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치 9일 처분… '계곡 살인' 이은해, 구치소 징벌방 끌려갔다

‘가평 계곡 살인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이은해가 구치소 내에서 우표를 판돈으로 걸고 도박을 하다가 적발돼 징벌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8억대 사망보험금을 노리고 남편 A씨를 숨지게 한 혐의로 공개수배된 이은해가 2022년 인천지방검찰청으로 압송되고 있다. / 뉴스1

8일 KBS 보도에 따르면 이은해는 지난해 ‘사행 행위 및 우표 불법 거래’를 사유로 금치 9일의 징벌 처분을 받았다. 조사 결과 이은해는 수용소 내부에서 종이(A4 용지)를 잘라 만든 사설 카드로 우표를 판돈 삼아 도박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교정시설 수용자들이 우표를 판돈으로 삼아 불법 도박을 벌이다 적발된 사례는 최근 4년간 1000명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수용자들은 서류용 대형 봉투를 잘라 화투를 직접 제작하거나 장당 3830원 상당의 등기 우표 등을 판돈으로 내걸었다. 일부 수용자들은 하루 판돈으로만 25만 원어치의 우표를 걸거나 한 번에 100만 원 상당의 우표를 잃는 등 도박의 규모도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종목 역시 화투나 카드 게임에 그치지 않고 오목·바둑은 물론 내부에서 벌어지는 각종 스포츠 경기 결과 맞히기 내기까지 다양하게 확장됐다.

문제는 우표가 도박판을 넘어 교정시설 내부에서 사실상의 ‘암묵적 화폐’로 통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수용자끼리 우표를 대가로 주고받으며 개인 빨래나 청소 등의 수발을 맡기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과거 교정시설에 수용됐던 한 관계자는 “우표를 100장 넘게 가지고 있으면 수용소 내에서 설거지나 빨래를 직접 하지 않고도 편안하게 지낼 수 있다”며 우표가 일종의 특권 수단으로 쓰이고 있음을 증언했다.

심지어 외부에서 수용자들의 수발을 들어주는 이른바 ‘수발 업체’까지 개입한 정황이 포착됐다. 이들 업체는 수용자가 도박이나 거래로 모은 우표를 전달받아 30%가량의 수수료를 뗀 뒤 현금으로 환전해 해당 수용자의 영치금 계좌로 입금해 주는 방식으로 불법 금융 거래를 도왔다.

우표 구매 전체가 불법 행위와 연관된 것은 아니지만 수용자들의 우표 남용 정황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전국 교도소 및 구치소의 우표 구매액은 최근 4년 사이 약 50억 원가량 급증했다. 특히 지난해에만 1년에 150만 원이 넘는 우표를 사들인 수용자가 980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가평 계곡 살인 사건’ 전말… 치밀했던 범행

‘가평 계곡 살인 사건’은 2019년 6월 경기도 가평군 북면 조무락계곡 용소폭포에서 발생했다. 당시 이은해는 내연남 조현수 등과 함께 피해자인 남편을 물놀이에 동반한 뒤 수영을 못 하는 윤 씨를 고의로 계곡물에 다이빙하게 만들어 숨지게 했다.

8억대 사망보험금을 노리고 남편 A씨를 숨지게 한 혐의로 공개수배된 이은해(왼쪽)와 내연남 조현수가 2022년 인천지방검찰청으로 압송되고 있다 / 뉴스1

사건 초기 가평경찰서는 윤 씨가 단순 사고로 익사한 것으로 보고 같은 해 10월 내사 종결 처리했다. 그러나 이은해의 수상한 행적을 의심한 유족이 일산서부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에 사건을 제보하면서 재수사의 물꼬가 트였다. 경찰은 사건 검토 후 보험사기와 살인 혐의점이 있다고 판단해 재수사에 공식 착수했다.

이은해는 사건 발생 불과 한 달 뒤 남편 명의로 가입된 8억 원 상당의 사망보험금을 보험사에 청구했으나 보험사 측은 보험사기가 의심된다며 지급을 거부했다. 그러자 이은해는 오히려 2020년 3월 방송사 시사교양 프로그램(SBS ‘그것이 알고싶다’)에 ‘보험사의 부당한 지급 거부’를 이유로 제보하는 대범함을 보였다. 그러나 취재 과정에서 이은해의 언행과 사건 정황에 의문을 품은 제작진이 사실관계를 추적해 보도하면서 사건은 전국적인 관심사로 부상했다.

검찰과 경찰의 전면적인 재수사 과정에서 이은해 일당의 추가 범행 시도도 드러났다. 이들은 계곡 살인 사건 발생 전인 2019년 2월 강원도 양양군 펜션에서 윤 씨에게 복어 독이 든 음식을 먹여 살해하려 했으나 미수에 그쳤고 같은 해 5월에도 경기도 용인시의 한 낚시터에서 윤 씨를 물에 빠뜨려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바 있다.

2021년 12월 검찰 조사를 받은 이은해와 조현수는 다음 날 곧바로 잠적해 도주 길에 올랐다. 검경 합동수사세력은 2022년 3월 이들을 공개 수배 조치했으며 수배 한 달 만에 경기 고양시의 한 오피스텔에서 이들을 체포했다. 법원은 이들에게 각각 무기징역과 중형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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