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질문 미리 보내라”…강선우 1심 판결문에 담긴 통화 내용

무소속 강선우 의원이 공천 대가로 1억 원을 건넨 김경 전 서울시의원에게 면접에서 받고 싶은 질문을 김병기 의원에게 미리 보내도록 안내하고 다른 후보자들이 받았던 면접 질문까지 알려준 사실이 1심 판결문에서 드러났다.

공천헌금 명목으로 1억 원을 주고받은 혐의를 받는 강선우 무소속 의원(왼쪽)과 김경 전 서울시의원이 지난 14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뉴스1

15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이춘근 부장판사는 전날 선고한 강 의원과 김 전 시의원 등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판결문에 두 사람이 2022년 4월 15~16일 나눈 통화 내용을 구체적으로 적었다.

당시 강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이자 서울 강서갑 지역위원장이었다. 김 전 시의원은 강서구 제1선거구 시의원 후보 공천을 신청한 상태였으며, 김병기 의원은 민주당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었다.

“원하는 질문 텔레그램으로 보내라”…공천 면접 앞두고 오간 대화

판결문에 따르면 강 의원은 김 전 시의원과 통화하면서 "김병기 의원이 카카오톡 말고 텔레그램으로 '내일 나한테 이것 좀 물어봐 줘' 하는 거를 보내달라고 하시더라"고 말했다.

이어 "김병기 의원한테 부동산 관련한 거랑, 다른 것도 만약에 좀 물어봐 줬으면 좋겠다 싶은 거는 텔레로 정리해가지고 보내시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 전 시의원에게 면접에서 어떤 질문을 받고 싶은지 미리 정리해 김병기 의원에게 전달하라고 안내한 것이다.

강 의원은 김병기 의원이 카카오톡 메시지를 삭제했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그는 "김 의원이 카카오톡 메시지를 지웠대. 기록 남고 이렇게 하니까 일부러 지운 것"이라고 말했다.

강 의원은 김 전 시의원에게 먼저 면접을 본 후보자들이 받았던 질문도 알려줬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오세훈 서울시장의 강점과 단점이 무엇인지 등이 실제 면접에서 나왔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강서구 제1선거구 민주당 시의원 후보 공천에는 김 전 시의원을 포함해 3명이 신청했다. 강 의원은 이처럼 경쟁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김 전 시의원이 면접에 대비할 수 있도록 질문 내용을 알려주고 답변 준비까지 도왔다.

재판부 “김경 공천 도우려 여러 조언”…1억 수수 뒷받침한 정황

재판부는 두 사람의 통화 내용을 강 의원이 김 전 시의원에게 공천 대가로 현금 1억 원을 받았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정황으로 봤다.

이춘근 부장판사는 강 의원이 공천 심사 과정에서 다른 후보자들이 받았던 질문을 김 전 시의원에게 알려주고 원하는 질문을 미리 준비해 김병기 당시 공관위 간사에게 전달하도록 조언했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이 김 전 시의원의 공천을 위해 적극적으로 도움을 줬다는 판단이다.

판결문에는 김 전 시의원과 경쟁했던 다른 출마 희망자의 진술도 담겼다. 강서구 제1선거구 공천 신청자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강 의원에게 출마 의사를 밝혔다가 "알아서 하세요", "붙이기는 어려워도 떨어뜨리기는 쉬운 거 아시죠"라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진술을 토대로 A 씨 역시 지역위원장인 강 의원의 동의를 얻어야 공천받을 수 있다고 인식했던 것으로 판단했다. 당시 지역위원장이 공천 과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강 의원과 김 전 시의원 사이의 금품 거래는 공천 심사가 진행되기 약 3개월 전에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김 전 시의원이 2022년 1월 7일 서울 용산구의 한 호텔에서 강 의원을 만나 공천 대가로 현금 1억 원이 담긴 쇼핑백을 건넸다는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했다.

강 의원은 재판 과정에서 당시 보좌관이었던 남 모 씨가 자신 몰래 돈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 전 시의원은 강 의원에게 직접 돈을 건넸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김 전 시의원의 진술이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어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여기에 강 의원이 이후 김 전 시의원의 공천을 돕기 위해 움직인 정황과 현금 1억 원을 전세보증금으로 사용한 사실 등을 종합해 강 의원의 금품 수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강선우 징역 2년 6개월·김경 징역 1년…두 사람 법정구속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4일 강 의원에게 징역 2년 6개월과 추징금 1억 원을 선고했다. 공천 대가로 돈을 건넨 김 전 시의원에게는 징역 1년이 선고됐으며, 두 사람 사이에서 금품 전달에 관여한 강 의원의 전직 보좌관 남 씨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재판부는 공천을 대가로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이 오간 행위가 선거의 공정성과 국민의 신뢰를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2일 보석으로 풀려났던 강 의원과 김 전 시의원은 실형 선고와 함께 다시 구속됐다. 석방된 지 22일 만이다. 강 의원 측 변호인은 선고 직후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판결문에 이름이 등장한 김병기 의원은 강 의원의 공천헌금 1억 원 수수 의혹을 알고도 묵인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당시 김 의원이 공천관리위원회 간사였다는 점과 함께 강 의원이 김 전 시의원에게 전한 면접 질문 관련 발언도 판결문에 기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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