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핼러윈 축제 현장서 어떤 남자가 '마약 사탕'을 나눠줘요"

외국어 학습 애플리케이션(앱) '듀오링고'의 캐릭터 인형 탈을 쓴 남성이 서울 마포구 홍대 거리에서 마약류로 의심되는 사탕을 나눠준다는 신고가 핼러윈 당일인 지난달 31일 밤 경찰에 들어왔다. 출동한 경찰이 확인한 결과 사탕에서는 마약류 등이 검출되지 않았다.

해골 분장을 한 직장인 이모(29)씨. / 연합뉴스

1일 경찰에 따르면 소동은 온라인에서 먼저 불거졌다. 해당 남성이 행인들에게 사탕과 젤리를 나눠주다 경찰에 연행됐다는 내용의 글과 사진이 퍼졌다. 남성에게서 받은 사탕을 먹은 뒤 이상 증세를 느꼈다는 전언도 소셜미디어(SNS)를 타고 돌았다. 일부 누리꾼은 사탕의 출처가 불분명하다며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실제 신고가 접수되자 경찰은 현장에 출동해 남성이 나눠준 사탕에 마약류가 들어 있는지 조사했다. 마약류 등은 나오지 않았다. 경찰은 범죄 혐의점이 없다고 보고 오인신고로 판단했다. 소동은 해프닝으로 끝났다.

핼러윈에는 분장한 사람들이 사탕을 주고받는 풍습이 있다. 이날 이태원과 홍대 거리에서도 분장을 한 채 주변 사람들에게 사탕을 건네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핼러윈을 맞은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세계음식문화거리에서 경찰이 안전 관리를 하고 있다. / 뉴스1

인파가 본격적으로 몰리기 전인 오후 4시께 이태원 거리는 비교적 한산했다. 해밀톤호텔 뒤편 세계음식문화거리의 가게들은 유령과 거미줄 장식, 호박등으로 핼러윈 분위기를 냈다. 스파이더맨 복장을 하거나 코끼리 가면을 쓴 아이들은 풍선을 들고 거리를 누볐다. 호박등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가족도 많았다.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서는 영화 '스크림' 속 유령 가면을 쓴 남성이 아이들에게 장난을 걸었다. 겁을 먹은 아이 곁에서 가족들이 웃음을 터뜨리는 장면도 연출됐다. 이태원역 앞 혼잡도 전광판에는 오후 5시께까지 세계음식문화거리와 이태원역, 이태원 관광특구가 모두 '보행원활'로 표시됐다. 거리에는 인근 한강진역과 녹사평역을 이용해 귀가해 달라는 현수막도 걸렸다.

해가 지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오후 6시부터 이태원119안전센터에서 녹사평광장까지 차량 통행이 전면 통제되자 시민들은 텅 빈 차도 한가운데를 걸으며 핼러윈을 즐겼다. 차량이 사라진 이태원로는 거대한 포토존으로 바뀌었다. 영화 '스타워즈'와 애니메이션 '치이카와' 캐릭터, 천사로 분장한 시민들 주변에는 함께 사진을 찍으려는 줄이 생겼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속 교관 복장을 한 시민은 외국인 관광객들의 촬영 요청을 잇달아 받았다.

오후 8시께 세계음식문화거리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 분장한 남성이 등장했다. 뜻밖의 인물이 거리에 나타나자 시민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졌다. 시민들은 그와 사진을 찍으려고 연신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애니메이션 캐릭터 '가필드'와 호박 복장을 한 대학생 최모(22)씨와 정모(22)씨. / 뉴스1

짝을 맞춘 분장도 볼거리였다. 호박 옷을 입은 사람과 애니메이션 캐릭터 '가필드'로 꾸민 사람이 나란히 거리를 걸었다. 케첩과 머스타드 통으로 분장한 두 사람은 이태원을 거쳐 홍대까지 핼러윈 나들이를 이어갔다. 해골 분장을 하고 거리를 누비는 시민도 눈에 띄었다.

