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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이 가장 큰, 골치 아픈 재정 빨대 같다.” 처음 이 말을 접했을 때는 순간 눈을 의심했다. 불이 나면 가장 먼저 달려가고, 누군가 위험에 처하면 자신의 안전보다 타인의 생명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 사람들이 소방관 아닌가. 그런데 그런 소방 조직이 마치 돈을 지나치게 쓰는 골칫거리처럼 표현됐다는 사실이 꽤 충격적이었다. 지난 10월 13일 국정감사에서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한 발언이었다. 논란이 커지자 추 지사는 소방관을 폄훼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고 해명한 뒤 사과했다.
발언의 배경에는 소방 재정을 둘러싼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다. 소방공무원은 2020년 국가직으로 전환됐지만, 소방 예산의 상당 부분은 여전히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고 있다. 2026년 전국 소방예산에서 국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10.7% 수준이다. 국가직으로 전환됐음에도 재정 부담은 대부분 지방정부에 남아 있는 셈이다. 소방 인력이 늘어나고 인건비가 상승하면 지방정부가 다른 분야에 사용할 수 있는 예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추 지사는 이러한 구조적인 부담을 설명하려 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에는 한계가 있고, 국가와 지방정부의 역할을 어떻게 나눌지는 논의가 필요한 문제다. 그러나 재정 부담이 크다는 사실이 소방을 '재정 빨대'라고 표현할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오히려 이번 논란에서 짚어야 할 것은 소방에 많은 예산이 들어간다는 사실보다 국가직 전환 이후에도 책임과 재정 부담이 일치하지 않는 구조가 아닐까.

여기에 소방 예산 감액 논란까지 더해졌다. 경기도의 추가경정예산 편성 과정에서 소방 차량 보강 예산이 26억 5,000만 원 줄었고, 차량 구매계획도 103대에서 78대로 축소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순직 소방공무원 추모행사 예산 역시 감액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소식을 접하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단순했다. 소방 예산은 왜 줄이는 걸까? 경기도는 당초 예상보다 소방안전교부세가 적게 배분돼 차량 구매계획을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모든 예산 감액이 곧 잘못된 결정인 것은 아니다. 예산이 줄었다는 사실만으로 소방 현장의 안전이 악화됐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하지만 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소방 예산이라면 더욱 그렇다. 노후 차량 교체가 늦어지는 것은 아닌지, 현장 인력과 장비 운용에는 문제가 없는지 등 시민들이 우려하는 부분에 대해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 행정의 역할일 것이다.
생각해 보면 소방 예산은 다른 분야와는 조금 다른 성격을 가진다. 별다른 사고가 없는 날에는 그 필요성이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 소방차가 출동하지 않고 구조대원이 현장에 나가지 않는 하루는 오히려 평온하고 다행스러운 날이다. 그렇다고 그날 소방 예산이 낭비된 것은 아니다.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사고에 대비해 인력과 장비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역할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보험료를 내면서도 사고가 일어나기를 바라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물론 소방 예산이라고 해서 효율성을 따질 필요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불필요한 지출은 줄이고 꼭 필요한 곳에 더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예산의 효율성을 판단할 때 단순히 얼마나 많은 돈이 들어가는지만 살펴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구조 활동이 단 몇 분만 늦어져도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곳이 바로 소방 현장이기 때문이다.

소방을 바라보는 인식이 드러난 부적절한 발언에는 분명한 비판이 필요하다. 사과가 이루어졌다고 해서 그 발언에 대한 책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동시에 이번 논란이 발언에 대한 비판에서 끝나지 않고 소방 재정의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정부 역시 소방공무원을 국가직으로 전환한 만큼 그에 걸맞은 재정 구조를 어떻게 마련할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결국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위험한 순간 우리를 구하러 오는 사람들이 충분히 보호받으며 일하고 있는가 하는 문제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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