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직원이 56억 빼돌렸다…법원 내부서 벌어진 믿기 힘든 일

법원 직원 한 명이 부산지법과 울산지법에서 공탁금과 경매보관금 등 모두 56억원을 빼돌린 사실이 확인됐다. 횡령한 돈 상당액이 파생상품 투자 등에 쓰이면서 부산지법에서 회수한 금액은 전체 피해액의 12% 수준에 그쳤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뉴스1

6일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실이 대법원 법원행정처와 각급 법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직 법원주사보 A 씨는 2022~2023년 부산지법에서 공탁금 약 48억 2000만원을 부정 출급했다. 부산지법이 지금까지 회수한 금액은 약 5억 8000만원이다.

공탁금은 채무 변제나 손해배상, 형사사건 피해 회복 등을 위해 당사자가 법원 공탁소에 맡기는 돈을 말한다. 채권자를 바로 찾기 어렵거나 법률상 일정한 사유가 있을 때 법원에 돈이나 유가증권 등을 맡겨 두고 이후 정당한 권리자가 찾아가는 방식이다. 이번 사건에서는 이런 공탁금 가운데 수령인이 명확하지 않거나 당장 찾아갈 가능성이 낮은 사건이 범행 대상으로 이용됐다.

수령인 ‘불명’ 사건 노려…누나 명의로 바꿔 출금

A 씨는 2022년부터 부산지법 종합민원실 공탁계에서 근무했다. 당시 파생상품 투자로 약 4억원의 빚이 생기자 법원 재판사무시스템을 조작해 공탁금을 빼돌리기 시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령인이 ‘불명’으로 표시된 사건을 골라 수령인을 자신의 누나로 임의 변경한 뒤 돈을 지급하는 방식이었다. 이런 수법으로 모두 53차례에 걸쳐 약 48억원을 부정 출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인사이동으로 공탁 업무를 맡지 않게 된 뒤에도 범행은 이어졌다. A씨는 민원실을 찾아 “처리하지 못한 일이 있다”며 업무용 PC를 빌린 뒤 공탁금을 추가로 빼돌렸다. 관련 서류를 위조해 사건을 정상적으로 끝낸 것처럼 처리하고 기록이 폐기될 수 있는 시점까지 범행 사실을 감추려 한 정황도 확인됐다.

사건은 법원 내부 점검이 아닌 부산시의 문의 과정에서 드러났다. 2023년 부산시가 공탁금 수령에 필요한 서류를 문의하다 해당 공탁금 잔액이 0원인 사실을 확인하면서 범행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부산지법은 이후 A 씨를 파면했고 당시 공탁 업무를 담당했던 공탁관과 종합민원실장 등 6명에게도 견책과 정직 2개월 등의 징계를 내렸다.

이전 근무지 울산지법에서도 7억 8000만원 횡령

울산지방법원모습. / 뉴스1

부산지법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는 A 씨가 이전 근무지인 울산지법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돈을 빼돌린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A 씨는 2020년 울산지법 경매참여관으로 근무하면서 경매사건 배당액을 실제보다 적게 처리한 뒤 차액을 가족 명의 계좌로 보내는 방식으로 경매보관금 약 7억 8000만원을 횡령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매보관금은 법원 경매 과정에서 배당하거나 반환하기 위해 법원이 일시적으로 보관하는 돈이다.

울산지법에서는 당시 범행이 적발되지 않았고 이후 부산지법 사건이 드러난 뒤 이전 근무 내역까지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추가 횡령 사실이 확인됐다. 울산지법에서 빼돌린 돈 가운데 실제로 얼마나 회수됐는지는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았다.

부산지법은 손실된 국고를 되찾기 위해 피해회복 실무팀을 꾸렸지만 A 씨가 횡령금 상당액을 파생상품 투자 등에 사용하면서 실질적인 회수에는 한계가 있었다. 부산지법 횡령액 약 48억 2000만원 가운데 되찾은 돈은 약 5억 8000만원으로 12% 수준이다. A 씨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지난해 징역 15년이 확정됐다.

사건 뒤에야 전자결재 도입…감사원 통보도 늦어

법원행정처는 사건 이후 공탁금 지급 과정의 결재 범위를 확대하고 전자결재 방식을 도입했다. 전산상 정정 내역도 임의로 삭제할 수 없도록 관련 절차를 바꿨다. 법원이 공탁금과 법원보관금이 사라진 사실을 감사원에 제때 알리지 않은 점도 뒤늦게 문제가 됐다. 법원은 해당 사실을 즉시 통보하지 않아 올해 감사원으로부터 주의 처분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서영교 의원은 “동일 직원이 두 법원을 거치며 56억원을 빼돌릴 때까지 법원의 감사·인사·회계시스템은 작동하지 않았다”며 “횡령 사실을 파악하고도 감사원에 약 2년간 통보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책임 회피”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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