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자(들)' 역사왜곡 논란에… 급기야 경찰까지 입장 내놨다

1974년 발생한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다뤄 역사 왜곡 논란의 중심에 선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싸고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영화 연출을 맡은 감독과 제작진에 대한 고발 조치가 이어진 데 이어 주연 배우의 자택 앞 집회와 온라인상 비방까지 거세지자 경찰이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영화 '암살자(들)' 메인 포스터 / 하이브미디어코프

경찰은 출연 배우에 대한 협박이나 위해 등 범죄 혐의가 확인될 경우 법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고범석 서울경찰청장은 6일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영화 '암살자(들)' 출연진을 향한 위협 우려와 관련해 “배우에 대한 위해나 협박과 같은 부분은 당연히 법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강력한 대응 의사를 표명했다.

고 청장은 “현재 유해진 배우나 소속사 측으로부터 별도의 요청이 접수된 것은 없다”면서도 “향후 안전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순찰 강화나 신변 보호 조치 등 추가적인 안전 대책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 회원들은 '암살자(들)'의 주연을 맡은 배우 유해진의 자택 앞에서 집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영화의 상영 중단은 물론 제작진과 출연 배우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와 관련해 고 청장은 “해당 집회 상황을 확인한 결과 현재까지 파악된 불법행위는 없다”고 덧붙였다.

배우 유해진이 지난달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에서 열린 영화 '암살자(들)' VIP 시사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뉴스1

배우 자택 앞 집회와 더불어 인터넷상에서 무분별한 비난이 이어지자 소속사 측도 강경 대응을 선언했다. 유해진의 소속사인 VAST엔터테인먼트는 지난 5일 공식 입장문을 내고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당사 소속 배우 유해진에 대한 비방과 허위사실이 무분별하게 유포·확산되고 있는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소속사는 “당사는 소속 배우와 관련한 허위사실의 생성 및 유포, 악의적인 인신공격과 모욕은 물론 배우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신변을 위협하고 명예를 훼손하는 일체의 행위를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다”며 강력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관련 게시물과 증거 자료를 지속적으로 수집하고 있으며 불법 행위로부터 소속 배우의 권익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며 “앞으로도 소속 배우의 권익을 침해하는 행위에 대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확인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필요한 대응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허진호 감독(왼쪽부터)과 배우 유해진, 박해일, 이민호가 지난 8월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암살자(들)'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뉴스1

영화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발생한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배경으로 제작된 작품이다. 당시 정부는 재일교포 문세광이 쏜 총에 맞아 육 여사가 숨졌다고 공식 발표했으나 영화는 박정희 정부나 당시 정보기관이 사건에 관여했을 가능성을 암시하는 듯한 연출을 담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영화가 개봉한 직후부터 일각에서는 사실과 다른 내용을 다뤄 역사를 왜곡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며 논란이 번졌다.

논란이 확산되자 영화 연출을 맡은 허진호 감독은 직접 입장을 밝히며 현재의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허 감독은 “영화를 만들 때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정말 열심히 일했다”며 “작품이 이 정도로 폄하될 줄은 몰랐고 현 상황에 대해 배우들도 굉장히 힘들어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배우들 역시 이런 역사적 배경과 내용들을 충분히 숙지하고 작품에 참여했는데 일방적으로 역사 왜곡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니 안타깝고 속상하다”며 항변했다. 특히 일부 대중매체와 기사 헤드라인 등에서 다뤄지는 자극적인 보도 방식에 대해 강하게 선을 그었다. 허 감독은 “현재 언론 타이틀은 '박정희가 육영수를 죽였다', '북한 영화를 따라 했다', '김정일이 사과했다'는 식의 주장을 한데 묶어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는 엄연히 서로 다른 맥락의 이야기들”이라고 지적했다.

배우 유해진(오른쪽)이 지난 8월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암살자(들)'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박해일의 매력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 뉴스1

영화가 박 전 대통령을 피격 사건의 직접적인 배후로 지목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정황을 들어 명확히 반박했다. 허 감독은 “영화에서 박 전 대통령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다”라며 “박정희가 육영수 여사를 죽이라고 시켰다는 설정을 가지고 시나리오를 쓰거나 만들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한편, 영화 '암살자(들)' 제작진은 역사 왜곡 논란과 관련해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고발을 당한 상태다. 경찰은 해당 사건을 서울 종로경찰서에 배당해 수사에 착수했다. 고 청장은 “고발장이 지난달 29일 접수돼 사건을 배당해 놓은 상태”라며 “향후 고발인 조사 등 정해진 절차에 따라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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