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와이어
에버, 확장형 천장 스피커폰 시스템 ‘FONE700+’ 출시

위키트리

"누구한테나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니까 무섭죠. 호신용품도 얼마나 도움 될지는 모르겠어요. 없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싶긴하지만..."
23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생활용품점에서 만난 20대 김모씨는 최근 벌어진 인천 흉기난동 사건을 비롯한 범죄에 불안감을 토로했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생존법을 공유하거나 호신용품을 찾는 사례까지 증가하고 있다.

지난 13일 오후 1시 48분쯤 인천 남동구 구월동의 한 대형 상업시설. 대형마트와 영화관 등이 입점한 이 건물 1층으로 들어온 최충락(59)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 식당가로 올라가 일면식 없는 시민들에게 흉기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양손에는 흉기를 테이프로 묶어 고정했고 에스컬레이터로 이동하며 2~3층에서 범행을 이어갔다.
이 사건으로 시민 10명 중 8명이 다쳤다. 19세 여성 1명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져 응급수술을 받았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부상자들은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는 특히 여성에게 집중됐다. 부상자 8명 중 6명이 20~50대 여성이었다. 최씨 제압에 나섰던 시민 중 한 명인 나현준 씨는 지난 14일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여성 위주로 찔렀다. 2층에 식당 사장님이랑 저와 다른 분 셋이서 의자를 들고 말리던 상황이었는데, 가해자가 저한테는 오지 않고 뿔뿔이 흩어진 사람 중 여성에게만 계속 달려들었다"고 말한 바 있다.
최씨는 경찰 조사에서 대상을 특정하지 않았고 자신보다 힘없어 보이는 사람을 골랐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범행 당일 어린이집을 범행 대상으로 삼을지 고민했다는 진술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의 범행은 시민들 제지로 멈췄다. 현장에 있던 일부 시민들은 의자와 우산 등으로 공격에 맞섰다. 결정적으로 4층 영화관 쪽으로 진입하려던 최씨를 향해 한 20대 직장인이 의자를 던져 쓰러뜨렸고, 이로 인해 3층으로 떨어져 내려온 최씨를 다른 시민들이 의자로 눌러 제압한 뒤 출동한 경찰에 인계했다.
최씨는 경찰에 "피부질환 치료를 받은 병원에 불만이 있었는데 병원 측 신고로 경찰 수사도 받게 됐다"며 이를 사회적으로 알리기 위해 범행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인천지법은 16일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최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인천경찰청은 같은 날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열어 그의 이름과 나이, 얼굴 사진을 공개했다. 23일에는 공소청에 송치됐다.

최씨의 범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2차례 살인미수를 포함해 벌금형 이상 전과가 10범인 것으로 알려졌다. 2004년 살인미수 사건으로 집행유예를 받았으며 2007년에는 당시 동거 중이던 전 부인과 다투다 흉기로 찔러 다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2015년에는 이혼한 전 부인이 재결합을 거부하자 흉기로 찔러 살인미수죄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10년간의 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받았다.
13일 인천 흉기난동 당시에도 최씨는 전자발찌를 차고 있었다. 범행 당일 오전에는 법무부 보호관찰관을 만나 상담하고 식사까지 한 것으로 조사됐으나, 이상 징후를 먼저 포착하지 못했다.
하지만 범행에 앞서 경고 신호가 있었다. 최씨는 지난달 계양구 한 병원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던 중 흉기를 꺼냈다가 공공장소 흉기 소지 혐의로 입건됐다. 경찰은 흉기를 확보해 인근지구대에 임시 보관한 뒤 시위가 마무리되자 흉기를 최씨에게 반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올해 1월 위험 징후가 있는 대상자를 선별해 범죄분석·평가를 거친 뒤 구속이나 입원, 치료 연계 등을 검토하는 3단계 대응 계획을 세운 바 있다. 하지만 최씨는 흉기를 시민 위협에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범죄분석·평가 대상이 되지 않았다. 위험성을 미리 확인할 기회가 있었지만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것이다. 흉기 소지 행위와 함께 과거 범죄 전과가 고려됐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사건 당일 인천경찰청을 찾아 전자발찌 착용자에 대한 관리·감독 체계 전반을 점검하고 근본적인 개선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도 전국 시·도경찰청장 긴급 화상회의를 열고 공공장소 흉기 소지와 온라인 범죄 예고글에 대한 선제 단속 강화를 주문했다.

