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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광고 전문가 이제석 씨가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고로 다친 군 장병과 정치권의 대립을 연결한 광고판을 공개했다.
군복을 입은 수색 장병이 한쪽 다리로 버티고 선 모습에 “지뢰는 발목을 날렸고, 정치는 발목을 잡는다”라는 문구를 담았다. 실제 사고로 장병들이 중상을 입은 가운데 사고 책임과 안보 대응을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이 이어지는 상황을 비판한 것이다.
12일 유튜브 채널 ‘이제석의 광고 아카이브’에는 이 씨가 광고판을 제작하고 설치하는 과정을 담은 영상이 올라왔다. 이 씨는 영상 자막을 통해 “답답하고 황망한 군의 마음을 담아 지금 상황을 꼬집는 광고를 만들어 봤다”고 밝혔다.
광고판은 약 2m 크기로, 한쪽 다리에 상처를 입은 군인이 나머지 한쪽 다리로 몸을 지탱하고 있는 모습을 표현했다. 이 씨는 지난 10~11일 김포·파주 일대 군사접경지역과 국방부가 보이는 용산공원 일대에 광고판을 세우고 사진으로 남겼다.
영상에는 “마치 지금 대한민국의 모습”이라는 자막도 등장했다. 이 씨는 “왼발, 오른발 발맞추어 가야 하는데 지금 우리 국회는 엇박으로 걷고 있다. 다리를 절고 있는 건 군인들만이 아니다”라고 적었다. 이어 “사건의 본질은 온데간데없고 서로 남 탓하기 바쁘고 감추고 헐뜯고 싸우기 바쁘다”고 지적했다.

이제석 씨는 사회 문제를 시각적 이미지와 짧은 문구로 전달하는 광고인이다. 1982년생으로 대구 출신이며, 미국 유학 시절인 2007년 국제 광고 공모전에서 성과를 거두며 이름을 알렸다.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굴뚝 총’은 공장 굴뚝을 권총의 총구처럼 표현해 대기오염 문제를 시각적으로 전달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세계적인 광고 공모전인 원쇼 칼리지 페스티벌에서 금상을 받았다. 이후 국내에서도 널리 알려졌으며, 공익광고의 대표적인 사례로 소개됐다. 환경오염과 사회 문제를 복잡한 설명 대신 한눈에 이해할 수 있는 이미지로 전달하는 방식이 특징이다.
이 씨는 상업광고 분야에서 활동한 뒤 공익적 메시지를 담은 광고 제작에 집중하기 위해 2009년 ‘이제석 광고연구소’를 설립했다. 광고연구소는 시각적 표현을 통해 사회 현상을 알리고 공공의 관심을 끌어내는 작업을 해왔다.
최근에도 사회 현장을 직접 활용한 광고를 선보였다. 2026년 6월에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풍자하는 문구를 활용해 선거 관련 문제를 알렸고, 7월에는 서울 성수대교 남단 진입로의 도로 단차 문제를 부러진 척추 이미지에 빗댄 광고를 공개했다. 현장에서 발견한 문제를 이미지로 바꿔 대중에게 전달하는 방식이다.
이번 DMZ 지뢰 사고 광고도 같은 방식으로 제작됐다. 이 씨는 외부의 군사적 위협으로 장병이 심각한 부상을 입었는데도 국내에서는 사고 책임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과 진영 간 갈등이 커지는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고 밝혔다.
그는 광고 속 ‘외다리’가 지뢰 폭발로 다친 장병의 실제 신체와 정치적 대립으로 균형 있게 나아가지 못하는 안보 현실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광고는 명확한 지휘 체계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전직 직업군인들과 함께 기획한 것으로 전해졌다.

