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귄 지 3개월 된 남자친구가 할 말 있다더니... 이 결혼, 할까요 말까요”

오랜만에 만난 이상형이었다. 외모도 성격도 마음에 들었다. 이 사람과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무렵 남자친구가 할 말이 있다며 입을 열었다. 결혼식을 올렸다가 한 달 만에 헤어진 적이 있다는 고백이었다. 교제를 시작한 지 석 달 만이었다.

사귄 지 3개월 된 남자친구가 뒤늦게 결혼 경험을 털어놨다는 여성 직장인의 글이 2일 블라인드에 올라왔다.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사귄 지 3개월 된 남자친구가 뒤늦게 결혼 경험을 털어놨다는 직장인 A씨의 글이 2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믿었던 남자친구가 돌싱이래요'라는 제목으로 올라왔다. A씨는 20대 후반, 남자친구는 30대 중반이다. A씨는 "오랜만에 외적으로도, 내적으로도 이상형인 사람을 만나서 결혼하고 싶다고 생각했다"며 “3개월쯤 만나니 남자친구가 할 말이 있다고 해서 들어 보니 돌싱이라고 하더라”고 적었다.

남자친구는 전 부인과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다. 결혼식을 올리고 한 달 뒤 헤어졌다. 남자친구가 밝힌 이혼 사유는 처가와의 갈등과 전 부인의 성향이었다. A씨는 "그 당시 여자 쪽 집안이 남자친구 집안을 무시했고 남자친구의 말도 무시했다고 한다"며 "전 부인이 회피형이라 싸울 때 대화가 안 됐다고 한다. 관계를 풀어 보고 싶어서 상담도 받았는데 잘 안 됐다고 한다"고 전했다.

A씨 마음에 걸리는 것은 또 있었다. A씨는 "남자친구 주변에 이혼한 친구들이 꽤 많다. 다들 이혼한 뒤에도 연애를 잘하고 있다"고 했다. A씨는 이 상황이 답답한지 글 말미에 "하…"라는 한숨을 남겼다.

누리꾼들의 의견은 고백한 시점을 두고 갈렸다. 남자친구를 이해한다는 쪽은 석 달이 현실적인 시점이라고 봤다. 한 누리꾼은 "만난 지 3개월 정도에 혼인신고를 안 했다면 남자친구 입장에서는 최선의 타이밍에 말한 것 같다"고 했다. 다른 누리꾼도 "사귀기 시작할 때 말하면 좋았겠지만 현실적으로 3개월이면 100일쯤이니 남자 입장에서는 적당한 시점에 잘 말한 것 같다"고 했다.

사귄 지 3개월 된 남자친구가 뒤늦게 결혼 경험을 털어놨다는 여성 직장인의 글이 2일 블라인드에 올라왔다.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다만 남자친구 잘못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훨씬 컸다. 한 누리꾼은 "사귀기 전에 알려야 한다. 3개월이 지나서 말하는 것도 사기다. 그 3개월은 어떻게 할 거냐"고 했다. 다른 누리꾼은 "일부러 정이 든 다음, 헤어지기 힘들 때 말하는 게 뻔하다"고 했다. A씨도 같은 생각이었다. 사귀기 시작할 때 미리 말했어야 했다는 댓글에 A씨는 "나도 그렇게 생각해서 배신감이 너무 든다"고 답했다.

문제는 이혼 경력이 아니라 숨긴 태도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한 누리꾼은 "돌싱이라는 게 문제가 아니다. 3개월 뒤에 말하는 인성과 혼인신고를 안 했다는 변명이 문제다"라며 "결혼해 본 사람이면 이혼이 얼마나 큰일인지 알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 A씨는 이 댓글에 "주변에 이혼한 친구가 많다는 것도 너무 싸하다"고 답했다.

먼저 이혼을 겪은 이들의 경험담도 올라왔다. 초혼인 남편과 재혼했다는 한 누리꾼은 "사귀기 전이 아니라 첫 데이트를 하기 전부터 이혼 사실을 밝혔다. 이혼 사유도 내가 이야기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자세히 말했다"며 "나도 사실혼이었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사진도 찍고 상견례도 하고 결혼식도 할 건 다 했는데 그게 무슨 상관이냐. 이게 인간의 양심이다"라고 했다. 사실혼 파기 뒤 재혼했다는 다른 누리꾼은 "만나기 전에 돌싱이라는 사실을 미리 알렸다. 마침 판결문도 있어서 보여줬다"며 "신뢰의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남자친구의 설명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는 반응도 있었다. 한 누리꾼은 "남자 말을 100% 믿을 수 있느냐. 다들 자기는 유책 배우자가 아니라고 한다. 잘 알아보라"고 했다. 다른 누리꾼은 "관계를 풀어 보고 싶어서 상담을 갔다는데 결혼식을 올리고 한 달 안에 상담을 몇 번이나 예약하고 갔겠느냐"고 의문을 나타냈다.

남자친구 쪽에 선 시각도 소수 있었다. 한 누리꾼은 "정말 이상형이라면 나라면 계속 만나겠다"고 했다. 비슷한 방식으로 재혼했다는 누리꾼은 "전형적인 '선녀와 나무꾼' 전략이다. 나도 그렇게 해서 재혼했다"고 적었다. 이 댓글에는 "나무꾼이 선녀 옷을 훔쳐 아이 셋을 낳은 뒤에야 옷을 꺼내 준 것과 뭐가 다르냐"는 반박이 달렸다.

법적으로 보면 남자친구의 '이혼'은 엄밀히 말해 사실혼 해소다.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부부는 법률상 부부가 아니어서 헤어질 때 협의이혼이나 재판상 이혼 절차를 밟을 필요가 없다. 법률상 부부가 협의이혼을 하려면 양육할 자녀가 없어도 1개월의 숙려기간을 거쳐야 한다. 결혼식 한 달 만에 헤어질 수 있었던 것도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사실혼은 가족관계등록부에 기록이 남지 않는다. 혼인관계증명서를 떼어 봐도 사실혼 경력은 드러나지 않는다. 당사자가 스스로 밝히지 않으면 상대가 확인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사실혼이 법적으로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법원은 사실혼을 부당하게 파기한 쪽에 위자료 책임을 묻는다. 사실혼이 해소되면 재산분할도 인정한다. 한 누리꾼이 사실혼 파기 판결문을 보여 줬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교제 단계에서 과거 결혼 경력을 알려야 할 법적 의무를 정한 규정은 없다. 사정은 혼인신고까지 마친 뒤 달라질 수 있다. 민법 816조 3호는 사기로 인한 혼인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법원은 2016년 2월 판결에서 고지의무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실을 알리지 않고 침묵한 것도 사기가 될 수 있다고 봤다. 고지의무가 있는지는 그 사실이 혼인 결정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 입장이다. 혼인 취소는 사기를 안 날로부터 3개월 안에 청구해야 한다. 혼인이 취소되면 상대에게 손해배상도 청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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