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자에 에어건 쏴 장기 파열… 치료비까지 월급서 뺀 사업주 실형

외국인 노동자에게 산업용 에어건을 사용해 중상을 입힌 사업주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사업주는 장난이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과 의료 기록 등을 토대로 고의적인 범행이라고 판단했다.

외국인 노동자 중상 입힌 사업주, 징역 3년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은 이날 특수상해 및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제조업체 대표 60대 A 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협박 혐의로 함께 기소된 A 씨의 아내이자 업체 이사인 B 씨에 대해서는 공소를 기각했다.

JTBC 보도 화면 캡처. / 유튜브 'JTBC News'

A 씨는 지난 2월 경기 화성시의 한 사업장에서 일하던 40대 외국인 노동자 C 씨에게 산업용 에어건으로 고압 공기를 분사해 크게 다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 결과 A 씨는 에어건 분사구를 피해자의 항문에 삽입한 뒤 약 7초 동안 고압 공기를 분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는 외상성 직장 천공 등 중상을 입어 응급수술을 받았다.

사건 당일 A 씨 부부는 피해자를 병원으로 데려갔으나 진료받지 못하자 119에 신고했다. 당시 출동한 구급대원과 경찰관에게는 장난을 치다가 발생한 사고라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다른 병원으로 데려가겠다고 했지만, 피해자를 치료 없이 숙소에 방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장난이었다는 주장… 의료 기록으로 반박

A 씨는 재판 과정에서도 고의로 피해자를 다치게 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A 씨 측은 "장난으로 에어건 손잡이를 누르며 세 차례 정도 분사한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피해자에게 의도적으로 상해를 입힌 사실은 없다고 설명했다. 또 평소 피해자와 격의 없이 지내던 사이였으며, 장난삼아 신체 접촉을 했을 뿐 폭행할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일관되게 진술한 사건 경위와 의료 기록, 당시 상황 등을 종합해 A 씨가 고의로 범행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특히 피해자가 고통을 호소했는데도 A 씨가 즉시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피해자는 당시 "사장님 아파요, 하지 마"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구체적인 진술과 부상 상태를 검토한 결과, A 씨의 행동을 단순한 실수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A 씨가 사건 직후 병원에서 설명한 사고 경위와 수사기관에서 진술한 내용이 서로 달랐다는 점도 판단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장난과 폭행은 구분해야 한다"며 A 씨의 주장을 배척했다.

피해자 고통 호소에도 웃어… 치료비까지 공제

범행 이후 A 씨가 보인 태도도 형량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상해를 입은 뒤 괴로워하는데도 피고인은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고 지적했다. 또 피해자가 당장 상급 병원에서 수술받아야 한다는 소견을 듣고도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당일 밤 본국으로 돌아갈 것을 종용한 사실도 짚었다.

치료비를 전가한 행태도 양형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A 씨는 자신의 범행으로 발생한 피해자의 치료비를 피해자 급여에서 공제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상해를 입은 뒤 괴로워하는데도 피고인은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고 지적했다. 또 피해자가 당장 상급 병원에서 수술받아야 한다는 소견을 듣고도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당일 밤 본국으로 돌아갈 것을 종용한 사실도 짚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일러스트.

재판부는 A 씨가 수사 초기부터 재판에 이르기까지 혐의를 부인하고, 치료비까지 피해자에게 부담시킨 점 등을 고려할 때 진정으로 반성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와 합의해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힌 점은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했다.

한편 A 씨가 다른 외국인 노동자에게 폭력을 행사한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A 씨는 다른 노동자의 머리를 누르거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는 등 폭행한 혐의에 대해서도 장난이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피고인의 일방적인 입장에 불과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내 협박 혐의 공소기각… 피해자 처벌 원치 않아

A 씨의 아내 B 씨는 피해자에게 본국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불법체류자로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취지로 협박한 혐의를 받았다. B 씨는 피해자에게 "불법체류자, 폴리스"라고 말하면서 손으로 수갑을 차는 시늉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재판부는 B 씨에 대한 협박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를 기각했다. 협박죄는 피해자가 명시적으로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그 의사에 반해 형사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며, 피해자가 합의서를 통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앞서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A 씨에게 징역 7년, B 씨에게 징역 1년을 각각 구형했다. 재판부는 A 씨가 피해자와 합의한 점을 고려하면서도 범행의 중대성과 피해 정도, 사건 이후의 태도 등을 종합해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핫 뉴스

뉴스 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