광고의 배경이 된 사고는 지난 9월 21일 경기 파주 일대 육군 25사단 관할 비무장지대에서 발생했다. 당시 군은 수색로를 새로 개척하는 작전을 수행하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폭발이 두 차례 발생해 수색대대장 등 장병 3명이 다쳤다. 이 가운데 2명은 중상, 1명은 경상을 입었다.
사고 직후 군 당국은 폭발 원인과 지뢰의 종류, 매설 주체 등을 확인하기 위해 유엔군사령부와 합동 현장조사에 나섰다. 초기에는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인지, 유실된 지뢰인지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했다. 이후 현장 조사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를 종합해 원인을 확인했다.
국방부와 합참은 10월 5일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부상 장병의 전투복과 수술 과정에서 확보한 파편에서 검출된 물질을 과거 수거한 북한군 수지 반보병지뢰와 비교 감정한 결과 성분이 동일한 것으로 확인됐다. 폭약 성분과 재질, 색상, 지뢰의 형태 등을 종합해 북한군이 매설한 수지 반보병지뢰가 사고 원인이라고 최종 판단했다.
수지 반보병지뢰는 플라스틱 계열의 재질로 만들어진 대인지뢰다. 이번 조사에서는 폭발 지점 인근에서 북한군 수지 반보병지뢰가 추가로 발견됐다. 군과 유엔사는 폭발 지점과 추가 지뢰 발견 지점 등을 조사해 해당 지뢰들이 군사분계선 남쪽 10여m 지점에 있었다고 확인했다.

유엔사는 북한군 지뢰가 군사분계선 남쪽에 설치된 것을 정전협정 위반으로 판단했다. 조사 과정에서 발견된 지뢰의 매설 상태와 폭발 지점 사이의 거리 등을 고려해 단순히 떠내려온 지뢰가 아니라 인위적으로 매설된 지뢰 지대라는 평가도 나왔다. 유엔사는 지뢰가 설치된 시기를 12개월 이전으로 평가했다.
군은 최종 조사 결과 발표 당일인 10월 5일 낮 12시 51분께 군사분계선 남쪽에 설치된 북한군 지뢰 지대를 제거했다고 밝혔다. 유엔군사령부와 협의해 정전협정을 준수하고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한 뒤 작전을 시행했다는 설명이다. 군은 북한이 해당 지역의 지뢰를 자발적으로 제거하지 않을 경우 군사분계선 남쪽에 설치된 지뢰를 제거하는 작전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부상 장병들의 치료도 이어지고 있다. 국방부가 10월 5일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작전에 참여한 병력 18명 가운데 중상자 2명과 경상자 1명은 입원 치료를 받고 있었다. 먼저 퇴원한 15명 중 2명은 외래 진료를 추가로 받았고, 나머지 13명도 필요할 경우 의료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관리 중이라고 군은 밝혔다.

지난 8일 국정감사에서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서영교 법사위원장의 발언 시간이 많다는 취지로 “6인분을 한 분이 드셨다”고 말했다. 서 위원장은 이를 인신공격이라고 반박하며 위원장으로서 회의를 진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지뢰 사고와 관련한 대응 방안도 논의됐다. 10월 5일 보도에 따르면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는 대북 독자제재와 군사적 대응 방안 등을 두고 논의가 이뤄졌다. 북한에 대한 사과 요구와 비무장지대 내 군사적 조치, 남북 군사회담 추진 등 여러 대응 방안이 검토 대상으로 거론됐다. 다만 사고의 원인이 북한군 지뢰로 최종 확인됐다는 사실과 별개로, 구체적인 후속 대응은 외교·안보 당국의 정책 판단과 관련된 사안이다.
이 씨의 광고는 이런 상황에서 군 장병의 피해와 정치적 갈등을 하나의 이미지에 담았다. 다만 광고 속 군 장병의 모습을 두고 취지와 달리 지뢰 피해의 심각성을 가볍게 표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 지뢰 폭발은 신체에 심각한 손상을 입힐 수 있는 사고인 만큼, 피해 장병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과정에서도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 씨는 해당 광고판이 테스트용 샘플이라고 밝혔다. 향후 지뢰 피해의 위험성을 알리는 목적으로 광고를 개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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