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경찰이 또...안전 확인 수차례 요청했지만, 결국 4살 딸 '사망'

제주 서귀포에서 40대 아버지와 4살 딸이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호주에 머물던 아이의 어머니가 딸의 소재와 안전을 확인해 달라고 경찰과 관계기관에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제대로 된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과거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는 사실도 뒤늦게 알게 됐다는 것이다. 최근 제주에서는 실종 신고를 허위로 종결한 경찰관이 구속기소 되고, 상급자의 감독과 실종사건 관리 체계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오면서 경찰의 초동 대응과 사후 관리가 잇따라 도마 위에 올랐다.

법원 결정 뒤에도 이어진 딸의 소재 확인 요청

지난 12일 오후 6시 8분쯤 제주 서귀포에서 40대 남성 A 씨와 4살 딸이 차량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차량에서는 숯불을 피운 흔적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이혼과 양육권 문제로 갈등을 겪던 중 지난해 10월 말 딸을 데리고 서울로 이동했고, 이후 제주 서귀포에서 아이와 생활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이의 어머니 B 씨는 당시 호주에 머물며 딸의 소재를 파악하고 안전을 확인하려 했다고 밝혔다.

B 씨에 따르면 법원은 지난 3월 30일 양육권 관련 사건에서 아이를 인도받기 위한 강제집행이 가능하도록 결정했다. 그러나 딸은 아버지와 계속 지내고 있었다. B 씨는 아이를 직접 만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경찰에 소재 확인과 안전 점검을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B 씨는 지난 4월 초 경찰이 A 씨와 영상통화를 한 뒤 아이가 괜찮다는 취지로 안내했다고 밝혔다. 이후 경찰은 A 씨와 아이를 지구대에 나오도록 해 아이의 상태를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당시 경찰이 어떤 방식으로 아이의 안전을 확인했고, 확인 결과를 어떤 절차에 따라 기록했는지는 추가로 확인해야 할 부분이다.

B 씨는 여러 사정으로 호주에 돌아간 뒤에도 주호주 한국대사관 등을 통해 관계기관에 연락을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아이의 소재를 파악하는 것뿐 아니라 자신이 우려하는 상황을 전달하고 보호 조치를 요청했다는 것이다.

제주 경찰 자료 사진으로, 기사 속 경찰이 아닐 수 있습니다. / 뉴스1

아동학대 의심 신고 두 차례 있었다는데…“당시엔 안내 못 받아”

B 씨는 아이가 과거 아동학대 의심 신고와 관련해 조사를 받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B 씨의 설명에 따르면 지난 3월 22일 아이가 계속 울고 있다는 등의 신고가 접수돼 서귀포시와 관련한 조사가 두 차례 진행됐다.

B 씨는 4월 아이의 소재를 확인해 달라고 경찰에 요청했을 당시 이러한 신고와 조사 사실을 안내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 해당 신고의 처리 결과를 정리한 보고서도 작성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B 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과거 신고 처리 경위를 묻자 담당자로부터 “확인하지 않았다. 죄송하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경찰 측은 관련 대응에 대한 입장을 추후 정리해 밝히겠다고 했다.

B 씨는 지난 10월 2일 딸이 다니던 어린이집에 A 씨가 더 이상 등원하지 않겠다고 알렸으며, 미국으로 갈 예정이라는 말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B 씨는 호주대사관과 법원 등에 긴급 조치를 요청했다. 법원은 다음 날인 10월 3일 아이의 출국을 막기 위해 여권을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B 씨는 이후 대사관을 통해 제주경찰청에도 아이의 소재를 확인하고 안전을 확보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A 씨가 정신건강 문제를 겪고 있었고 약을 제대로 복용하지 않는 등 평소와 다른 행동을 보였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B 씨가 밝힌 주장으로, A 씨의 상태와 관련한 구체적인 사실은 별도로 확인돼야 한다. B 씨는 자신이 밝힌 시점까지 경찰로부터 별다른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억새가 핀 제주도 / 뉴스1

제주 경찰, 실종 신고 허위 종결로 구속기소…두 사람 시신 뒤늦게 발견

이번 사건과 별개로, 제주에서는 성인 실종 신고를 허위로 종결한 경찰관 사건이 최근 큰 논란이 됐다. 제주서부경찰서 실종수사팀에서 근무했던 부 모 경장은 30대 여성 장미란 씨와 60대 남성 박모 씨의 실종 신고를 접수하고도 실제로 연락하지 않은 채 연락이 닿은 것처럼 전산 기록을 작성해 사건을 종결한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장 씨는 지난 5월 실종 신고가 접수된 뒤 행방이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최초 신고를 담당한 부 경장이 장 씨와 연락이 닿았다고 가족에게 알리고 실종 신고를 종결했지만, 실제 통화 기록이 확인되지 않는 등 허위 처리 정황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장 씨는 실종 신고가 접수된 지 104일 만인 8월 24일 제주시 한림읍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정확한 사망 경위와 관련해서는 별도 수사가 진행됐다.

