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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이태원과 마포구 홍대 일대에 핼러윈 당일인 지난달 31일 밤 16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2022년 10·29 이태원 참사 이후 핼러윈과 주말이 겹친 건 이번이 처음이다. 1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과 자치구가 인파가 몰리기 전부터 차도를 막아 보행 공간을 넓히고 골목 진입을 수시로 통제하면서 우려했던 큰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인파가 먼저 몰린 곳은 홍대였다. 서울시 실시간 도시데이터에 따르면 홍대 관광특구 인구는 전날 오후 8시 12만~12만5000명으로 추산됐다. 밤사이 최대 13만명까지 불어났던 홍대 인파는 오후 11시 11만~11만5000명, 이날 0시 8만6000~8만8000명으로 차츰 줄었다.
이태원은 밤이 깊을수록 붐볐다. 이태원 관광특구 인구는 오후 5시 1만4000~1만6000명에서 오후 8시 2만4000~2만6000명, 오후 10시 3만~3만2000명으로 늘었다. 오후 10시 기준 인구 가운데 20대가 51.2%로 절반을 넘었다. 오후 11시에는 3만2000~3만4000명까지 불어났다. 자정을 넘긴 1일 0시에도 3만~3만2000명이 거리에 남아 있었다.
경찰은 지난달 23일부터 1일까지를 핼러윈 특별대책기간으로 정하고 인파 관리에 나섰다. 행정안전부 등 관계 기관과 함께 이태원을 비롯한 전국 중점관리지역 28곳에 연인원 7800여명을 투입했다. 이태원에는 지난해보다 80여명 늘어난 경찰 370명이 배치됐다.

경찰은 이태원역과 세계음식문화거리 일대에 최대 3만명이 몰리고 오후 9시부터 이튿날 오전 1시 사이가 가장 혼잡할 것으로 내다봤다. 혼잡도가 '매우 혼잡' 단계에 이르면 세계음식문화거리 진입을 막고 일부 골목을 일방통행로로 운영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이태원과 홍대 관광특구 혼잡도는 밤 내내 '붐빔' 수준을 오르내렸다.
오후까지는 비교적 여유가 있었다. 오후 5시 기준 이태원역 인구는 5500~6000명으로 혼잡도 '여유' 수준이었다. 이태원역 앞 전광판에도 세계음식문화거리와 이태원역, 이태원 관광특구가 모두 '보행원활'로 표시됐다. 거리에는 인근 한강진역과 녹사평역을 이용해 귀가해 달라는 현수막이 걸렸다.
올해 대책의 핵심은 차도 개방이었다. 이태원119안전센터에서 녹사평광장까지 이어지는 차도는 오후 6시부터 차량 통행이 전면 통제돼 보행 공간으로 바뀌었다. 지난해에는 현장 혼잡도를 지켜본 뒤 오후 10시 40분쯤 도로 통제를 결정했다. 올해는 통제 방침을 미리 정해 인파가 몰리기 전에 보행 공간부터 확보했다. 밤이 깊어 좁은 골목에 사람이 몰리자 인파가 개방된 차도로 빠져나가면서 분산 효과가 컸다.
경찰과 용산구 관계자들은 오후 7시쯤부터 세계음식문화거리 중앙을 펜스로 나눠 우측통행을 유도했다. 경찰은 중앙분리 펜스를 따라 3~4m 간격으로 서서 보행 흐름을 관리했다. 인파가 늘자 호각을 불고 경광봉을 흔들며 이동을 안내했다.
오후 9시 30분쯤 현장 전광판에는 세계음식문화거리와 이태원역이 '혼잡'으로 표시됐다. 경찰이 거리 한쪽 진입을 막고 시민들을 조금씩 들여보내자 오후 10시쯤 세계음식문화거리 혼잡도는 '보행주의'로 낮아졌다.
오후 10시 20분쯤부터는 이태원역 인도에서 세계음식문화거리로 올라가는 좁은 골목들의 진입이 차단됐다. 참사가 일어난 ‘10·29 기억과 안전의 길'도 여기에 포함됐다. 경찰은 비교적 넓은 골목 한 곳에 중앙분리대를 세우고 통제와 개방을 반복했다. 골목 안으로 들어가려는 시민들이 50m가량 줄을 서기도 했다.
이태원역 출구도 한때 방향을 나눠 운영됐다. 1·2번 출구는 역으로 내려가는 방향으로만, 3·4번 출구는 지상으로 올라오는 방향으로만 쓰도록 했다. 이 통제는 오후 11시쯤 풀렸다.

이태원역으로 향하는 구간에서는 귀가하려는 인파와 새로 들어오는 인파가 겹치면서 정체가 빚어졌다. 걸음이 잠시 멈추는 일도 있었다. 경찰이 호루라기를 불며 이동을 안내하자 시민들은 서로 밀지 않고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일부 시민은 예상보다 많은 인파에 놀라거나 안전을 걱정하기도 했다.
귀가 인파가 몰리면서 지하철 운행에도 변화가 생겼다. 용산구는 재난문자로 "현재 용산구 이태원 세계음식문화거리 주변 인파 혼잡으로 23시 47분 이태원역 무정차 통과 예정"이라고 알렸다. 이에 따라 서울지하철 6호선은 오후 11시 47분부터 막차 시각인 오후 11시 59분까지 이태원역을 서지 않고 지나친 뒤 운행을 마쳤다. 용산구는 이태원역 진입을 자제하고 인근 녹사평역이나 한강진역을 이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홍대 거리에도 일부 구간에 펜스가 설치돼 시민들이 한 방향으로 천천히 이동했다. 폭이 좁은 골목에서는 보행 흐름이 느려지며 한때 병목현상이 빚어졌다. 경찰 등이 현장 통제에 나서면서 큰 혼란으로 번지지는 않았다. 이태원과 홍대의 클럽과 포차, 주점 앞에는 입장을 기다리는 줄이 밤늦게까지 길게 늘어섰다.
당국에 접수된 사건·사고는 거의 없었다. 용산경찰서는 별다른 사건·사고가 없었다고 밝혔다. 홍대 현장 119종합상황실과 용산소방서 상황실도 손목 통증이나 발목 염좌 정도 외에는 특이사항이 없었다고 했다. 홍대에서는 캐릭터 인형 탈을 쓴 남성이 '마약 사탕'을 나눠준다는 신고가 들어왔으나 경찰 확인 결과 오인신고로 드러났다.

축제 분위기 속에서도 참사를 기억하는 발길은 이어졌다. 해밀톤호텔 옆 ‘10·29 기억과 안전의 길' 추모벽에는 시민들이 남긴 포스트잇 수백 장이 붙어 있었다. 포스트잇에는 '이 도시는 당신을 기억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같은 문구가 적혀 있었다. 방문객들은 메모를 하나씩 읽거나 사진으로 남기며 희생자를 추모했다.
오후 9시쯤 녹사평역 광장에서는 이태원참사시민대책위원회와 '이태원을 기억하는 호박랜턴' 등이 마련한 ‘10·29 이태원 참사 4주기 핼러윈 액션: 불빛과 소음이 되어 함께 일렁일 때'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축제와 애도를 함께하는 문화제를 마친 뒤 오후 11시까지 퀴논길 일대를 행진했다.
자정을 넘기면서 인파는 조금씩 줄었다. 그래도 분장한 시민들은 새벽까지 이태원과 홍대 거리 곳곳을 누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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