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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의 건강 상태를 묵살한 채 상습적인 성관계를 강요하고 성행위 중 다른 여자의 이름을 내뱉는 등 가학적 행위를 일삼은 남편을 상대로 한 이혼 소송 사연이 조명되고 있다.
아내는 임신 및 출산기와 지난해 겨울 다리 골절로 깁스를 한 상태에서도 강제적인 성관계를 당했으며 거부 시 남편은 자녀들 앞에서 아내를 탓하는 정서적 학대를 가했다.
남편은 물리적 폭행이나 외도가 없었다며 이혼을 거부하나 법조계는 강제적 성관계가 부부 강간죄 및 재판상 이혼 사유에 해당한다고 지적한다.
최근 방송된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 혼인 8년 차 여성 A 씨의 사연이 소개됐다.
A 씨에 따르면 남편은 아내의 신체적 상태나 감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성욕 해소에만 집착했다.
A 씨가 임신 초기 입덧으로 고통받던 시기와 출산 직후 수면 부족에 시달리던 상황에서도 남편은 막무가내로 부부관계를 요구했다. 거절할 경우 남편은 "나에게 이제 마음이 없는 거냐"라며 관계를 강요했다.
특히 가장 심각한 피해는 지난해 겨울 발생했다.
A 씨가 빙판길 미끄러짐 사고로 다리가 골절돼 깁스를 착용한 채 누워 거동이 불가한 상태였다.
남편은 퇴근 직후 부부관계를 요구했고, A 씨의 거절 의사에도 불구하고 물리력으로 제압해 강제로 성관계를 맺었다.
특히 강제적 부부관계 도중 남편이 보인 태도는 A 씨에게 극심한 정신적 충격을 가했다.
남편은 다른 여자와 함께 있는 기분을 느끼고 싶다며 직장 동료나 과거 교제했던 전 여자친구의 이름을 불렀다.
나아가 A 씨에게 낯선 남성의 이름을 불러 자신의 흥분을 돋우라고 강압했다.
이 같은 가학적 행위가 반복되면서 A 씨는 남편이 근처에 접근하는 것만으로도 극심한 공포와 두려움을 체감하게 됐다.
부부관계를 거절하면 남편은 수일간 대화를 단절하거나 집안 분위기를 험악하게 조성했다.
자녀들 앞에서 "엄마로 인해 부부 사이가 안 좋아졌다"라며 관계를 거부한 A 씨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정서적 학대를 자행했다.
A 씨는 "부부이므로 어느 정도 감내하고 지냈지만, 이제는 한계에 도달했다"며 "남편과 동일한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불안을 느끼고 숨이 막힌다"고 토로했다.
A 씨의 이혼 요구에 남편은 "외도를 한 것도, 폭행을 한 것도 아닌데 무슨 이유로 이혼을 요구하냐"며 귀책사유를 부인하는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였다.
해당 사연에 대해 곽동주 변호사는 "부부 사이라도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성관계를 반복적으로 강요한다면 이혼 사유가 될 수 있다"며 "특히 폭행이나 협박으로 강제로 관계를 가졌다면 부부 사이에서도 강간죄가 성립할 수 있고 이혼 과정에서 위자료를 청구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사안은 두 사람만 존재하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경우가 많은 만큼 녹음이나 문자 메시지, 진료 기록, 상담 기록 등을 미리 확보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대응 방안을 조언했다.
한편 혼인 관계 내에서 배우자의 의사에 반해 강제적으로 성관계를 요구하는 행위는 명백한 형사 범죄이자 중대한 혼인 파탄 사유다.
과거 사법 사각지대로 여겨졌던 부부간 성폭력이 최근 사법부와 유관 기관의 엄격한 법 집행 및 실태 조사를 통해 가시화되고 있다.
대법원은 이미 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실질적인 혼인관계가 유지되고 있더라도 폭행·협박이 수반된 간음이라면 부부간 강간죄가 성립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한 바 있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5년 가정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의하면 배우자나 파트너로부터 폭력 피해를 경험한 가계 중 복합적인 폭력 유형을 겪은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특히 여성 피해자의 상당수가 신체적 폭력뿐만 아니라 원치 않는 성적 폭력, 통제, 정서적 학대 등을 중첩해서 경험하는 '복합 피해'를 겪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여성의전화 등 전문 상담 기관에 접수되는 배우자 간 가학적 성행위 및 성폭력 관련 상담 역시 매년 수천 건에 달해 가정 내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 문제가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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