또 다른 피해자인 60대 박 씨의 실종 신고는 지난 7월 2일 접수됐다. 부 경장은 박 씨와 연락한 것처럼 신고를 처리했지만, 박 씨 가족이 이후에도 소재 확인을 요청한 것으로 조사됐다. 가족은 7월 27일과 8월 6일 제주서부경찰서 실종수사팀을 찾아갔으나 당시 요청이 단순 상담으로 취급돼 별도 수색으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검찰은 밝혔다. 가족이 8월 21일 다시 실종 신고를 접수한 뒤 경찰이 수색에 나섰고, 박 씨는 다음 날 숨진 채 발견됐다. 두 사건에서 실종 신고를 허위로 종결한 혐의를 받는 부 경장은 8월 25일 구속됐다.

검찰은 부 경장이 실종자와 실제로 연락하지 않았는데도 112 신고처리시스템과 실종자 관리 시스템에 연락이 된 것처럼 내용을 입력하고, 내부 보고서까지 작성해 상급자에게 제출한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이 밝힌 범행 동기는 실종 사건을 계속 맡을 경우 상급자에게 보고하거나 동료에게 사건을 인계해야 하는 부담을 피하려 했다는 것이다. 부 경장은 성인 실종자를 안일하게 판단해 사건을 허위로 종결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경찰청은 부 경장이 처리한 실종 신고 298건을 전수 조사했다. 1차 조사에서는 기존 2건 외에 부적절하게 처리됐을 가능성이 있는 25건이 추가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10건은 실종자의 소재를 확인하지 않은 채 종결한 사례였고, 15건은 전산상 종결 사유에 ‘교통사고 사망’이나 ‘변사’ 등을 입력해 관리 대상에서 삭제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이 25건 모두가 허위 종결로 확정된 것은 아니며, 추가 수사와 검토가 필요한 사례로 분류됐다.

끝내 엄마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4살 아이 / AI 생성 이미지

개인 비위 넘어 관리 체계도 도마 위…검찰이 지적한 문제

논란은 담당 경찰관 한 명의 허위 기록에 그치지 않았다. 제주지검은 9월 8일부터 경찰청과 제주경찰청, 제주서부경찰서를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확보했고, 9월 18일 부 경장을 구속기소했다. 적용된 혐의에는 공전자기록 등 위작·행사, 직무유기,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등이 포함됐다. 검찰은 경찰의 실종사건 처리 체계 전반에 걸쳐 상급자의 지휘·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사건 종결 이후의 검토도 형식적인 수준에 그쳤다고 밝혔다.

검찰이 지적한 문제 중 하나는 실종 사건 종결 과정에서 담당 경찰관의 전산 입력을 상급자가 제대로 검토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종결 사유를 ‘변사’나 ‘교통사고 사망’ 등으로 입력하면 실종자 관리 시스템에서 사건 내용이 삭제돼 상급자나 다른 팀원이 신고 사실을 파악하기 어려운 구조였다는 것이다. 일부 사건은 상급자 결재 없이 담당자가 단독으로 종결할 수 있었고, 종결 뒤에도 기록을 실질적으로 확인하는 절차가 충분하지 않았던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실종 신고 후 12시간 안에 발견되지 않은 사건의 범죄 관련성을 살피는 합동심의 절차도 문제로 지적됐다. 검찰에 따르면 해당 실종수사팀에서는 단체대화방에 112 신고 처리표를 공유하는 데 그쳤고, 범죄 관련성과 향후 수사 방향을 놓고 실질적으로 의견을 나누는 과정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실종자 가족이 경찰서를 다시 찾아와 소재 확인을 요청했는데도 필요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사례까지 확인되면서, 보고와 감독 절차가 작동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커졌다.

검찰은 부 경장의 허위 기록 때문에 상급자들이 수색에 나서지 못했다는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보고 기소 혐의에서 제외했다. 이는 다른 혐의에 대한 기소와 별개로, 해당 혐의의 성립 여부를 더 확인해야 한다는 의미다. 부 경장 사건의 첫 공판은 10월 14일로 예정돼 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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