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서 4대 4로 팽팽하게 갈렸다…공무원연금 두고 내려진 뜻밖의 결정

공무원이 60세에 정년퇴직하더라도 최대 5년 동안 퇴직연금을 받지 못하도록 한 현행 공무원연금법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 게양된 헌법재판소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 뉴스1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지난 22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제기한 공무원연금법 부칙 제11조 제1항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4대 4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정형식·김복형·조한창·오영준 재판관은 합헌 의견을, 김형두·정정미·정계선·마은혁 재판관은 위헌 의견을 냈다. 법률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려면 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김상환 헌법재판소장은 자녀가 근무하는 법무법인이 사건 대리인으로 참여해 심리에서 빠졌다.

60세 정년퇴직해도 연금은 최대 5년 뒤…헌재 판단은

이번 사건의 핵심은 공무원 정년퇴직 시점과 퇴직연금 지급 시점 사이에 발생하는 소득 공백이다. 현행 공무원연금법은 연금 재정 악화를 막고 제도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퇴직연금 지급 개시 연령을 단계적으로 늦추도록 하고 있다.

공무원연금법은 2009년 개정을 통해 퇴직연금 지급 개시 연령을 기존 60세에서 65세로 높였다. 이후 2015년 개정에서는 1996년부터 2009년 사이 임용된 공무원에 대해서도 퇴직 시기에 따라 연금 지급 개시 연령을 단계적으로 늦추는 규정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2024년부터 2026년까지 퇴직하는 해당 공무원은 62세부터 연금을 받는다. 2027년부터 2029년 퇴직자는 63세, 2030년부터 2032년 퇴직자는 64세부터 수령할 수 있다. 2033년 이후 퇴직자는 65세가 돼야 퇴직연금을 받을 수 있다.

정년인 60세에 퇴직하더라도 연금을 받기까지 최대 5년을 기다려야 하는 구조다. 이 기간 별도의 소득이 없다면 생활비를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공무원노조는 이 같은 규정에 반발해 2024년 10월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임용 당시 기대했던 연금 지급 조건을 나중에 변경한 것은 재산권과 생존권을 침해하며 임용 시기에 따라 공무원들을 부당하게 차별한다는 주장이었다.

김상환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10월 심판사건 선고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 뉴스1

그러나 헌재에서 합헌 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연금 지급 시기가 늦춰질 가능성을 공무원들이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공무원연금법이 여러 차례 개정되면서 지급 개시 연령이 조정됐고, 이번에도 퇴직 시기에 따라 단계적으로 연령을 높이는 경과조치를 마련했다는 이유에서다.

헌재는 연금 재정의 안정과 제도 합리화가 중대한 공익에 해당한다고 봤다. 합헌 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연금 지급 시기를 늦추는 조치가 이러한 공익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 무게를 뒀다.

또 10년 이상 재직한 공무원은 본인이 원하면 연금을 일부 감액하는 조건으로 조기퇴직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정년퇴직 직후부터 연금을 받는 방법이 법적으로 완전히 차단된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1996년 이전 임용자와 이후 임용자에게 서로 다른 규정을 적용하는 것이 부당한 차별이라는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기존 연금 수급요건을 이미 충족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법적 지위와 제도에 대한 신뢰 정도가 다르다고 판단했다.

재판관 4명은 위헌 판단…조기 수령하면 연금 최대 25% 감액

반면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 4명은 연금 재정 안정을 이유로 공무원들의 재산권과 신뢰이익을 지나치게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퇴직 후 소득 공백을 피하기 위해 조기퇴직연금을 신청하면 지급 개시 연령까지 남은 기간에 따라 연금액이 줄어든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정상적인 연금 수령 시점까지 5년이 남은 상태에서 조기 수령을 선택하면 연금액이 최대 25% 감액된다.

이러한 감액은 정상 지급 개시 연령에 도달하더라도 사라지지 않고 이후 연금 수령 기간에도 계속 적용된다.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이를 두고 "청구인들의 연금을 최대 25% 삭감하는 것과 다를 바 없어 청구인들에게 미치는 불이익이 지나치게 크다"고 지적했다.

연금 지급 시기를 단계적으로 늦췄다고 하더라도 퇴직 후 생활비를 마련해야 하는 부담은 공무원 개인에게 남는다는 점도 지적했다. 연금 재정 안정이라는 공익의 중요성은 인정하지만, 퇴직 공무원의 생계 불안을 충분히 완화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김형두 재판관은 별도의 보충 의견에서 공무원연금 지급 개시 연령을 높인다면 정년도 함께 연장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재판관은 "퇴직연금 지급개시 연령을 상향하는 경우 공무원의 정년을 퇴직연금 지급개시 직전까지 함께 연장해, 정년퇴직과 퇴직연금 지급개시 시점이 곧바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결정으로 공무원연금 지급 개시 연령을 단계적으로 65세까지 높이는 현행 규정은 그대로 유지된다. 이에 따라 2033년 이후 60세에 정년퇴직하는 공무원은 조기퇴직연금을 신청하지 않는 한 65세가 돼야 연금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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