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 들고 1시간 난동 부린 건 아들인데… '징역 4년'은 아버지가 받은 이유

흉기를 들고 찾아와 폭행과 협박을 가한 아들과 몸싸움을 벌이다 숨지게 한 60대 아버지에게 징역 4년이 확정됐다. 아버지는 살인의 고의가 없었고 과잉방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건 당일 아들은 흉기를 들고 A 씨의 집을 찾아왔다. 아들은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하며 약 1시간 동안 아버지에게 폭행과 위협을 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A 씨는 아들과 몸싸움을 벌이던 중 범행을 저질렀고, 아들은 결국 숨졌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일러스트.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살인 혐의로 기소된 60대 A 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현직 의대 교수인 A 씨는 지난해 자택에서 30대 아들과 몸싸움을 벌이다 깨진 그릇으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오래전부터 갈등 빚은 부자… 아내 사망 후 관계 악화

A 씨와 아들 사이에는 오랜 기간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A 씨는 아들이 학창 시절 비행을 저지르자 훈육하는 과정에서 갈등을 겪었다. 이후 아들과 직접 연락하지 않고 아내를 통해 생활비를 전달하는 등 서로 거리를 두고 지냈다.

그러다 A 씨의 아내가 사망하면서 갈등이 더욱 깊어졌다. 아들은 "어머니가 아버지 때문에 사망했고, 상속 재산을 독차지하려 한다"고 주장하며 아버지에게 분노를 표출했다.

A 씨는 아들과의 연락을 피했지만 갈등은 계속됐다.

사건 당일 아들은 흉기를 들고 A 씨의 집을 찾아왔다. 아들은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하며 약 1시간 동안 아버지에게 폭행과 위협을 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A 씨는 아들과 몸싸움을 벌이던 중 범행을 저질렀고, 아들은 결국 숨졌다.

살인 고의 부인한 아버지… 법원은 '고의' 인정

재판 과정에서는 A 씨에게 살인의 고의가 있었는지, 아들의 위협에 대응한 행동을 과잉방위로 인정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A 씨는 아들을 의도적으로 살해하려 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당시 아들의 폭행과 협박으로 자신의 생명까지 위협받는 상황이었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치명상을 입고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은 일반인 관점에서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고 현직 의대 교수인 피고인은 더욱 잘 알았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A 씨가 "아들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살인의 고의를 부정하는 근거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해당 주장에 대해 "살해의 동기에 관한 것으로 이해되며, 살해 의도가 없었다는 의미로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A 씨 측은 과잉방위를 이유로 처벌을 감경하거나 면제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도 펼쳤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우발적 범행 등 참작… 징역 4년 확정

다만 재판부는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와 가족관계 등을 형량에 반영했다.

A 씨가 아들의 위협적인 폭행과 협박을 받는 상황에서 순간적인 공포심을 느꼈고, 충동적이고 우발적으로 범행했다는 점을 고려했다.

오랜 기간 아들의 폭언과 폭행을 견디면서도 아버지로서 책임을 다하려 노력한 사정도 참작했다.

재판부는 "오랜 기간 피해자의 폭언, 폭행 등을 인내하면서 부친으로서 의무를 다하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피해자의 유일한 유족인 A 씨의 딸이 아버지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일관되게 밝힌 점 역시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됐다.

앞서 검찰은 A 씨에게 징역 7년을 구형하고 보호관찰 명령을 청구했다. A 씨는 최후진술에서 "못난 아버지를 만나서 일찍 생을 마감한 아들에게 무릎 꿇으며 빈다"고 말했다.

1심은 여러 사정을 종합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이후 2심도 같은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 역시 원심판결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A 씨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징역 4년이 최종 확정됐다.

[정당방위와 과잉방위의 법적 기준]

현행 형법 제21조는 자신이나 다른 사람에 대한 부당한 침해를 막기 위한 행위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면 처벌하지 않도록 규정한다. 이를 정당방위라고 한다.

다만 방어행위가 필요한 정도를 넘어선 경우에는 과잉방위에 해당할 수 있다. 형법 제21조 제2항은 방위행위가 그 정도를 초과했을 때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같은 조 제3항에 따르면 야간이나 그 밖의 불안한 상태에서 공포, 경악, 흥분 또는 당황으로 인해 방위의 정도를 넘어선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는다. 다만 정당방위나 과잉방위에 해당하는지는 당시의 침해 상황과 대응행위의 정도 등을 고려해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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