경찰과 용산구 관계자들은 오후 7시쯤부터 거리 한가운데를 펜스로 갈라 우측통행을 유도했다. 경찰관들은 펜스를 따라 3~4m 간격으로 늘어섰다. 인파가 불어나자 경광봉을 흔들며 사람이 몰린 쪽을 출구와 대로변 방향으로 돌려보냈다. 인파가 빠지면 다시 진입을 허용하는 방식이었다. 오후 10시 기준 이태원 일대 인구는 3만~3만2000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20대가 51.2%로 절반을 넘었다.

밤이 깊어지면서 클럽과 술집, 포차 앞에는 입장을 기다리는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섰다. 오후 9시를 넘겨서도 줄은 좀처럼 줄지 않았다. 시민들은 인파로 가득 찬 거리를 휴대전화로 찍었다. 귀가 인파와 새로 들어오는 인파가 겹치는 이태원역 방향 구간에서는 걸음이 잠시 멈추기도 했다. 경찰이 호루라기를 불며 이동을 안내하자 시민들은 서로 밀지 않고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오후 10시 20분께부터는 세계음식문화거리로 올라가는 좁은 골목 진입이 막혔다. 비교적 넓은 골목 한 곳만 통제와 개방을 반복하면서 골목 안으로 들어가려는 시민들이 50m가량 줄을 서는 풍경이 펼쳐졌다. 이태원역 출구도 한때 1·2번은 내려가는 방향, 3·4번은 올라오는 방향으로만 쓰도록 바뀌었다가 오후 11시께 원래대로 돌아왔다.

막차 시간대에는 지하철이 역을 그냥 지나쳤다. 용산구는 재난문자로 "현재 용산구 이태원 세계음식문화거리 주변 인파 혼잡으로 23시 47분 이태원역 무정차 통과 예정"이라고 알렸다. 6호선은 오후 11시 47분부터 막차 시각인 오후 11시 59분까지 이태원역을 무정차로 통과한 뒤 운행을 마쳤다. 용산구는 이태원역 대신 인근 녹사평역이나 한강진역을 이용해 달라고 안내했다.

핼러윈을 맞은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세계음식거리가 시민과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 뉴스1

홍대 거리도 사정은 비슷했다. 오후 8시 기준 홍대 관광특구 인구는 12만~12만5000명으로 추산됐다. 밤사이 최대 13만명까지 늘었던 인파는 이날 0시 8만6000~8만8000명으로 줄었다. 일부 거리에는 펜스가 설치돼 시민들은 한 방향으로 천천히 걸었다. 폭이 좁은 골목에서는 한때 병목현상이 빚어졌으나 경찰 통제로 큰 혼란은 없었다.

들뜬 거리 한편에는 차분한 추모 공간이 있었다. 참사가 일어난 해밀톤호텔 옆 ‘10·29 기억과 안전의 길' 추모벽에는 '이 도시는 당신을 기억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같은 문구가 적힌 포스트잇 수백 장이 바람에 흔들렸다. 방문객들은 빽빽하게 붙은 메모를 하나씩 읽거나 사진으로 남기며 희생자를 추모했다.

오후 9시께 녹사평역 광장에서는 '이태원을 기억하는 호박랜턴' 등이 마련한 ‘10·29 이태원 참사 4주기 핼러윈 액션: 불빛과 소음이 되어 함께 일렁일 때'가 열렸다. 축제를 즐기며 희생자를 애도하자는 취지의 행사였다. 참가자들은 문화제를 마친 뒤 오후 11시까지 퀴논길 일대를 행진했다.

현장 상황실에 들어온 신고는 대부분 가벼운 부상이었다. 홍대 현장 119종합상황실과 용산소방서 상황실에는 손목 통증이나 발목 염좌 정도 외에 특이사항이 접수되지 않았다. 용산경찰서도 별다른 사건·사고가 없었다고 밝혔다. 자정을 넘긴 이날 0시에도 이태원 관광특구에는 3만~3만2000명이 남아 있었다. 홍대 거리 역시 분장한 시민으로 북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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