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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개인 소장품 전시와 검증 논란에 대해 결국 국민들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유 관장의 사과는 1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이뤄졌다. 업무보고에 앞서 사과문을 읽은 유 관장은 낭독 도중 두 차례 머리를 숙였다. 논란이 불거진 지 약 두 달 만에 나온 공식 사과다.
이날 유 관장은 국정감사에서 "국민 여러분께서 박물관에 보내 주신 깊은 신뢰와 박물관 직원들이 노력해 쌓아 올린 가치가 저의 중대한 불찰로 한순간에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 어떤 학술적 취지나 설명도 국민들께서 느끼실 실망감 앞에서는 핑계가 될 수 없다"며 "개인의 중대한 잘못"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사과의 핵심은 두 가지다. 하나는 전시품 고증 오류, 다른 하나는 해당 전시품이 관장 개인 소장품이라는 사실을 숨긴 점이다. 유 관장은 전시품 철수와 검증 결과를 발표할 때 대국민 사과를 올렸지만 당시 개인 소장품임을 떳떳하게 밝히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미술사학자로 살아온 제 실수를 공개적으로 밝히지 못한 것은 저의 중대한 착오이자 불찰"이라며 "실망하신 분들께 다시 한번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박물관 직원들을 향한 사과도 이어졌다. 유 관장은 "관장 개인의 소장품을 비롯한 논란으로 국민적 비판을 받게 했다"며 "너무나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논란의 중심에 선 작품은 '일반시국은'(一飯是國恩) 유묵이다. 한 그릇의 밥도 나라의 은혜라는 뜻을 담은 글씨다. 유묵은 당초 애국지사 박원근(1912∼1950)의 글씨로 소개됐다. 박물관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에 출품된 작품이다.
의혹은 지난 8월 불거졌다. 개막 한 달여 만에 친일반민족행위자 박중양(1874∼1959)의 글씨일 가능성이 크다는 문제 제기가 나왔다. 박중양은 일제강점기 중추원 참의와 일본제국의회 귀족원 칙선의원을 지냈고, 이토 히로부미(1841∼1909)의 '수양아들'로 알려진 인물이다. 독립운동에 헌신한 인물의 글씨로 소개된 작품이 친일 행적이 뚜렷한 동명이인의 것일 수 있다는 점에서 파장이 컸다.
박물관은 작품을 전시에서 철거하고 재조사에 들어갔다. 서예, 근현대사, 고문헌, 보존과학 분야 전문가 7명이 검증에 참여했고, 결론은 박중양의 글씨였다. 오래 소장돼 온 유물이 아니라 관장의 개인 소장품이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논란은 검증 문제를 넘어 관장의 처신 문제로 번졌다.
유 관장은 이날 박원근 지사와 유족에게도 사과했다. "고증 오류로 독립운동의 명예와 유족들의 가슴에 깊은 상처를 입혔다"며 "애국지사와 유족분들께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물관과 유 관장은 전시품 검증이 부실했다며 총 네 차례 사과했다. 그러나 어느 사과문에도 해당 유묵이 관장 개인 소장품이라는 사실은 담기지 않았다. 이번 국정감사 사과가 앞선 사과와 갈리는 지점이 여기에 있다. 이전 사과가 검증 절차의 미흡함에 머물렀다면, 이날 국정감사장에서의 사과는 소장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것까지 잘못으로 인정했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 검색 시스템인 ‘e뮤지엄'에서 유 관장의 이름으로 검색하면 관련 유물이 확인된다. 이 가운데 '증'으로 표시된 항목은 기증받은 유물을 뜻한다. 개인 소장품과 기증품의 경계를 둘러싼 의문이 커진 배경이다.

문제가 된 전시품은 유묵만이 아니다. '우리들의 밥상' 전시에는 유 관장이 소장한 자수 상보자기도 출품돼 있었다. 유 관장의 부인이 기증한 '돌 호랑이' 상은 박물관 열린마당 계단에서 전시되고 있다.
유 관장 측은 이들 물품이 부여문화원에 기증하기 위해 구입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기증 여부와 관계없이, 국립중앙박물관 전시에 올려 유물의 가치를 높이려는 이른바 '세탁' 의혹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박물관에 전시된 이력이 유물의 가치와 신뢰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문화계 안팎에서는 국립중앙박물관 수장으로서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20여 년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일한 한 인사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박물관인들은 역사·문화를 지킨다는 자존심 하나로 일하는데 참담하다"고 말했다.
관장 개인이 유물을 소장하는 것 자체가 문제의 핵심은 아니다. 쟁점은 소장 사실을 밝히지 않은 채 공공 박물관의 전시 공간에 출품했다는 점, 그리고 검증 과정에서 이해관계를 공개하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 공공 기관의 전시는 이해충돌 여부가 투명하게 드러날 때 신뢰를 얻는다. 해당 논란이 관장 개인을 넘어 기관 전체의 신뢰 문제로 번진 이유다.

유 관장은 사과 직후 박물관 운영 성과도 언급했다. 그는 "오늘 기준으로 박물관 관람객이 600만명을 넘어 전년 대비 20% 증가했다"며 "올해는 연간 관람객이 7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흥행으로 인한 반짝 상승이 아니라 전 국민이 일상에서 즐기고 사랑하는 문화 공간이 됐음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변화”라고 설명했다. 전년 대비 20% 증가라는 수치는 박물관이 대중에게 가까워진 결과를 보여주지만, 관람객이 늘어난 만큼 박물관 전시의 신뢰성에 대한 시선도 엄격해졌다. 관람객 700만 명 시대에 전시 검증의 책임이 더 무거워졌다는 의미다.
국정감사 사과로 논란이 정리되는 것은 아니다. 문화계에서는 개인 소장품의 전시 출품 경위, 기증 의사 표명 시점, 전시 결정 과정에서 이해충돌 방지 절차가 작동했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물관이 전문가 7명과 함께 진행한 검증이 독립적으로 이뤄졌는지도 쟁점이다.
돌 호랑이 상과 자수 상보자기를 둘러싼 의혹은 아직 박물관의 추가 설명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부여문화원 기증 계획이 실제로 이행되는지, 전시 중인 물품을 그대로 둘지 여부에 따라 논란의 향방이 갈릴 전망이다. 국정감사가 진행되는 동안 여야 의원들이 관련 질의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어, 소장품 취득 경로와 전시 출품 기준을 둘러싼 추가 자료 요구도 예상된다.
유족과 독립운동 관련 단체의 대응도 변수다. 박원근 지사의 명예가 훼손된 만큼 유족 측이 사과를 수용할지, 별도 조치를 요구할지에 따라 후속 논의가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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