산을 마칠 것을 권한다. 국립공원공단에 따르면 산악사고는 체력 소모가 큰 하산길, 특히 오후 시간대에 집중된다. 사고 지점도 산 중턱이나 정상 부근이 대부분이다. 오를 때는 체력에 여유가 있지만, 내려올 때는 다리 근육이 지치고 집중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길을 잘못 들었다면 무리하게 새 길을 찾기보다 왔던 길을 따라 아는 지점까지 되돌아가는 것이 안전하다.
지정된 탐방로를 벗어난 '샛길' 산행이나 출입이 통제된 위험 구역 진입은 금물이다. 낙상 위험이 클 뿐 아니라 통신이 잘 닿지 않아 사고가 나도 구조가 늦어질 수 있다. 산행 중 음주는 판단력을 흐려 사고로 직결되며, 국립공원 내 음주는 자연공원법에 따라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혼자 산에 오르기보다 2인 이상 함께 움직이고, 가까운 산이라도 가족이나 지인에게 행선지를 알려두는 것이 좋다.
암벽 등반은 일반 등산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대비가 필요하다. 북한산국립공원사무소는 암벽·암릉 같은 고지대 위험 지역에서는 등반 기술과 안전장비를 충분히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고가 났다면 무리하게 움직이지 말고 그 자리에 멈춰 119에 신고해야 한다. 이때 등산로 곳곳에 설치된 산악위치표지판 번호나 국가지점번호를 함께 알리면 구조대가 위치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 휴대전화의 위치 공유 기능을 활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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