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국감 지적도 공염불…부실벌점 업체 2247억 수주에 공기업 책임론

[전국=위키트리 최학봉 선임기자] 국정감사에서 지적받으면 제도를 고치고, 시간이 지나면 비슷한 문제가 다시 불거진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공주택 관리체계를 둘러싼 논란이 그렇다. 부실업체의 반복 수주를 막겠다며 평가기준까지 강화했지만, 3년이 지난 올해 국정감사에서는 부실벌점 상위 감리업체들의 2247억 원대 수주 실적이 드러났다. 개선책이 현장에서 얼마나 효과를 냈는지부터 따져야 할 상황이다.

국정감사에서 지적받으면 제도를 고치고, 시간이 지나면 비슷한 문제가 다시 불거진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공주택 관리체계를 둘러싼 논란이 그렇다. / 사진=위키트리 DB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부실벌점 누적 상위 5개 건설사업관리(CM) 업체 가운데 4곳이 2024년부터 올해 6월까지 공공주택 53개 사업을 수주했다. 지분을 반영한 계약금액은 2247억3297만 원이다.

LH는 이미 2023년 국정감사에서 부실업체의 반복 수주 문제를 지적받았다. 이후 벌점 평가기준을 강화했지만, 2024년 4월 계약업무가 조달청으로 넘어간 뒤 벌점의 평가 영향력이 기존 LH 심사의 10분의 1 수준으로 낮아졌다는 것이 허 의원 측 분석이다.

부실을 막겠다며 마련한 개선책이 계약기관 변경 이후에도 제대로 작동했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국정감사 지적에 따른 제도 개선이 일회성 대응에 그쳤다면 국민을 상대로 한 약속은 공염불이나 다름없다.

조달청은 중대한 안전 위반에 최대 5점의 별도 감점을 적용하고 있으며, 평가방식 변화가 수주 증가의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렇다면 답은 어렵지 않다. 벌점 상위 업체들이 실제 입찰에서 받은 감점과 최종 평가점수, 낙찰 결과를 공개하면 된다. 어떤 업체가 어떤 기준으로 선정됐는지 국민이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대규모 공공계약일수록 심사 과정의 투명성은 더욱 엄격해야 한다.

LH도 계약업무가 조달청으로 넘어갔다며 공공주택 품질관리 책임을 뒤로 미뤄서는 안 된다. 감리업체는 부실시공을 막아야 할 핵심 감독 주체다. 그 업체들의 부실 이력이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얼마나 반영됐는지조차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한다면 공공주택 안전관리체계에 대한 불신은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반복적인 국감 지적에도 유사한 논란이 계속된다면 국토교통부는 제도 개선 경과와 책임 소재를 따져야 한다. 필요하다면 계약 심사 과정의 적정성과 특정 업체에 대한 부당한 특혜 여부까지 객관적으로 점검할 일이다. 다만 현재 공개된 수주 실적만으로 유착이나 부패가 있었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국민이 LH에 요구하는 것은 거창한 혁신 구호가 아니다. 부실 이력이 있는 업체를 엄격하게 평가하고, 문제가 확인되면 실질적인 제재를 가하며,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것이다.

국정감사장에서만 개선을 약속하고 정작 제도의 실효성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LH에 대한 불신은 사라지지 않는다. 2247억 원의 계약보다 더 무거운 것은 국민의 안전을 책임진다는 공기업의 약속이다.

LH가 이제 답해야 할 질문은 하나다. 부실을 막겠다고 만든 제도가 제대로 작동했는가. 작동했다면 그 증거를 공개하고, 그렇지 않았다면 책임을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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