불특정 다수를 노린 흉기 난동은 앞서 2023년 여름 사회적 공포로 퍼진 바 있다. 그해 7월 21일 서울 관악구 신림역 인근 상가 골목에서 30대 남성 조선이 일면식 없는 행인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20대 남성 1명이 숨지고 3명이 중상을 입었다. 수사 과정에서 "나는 불행하게 사는데 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다"는 취지의 범행 이유가 전해지며 큰 공분을 샀다.
그 뒤 8월 3일에는 경기 성남 분당구 서현역 인근에서 20대 남성 최원종이 차량을 몰고 인도로 돌진해 5명을 들이받은 뒤 백화점에 들어가 9명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차에 치인 2명이 숨졌고 12명이 다쳤다. 최원종은 범행 전 인터넷에 '신림동 칼부림' 등을 검색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2023년부터 '묻지마 범죄' 대신 '이상동기 범죄'라는 용어를 공식 개념화해 집계를 시작했다. 피해자와의 무관련성, 범행 동기의 이상성, 행위의 비전형성 등이 판단 기준이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18일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집계가 시작된 2023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이상동기 범죄는 모두 146건 발생했다. 연도별로는 2023년 46건, 2024년 42건, 지난해 39건으로 줄었고 올해 상반기에는 19건이었다. 발생 건수는 감소세지만 해마다 4~5명이 숨지는 등 인명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전체의 87.0%인 127건은 거리와 쇼핑몰, 지하철역, 상점 등 누구나 드나드는 공개된 장소에서 일어났다. 범행 도구를 쓴 경우는 85건(58.2%)으로 절반 이상이었으며, 칼 등 날카로운 도구를 쓴 경우가 59건(69.4%)이었다.
가해자 상당수가 전과자라는 분석도 있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2024년 12월 발간한 '이상동기 범죄 예방 및 가해자 관리체계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이상동기 범죄로 분석한 사건 244건 중 전과를 보유한 가해자는 80.3%(196명)였다. 전과 횟수로는 30.7%(75명)가 1건~5건의 전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6건 이상인 경우는 21.7%(53명)에 달했다. 이전에도 이상동기 범죄를 저지른 전력이 있는 가해자는 43.9%(107명)를 차지했다.

시민 불안은 일상으로 번지고 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는 흉기 난동 시 대처법을 담은 게시물이 퍼졌다. 팔로 목을 감싸 보호하고 가방을 앞으로 메 배와 명치 부위를 가리라는 식이다.
호신용품에 대한 관심도 급증했다. 네이버 데이터랩에 따르면 '호신용품' 검색지수는 인천 흉기난동 사건 전인 12일 17에서 사건 당일 90, 이튿날 100으로 5배 이상 치솟았다. 최근 한 달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온라인 다이소몰에서도 일부 비상용 호루라기 등이 일시품절됐다.
취재진도 최근 여러 곳의 다이소 매장을 방문했으나 대체로 재고가 빠져 호신용 제품을 구하기 어려웠다. 마지막으로 찾은 매장에서야 얼마 남지 않은 비상용 호신벨과 호루라기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한 매장 관계자는 "최근 들어 많이 판매됐다"고 설명했다.


이상동기 범죄는 사회 전체에 공포감을 심어줄 수 있어 더욱 각별한 대책이 필요하다. 위험 징후를 제때 포착하고, 체계적인 사전 관리 제도를 통한 근본적인 안전망 구축이 요구된다.
우선, 고위험군을 가려내는 기준을 정교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된다. 범죄 전력이나 흉기 소지, 높은 공격성처럼 구체적인 위험 신호가 확인된 사람은 정밀한 위험성 평가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평가 결과에 따라 치료와 상담 강도를 높이고 필요하면 입원 등 격리 조치까지 이어지는 체계 구축이 필요할 수 있다.
한국정치사회연구소 학술지 '한국과 국제사회'에 올해 게재된 논문 '이상동기 범죄의 위험징후 분석을 통한 선별적 대응 방안'(동의대 박가연·주성빈)에 따르면 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이상동기 범죄와 유의미한 연관성을 가진 요소를 활용해 선별적 대응 체계를 마련할 수 있다. 단계별로 즉시 대응하거나, 적극적으로 추적 관찰 혹은 경고하는 등으로 위험 징후에 대응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논문에서는 "이상동기 범죄는 예측 불가능한 범죄가 아니다"라면서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 범죄는 분명한 위험징후와 같은 경고 신호와 특유 패턴을 보인다"고 짚었다.
보호관찰관과 경찰, 지방자치단체, 의료기관이 각자 파악한 위험 신호를 신속하게 공유할 체계도 필요하다. 인천 흉기난동범 최씨도 범행 전 경찰 입건과 보호관찰, 알코올 중독 치료 및 30년가량의 정신질환 치료 등 여러 기관과 접점이 있었다. 이같은 정보들이 한데 모여 통합적으로 관리될 수 있는 시스템 강화가 요구된다.
이 밖에도 다중이용시설이나 중범죄자 거주 장소 주변에 이상행동을 감지하는 지능형 폐쇄회로(CC)TV를 확충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이상동기 범죄는 단 한 건만으로도 사회에 대한 신뢰를 흔든다. 서로를 경계하는 불신 사회가 되지 않으려면 체계적인 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관심 없음
{카테고리}에 관심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